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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Book, Film, Game, and Media

[엑스맨: 아포칼립스] 킬링타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by 브로페 2016. 6. 5.


내가 봐 왔던 영화에 대해 후기를 남기는 글이지만, 이번 엑스맨만큼 느낀점을 찾기 힘든 영화도 드물 것 같다. 영화는 그냥 킬링타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고, 스토리도 왠지 엉성하게 진행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2000년대에 나왔던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들은 그나마 어떤 주제의식이라도 조금이나마 담겨있었다면, 이번 편은 그냥 떄리고 박고 부수는 영화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 같다.

기존의 엑스맨 영화는 인간과 뮤턴트간의 갈등을 중점적으로 그리면서, '프로페서 X'라 불리는 찰스 자비에의 신념인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이념을 보여주려 했었다. 기존 시리즈에서는 크게 3개 집단이 서로 갈등하는데, 찰스 자비에(프로페서 X)로 대표되는, 세상과 공존하려는 돌연변이 집단과, 에릭 랜셔(매그니토)로 대표되는 공존을 거부하는 돌연변이 집단, 그리고 스트라이커 대령으로 대표되는 인간 집단 이 셋이다. 

이 세 집단은 시리즈에 따라 협력과 갈등과 전쟁을 반복해 왔다. 엑스맨 1편에서는 돌연변이와 돌연변이 사이의 갈등을, 엑스맨 2편에서는 돌연변이와 인간의 갈등을, 엑스맨 3편에서는 이 세 집단 모두의 갈등을 보여줬고, 가장 최신이었던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는 두 돌연변이 집단이 하나로 뭉쳐 인간 집단에 대항했다. 문제는 이 구도가 엑스맨: 아포칼립스에서는 완전히 붕괴된다는 것. 아포칼립스로 대표되는 새로운 집단이 나타나면서 기존의 3강 구도가 힘을 잃어버렸다. 사람에 따라 흥미로울 수도 있겠으나, 그러려면 이 새로운 집단이 지속적으로 다음 시리즈에도 나와주고 그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게다가 이 아포칼립스라는 돌연변이는, 요즘 영화계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절대악'의 역할을 소화한다. 최근 히어로물의 트렌드 중 하나가 '절대악'을 사용하지 않고, 히어로와 빌런의 관계를 배배 꼬아버려서 관객들로 하여금 깊게 생각하게 하는 것이라고 보는데, 간만에 이런 절대악이 나오다보니 사람들이 일견 유치하게 볼 수도 있겠다. 그냥 좀 스케일이 큰 전대물이라고 생각하는 평이 있는 게 괜한 게 아닌가보다. (마침 아포칼립스의 모습도 전대물에 흔하게 나오는 악당과 비슷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줄평으로 마치자면, 엑스맨 시리즈의 열렬한 팬들을 위한 킬링타임용 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본다. 이렇게 되니 하루빨리 MCU에서 엑스맨 시리즈를 구제해줬으면 하는 바램도 슬슬 생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