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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2016 오사카 2박3일

[일본/오사카 2박3일 여행] 03 도톤보리의 길거리 코스요리 (게살/라멘/치즈타르트)

by 브로페 2017. 2. 1.


스트리트 푸드를 코스로 즐기자

 먹방은 부지런함이 생명인데, 둘째날에는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다. 10시쯤 호스텔에서 눈을 떴나? 전날 너무 많이 먹어댄 탓이다. 왠지 몸이 평소보다 무겁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먹방을 포기할 브로페는 아니니까, 후다닥 씻고 나갈 채비를 서두른다(어제 샴푸는 괜히 샀다. 호스텔에 기본으로 비치되어 있었던 걸 몰랐다). 

도톤보리 상점가, 라기보단 먹자골목


 오늘은 어떤 음식을 즐길까, 막연하게 고민하면서 길을 나선다. 어차피 온갖 군데 돌아다니면서 먹을 건 아니니까, 일단 발길을 도톤보리 상점가로 향한다. 그냥 눈에 보이는대로 닥치는대로 먹어볼까, 하다가 이왕 먹는 거, 코스 요리같이 에피타이저, 메인 디쉬, 디저트를 나눠 먹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에피타이저: 카니도라쿠 게살숯불구이

 도톤보리에는 재미있는 간판들이 많다. 거리 내 유명한 식당들은 자기들 음식이나 브랜드를 본따 시그니쳐 간판을 만들어 거는데, 대부분 본인들이 파는 음식을 형상화한 것이다. 타코야끼집은 거대한 문어, 스시집은 거대한 생선, 이런 식으로 말이지. 

 그 중 눈길을 끄는 간판 하나가 나타났다. 거대한 대게 모양의 간판을 내건 게 요리집 「카니도라쿠」다. 해산물을 퍽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대게나 홍게, 킹크랩같은 음식은 환장하고 달려들기 때문에 대게 간판을 보고 또 눈이 뒤집어져서 들어갈 뻔했다. 문제는, 대게요리를 제대로 먹으면 가격이 꽤 나온다는 것. 

 그래도 맛은 보고 싶은데... 하던 찰나 가게 앞에 차려진 매대가 보였다. 게살 숯불구이라고, 다리 몇개 잘라다가 숯불에 구워서 파는 길거리 음식인가보다. 가격이 좀 비싸긴 한데, 그래도 대게 한마리 전부 뜯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일단 두 점을 산다. 대개는 대게를 쪄먹는데(...), 숯불에 구워먹는 게살은 어떤 맛일까?

맛이 확실히 쪄먹는 대게와 다르긴 하다. 아무래도 구워먹는 것이다 보니, 대게찜 요리보다는 좀 더 고소한 풍미가 느껴진다. 겉은 고소하면서, 안에는 여전히 부드럽고 살살 녹는다. 물론 대게찜보다는 조금 퍽퍽한 식감이 있기는 하지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다. 다만 개당 450엔이라는 정신나간 가격과 창렬한 양이 사먹는 걸 주저하게 만들긴 한다. 하지만 식욕을 돋우는 에피타이저 역할로는, 음식 자체는 꽤 맛있다.

카니도라쿠 게살 숯불구이 2점 ¥900

평점 ★★☆☆☆

GOOD 식욕을 돋우는 역할에 충실하다

BAD 창렬한 양와 더 창렬한 가격


메인 디쉬: 킨류라멘 차슈라멘

 한화로 9,000원 넘게 투자해서 식욕을 끌어올렸으니, 이제 늦은 아침으로 먹을 음식이 필요했다. 오늘은 아직 길게 남아있으니까, 뭔가 먹기 쉽고 배가 쉽게 꺼질만한 음식을 자연스레 찾게 되었다. 손 많이 안 가고 금방 소화되는 음식이야 딱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게 라멘집을 찾기 시작했다.

 유명하고 맛난 라멘집이 오사카에 참 많긴 한데, 대중적으로 제일 잘 알려진 라멘집은 「킨류라멘」이다. 여기도 역시 거대한 청룡이라는 시그니처 간판이 있다. 물론 숨겨진 맛집 이런 게 많기는 한데, 에전에 라멘을 한번 잘못 먹은 적이 있어서 웬만하면 라멘집은 잘 알려진 무난한 곳을 선호하는 편이다.

  킨류라멘은 특이하게, 포장마차같이 전부 실외좌석이다. 정확히는, 문이나 벽이 따로 없다. 그냥 눈에 보이는 아무 테이블에 걸터앉으면 된다. 여기도 일본의 많은 식당들처럼 직접 주문을 받지는 않고, 자판기를 이용한다. 메뉴가 많은 편은 아니어서 그냥 일반적인 차슈라멘을 한 그릇 시켰다. 

 라멘을 시켰는데 정물화가 나왔다(...). 아무튼 참 정갈하다. 라멘은 한국에서 먹는 그 라멘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한국보다는 육수가 좀 더 진한 느낌? 진한 돼지고기 육수가 일품인데,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진하다. 저게 국물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국물을 다 마시기가 힘들다. 한국에선 안 그랬는데. 그래도 여행지에서 가난한 여행자가 고를 수 있는 최고의 음식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가격마저 저렴하니까.

킨류라멘 차슈라멘 1그릇 ¥600

평점 ★★

GOOD 진한 국물에 가성비 갑!

BAD 오히려 너무 무난하다


디저트: 파블로 치즈타르트

 배도 어느정도 찼으니까 이제 디저트를 먹어볼까 하고 또 주위를 둘러본다. 일본이 그렇게 디저트의 천국이라던데, 한국에서 잘 찾지 않던 디저트 위주로 먹어보려고 했다. 구글지도에서, 가까운 곳에 「파블로」라는 가게가 있다고 한다. 치즈타르트로 유명하다던데, 뭐가 어느 정도이길래 타르트를 줄서서 먹는다고 하는 걸까?

 도톤보리 입구에서 다리를 하나 건너면 바로 파블로가 나온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누군가가 블로그에 올렸다던 줄서서 먹는 진풍경 따위는 없었다. 자신있게 2층으로 올라가면 직원들이 알아서 안내를 도와준다. 제일 기본이 되는 파블로 치즈타르트 세트 하나를 시킨다. 

기본세트의 구성품은 큼지막한 치즈타르트 하나,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스쿱, 그리고 메이플 시럽이다. 저 아이스크림도 어찌나 정갈하게 떠 놨던지, 그 위의 이파리는 왜이리 또 데코가 잘 돼 있는지. 음식 하나를 만들어도 디자인같은 면에서 세심하게 신경쓰는 일본 스타일이 그대로 배어나온다.

 아이스크림이야 그냥 바닐라맛 아이스크림과 다를 게 없고, 치즈타르트가 정말 부드럽다. 너무 심하게 부드러워서 툭 건드리면 와르르 무너져내릴 것 같다. 식감은 달걀 하나 겉에만 살짝 익혀놓은 걸쭉한 느낌. 그래도 겉에 익은 패스츄리와 조화가 잘 이루어진다. 입 안에 들어가면 바삭바삭한 패스츄리가 부들부들한 타르트를 만나 사르르 녹아버리는 맛이다. 음료 하나 시켜서 같이 먹었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파블로 치즈타르트 세트 ¥780

평점 ★★

GOOD 디자인도, 맛도 기대 이상

BAD 너무 부드러워서 다 흘러내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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