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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Daily Life

[노량진/맛집] 시장에서 즐기는 해산물 파티 "노량진수산시장"

by 브로페 2017. 2. 11.

몇 주 전부터 학교 친구들과 잡은 약속 덕에 오랜만에 노량진을 찾았다. 한창 자주 찾았을 때는 역사 건물도 시장 따라 우중충하기 짝이 없었는데, 간만에 다시 찾은 노량진역은 외관이 상당히 깔끔해졌다. 아마 신관 개장에 맞추어 역사도 리모델링을 한 것 같은데, 예전보다 한결 나아진 모습이다.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은 여전히 그대로겠지만.

 노량진수산시장 신관이 오픈하면서 구관으로 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줄었다. 원래는 노량진역에 바로 붙어있는 철길육교를 따라 구관으로 곧장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제 그 육교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노량진수산시장 신관으로 가는 사람들은 1호선보다 9호선쪽 출구를 더 애용하는 편이다. 

 노량진역과 신관 건물은 그닥 멀지는 않다.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지만 역사에서 바라보는 신관 건물은 생각보다 작아보였다. 막상 신관 앞에 도착하면 그 엄청난 규모에 놀라겠지만 말이지. 구관에 남아있는 상인들과 신관으로 이주하는 상인들의 대립이 한때 격렬했다고 하는데, 서로의 마음의 거리만큼 신관이 멀게 보이는걸까.

 노량진수산시장 신관으로 빠르게 가려면 9호선 역사쪽 7번 출구로 나와서 바로 직진하면 나오는, 신관으로 이어지는 지하도를 이용하면 된다. 각종 채소들을 파는 노점상들을 따라 지하도를 타고 쭉 가면 신관이 눈앞에 갑자기 등장한다. '신축 현대화시장'이라면서 '전통노량진수산시장'이라고 하는 것이, 마치 구관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의식해서 써제낀 문구같다. 구관에 걸려있는 '전통'이라는 프레임을 뺏어오기 위한? 신관 건물이 그렇게 전통을 존중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신관 건물은 광각 카메라에도 겨우 담길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참고로 사진에 담긴 건물은 전체 건물의 절반뿐이다. 구관 사람들의 전체 이주를 기대하고 크게 지었는데, 아직 전부 이사를 온 게 아니어서 나머지 반쪽 건물은 많이 비어있다고 한다. 크고 깔끔하게 지어놓은 건 좋은데, 굳이 여기도 유리궁전으로 지었어야만 했을까? 수산시장의 특성을 살린 건축디자인으로 설계했다면 더 보기 좋았을텐데. 물고기 모양이라던지, 바다 모양이라던지. 

 상당수의 가게가 아직 이주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반대로 상당수의 상인들이 신관을 선택한 것도 사실이다. 이주한 이유도, 이주하지 않은 이유도 다 제 나름이다. 아직 남아있는 구관을 걷다보면 대충 그 이유를 알 수 있는데, 구관에서도 목이 좋은 곳에 자리잡은 상인들은 이주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고, 구관에서 구석진 곳에 있던 가게들은 차라리 새 건물로 이주하는 것이 잃을 것 없는 선택일테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이제 대세는 신관쪽이 되어가는 것 같다. 

 한창 저녁시간을 맞은 노량진수산시장 신관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확실히 구관의 그 어두침침하고 원색적인 전시보다는 한결 밝고 정돈된 모습이다. 가게마다의 고유번호, 이름, 전화번호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한 획일화된 간판이 눈에 띈다. 마냥 전통이 사라졌다고 비판하기에는, 정돈된 모습이 더 보기 편리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코를 찌르는 비린 해산물 냄새는 구관이나 신관이나 매한가지다. 새 건물이라고 냄새까지 잡지는 못하나보다.

 여기도 신도림 테크노마트랑 다를 게 없다. 거기서는 "물어보세요~ 찾으시는거 있으세요?" 하고 호객행위를 한다면, 여기서는 "뭐 사러 왔어? 싸게 해줄게" 같이 더욱 노골적으로 호객행위를 한다. 어디든 시장통에서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신도림 테크노마트로 휴대폰을 사러 갈 때 '신도림원정대'같은 앱으로 시세를 알아보고 가듯이, 노량진수산시장에서도 '인어교주해적단'같은 웹서비스로 시세를 알아볼 수 있다. 내가 수완이 좋아서 합리적인 가격보다 더 싸게 사기는 어려워도, 최소한 호갱이 되서는 안되니까. 앱으로 시세를 확인하면서 같이 흥정을 한다면 조금 더 저렴하게 즐길 수 있겠다.

 노량진원정대 5인 파티의 목적은 모듬회, 매운탕, 대게, 새우 이 네가지 해산물이다. 대게와 새우는 자주 찾는 해산물은 아니어서 여기저기 알아봐야겠지만, 모듬회같은 경우는 내가 항상 찾는 곳이 있어서 그곳으로 향한다. 「부천상회」라는 곳인데, 몇년 전 구관에 있었을 때부터 광어회와 연어회를 사러 갈 때는 항상 그곳으로 간다. 딱히 다른 곳보다 싸거나 비싼 것은 아니고, 양을 넉넉하게 주시는데다 회를 사면 항상 연어회로 즉석에서 초밥을 만들어주시곤 한다. 그런 소소한 서비스 덕에 내가 시장통에서 유일하게 단골이 된 곳이기도 하다.

 시간이 없을 때는 저렇게 미리 포장해둔 모듬회를 살수도 있지만, 보통 연어와 광어 모듬회를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회를 떠서 바로 포장해주신다. 도착하기 전 미리 선주문해두면 빠르게 찾아갈 수 있긴 하다. 그래도 정말 신선하고 갓 뜬 회를 먹고 싶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회뜨는 것을 지켜보는 게 마음이 더 놓인다. 회 뜨는 데 10분밖에 걸리지 않으니, 시켜놓고 다른 먹거리를 찾아서 돌아다니면 된다.

 가끔씩 썰다 남은 횟감으로 초밥을 만들어서 그 자리에서 먹여주시기도 하니까, 죽치고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매운탕을 먹고 싶다면, 가게에서 매운탕거리를 무료로 포장해준다. 어차피 무료로 주지 않으면 버리게 될 것들이니까. 「부천상회」에서 연어와 모듬회 5인분어치를 40,000원에 구입했다. 보통 1인분에 만원어치로 계산해서 달라고 하면 양이 얼추 맞는다. 우리는 5명인데 다른 먹을거리가 많으니까, 4인분어치 정도 달라고 한다. 

 회를 떠주시는 사이에 다른 먹거리를 찾아나선다. 해산물이야 어디서 팔든 다 거기서 거기다. 그냥 싸게 파는 곳을 찾아서 사면 된다. 보통 흰다리새우를 많이 찾는데, 보통 15~16마리에 10,000원 가량 한다. 정말 싼 곳은 20마리에 10,000원 하는 곳도 있다는데, 발품 잘 팔 자신이 있다면 찾아보자. 그게 아니고 그냥 적당히 합리적인 가격을 원한다면, 시세 따라 찾아보자. 「갈릴리」라는 가게에서 흰다리새우 16마리를 10,000원 주고 구입했다. 

그럼 이제 대게를 사야 하는데, 이때 조금 고민이 된다. 적당히 큰 대게를 잡아먹을 것인가, 엄청나게 큰 킹크랩을 잡아먹을 것인가?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고민은 전적으로 킹크랩 시세에 달려있다고 본다. 1월 말 즈음해서 갑자기 킹크랩 가격이 급락한 때가 있었는데, 얼마나 급락했는지 대게와 가격차이가 거의 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경우라면 주저없이 킹크랩을 사먹을텐데, 안타깝게도 평균적인 킹크랩 가격은 꽤 높은 편이다.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편이라면, 그냥 대게 사먹는 것이 낫다.

 대게도 대게 나름으로, 그 상태마다 가격책정이 달라진다. 온전한 대게는 다리가 10개 달려있는데, 그 중에서 다리가 몇 개 떨어진 대게를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다리 갯수가 곧 대게찜 양과 직결되는데 온전한 대게와 가격차이가 없으면 그건 그것대로 말이 되지 않잖아? 어쨌거나 우리는 돈없는 가난한 대학생 파티였기 때문에, 「남송꽃게」라는 곳에서 다리 좀 떨어진 대게를 36,000원에 구입했다. 대게 역시 최근 시세가 오락가락하는 중이니, 가격이 저렴해지는 날을 찾아가면 더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먹을거리를 전부 구매하고 나니, 이제는 2층 회식당에서 호객행위를 시작한다. 1층을 지나다니면서 호객하는 것은 아니고, 보통 1층 가게에서 먹을거리를 구매하고 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전담마크가 들어온다. 회식당과 1층가게 사이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것 같은데, 어차피 회식당 가격도 전부 거기서 거기다. 상차림 가격이 1인당 3,000원(매운탕을 먹을 때), 매운탕이 없으면 5,000원이다. 굳이 회식당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면, 좌식이냐 입식이냐 정도? 우리가 이끌려 간 「유달식당」이란 곳은 좌식위주로 된 회식당이다.

 우선 연어와 광어회를 뜯는다. 40,000원어치를 산 만큼 상당히 푸짐하고, 군데군데 초밥이 보인다. 상차림에서는 회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소스 두 종류를 제공하는데, 간장/와사비 조합이 하나 있고 쌈장/참기름 조합이 하나 있다. 개인적인 취향은 연어와 간장, 광어와 쌈장이다. 연어를 쌈장에 찍어먹는 건... 주황색 담백한 살결에 대한 모욕이다! 

 모듬회를 미친듯이 먹고 있으면 그 다음으로 새우찜이 나온다. 갓 쪄낸 주황빛 새우는 손으로 잡아뜯어먹는 게 진리. 정석대로라면 머리와 꼬리를 해체한 후 딱딱한 껍질을 전부 벗겨먹는 것이 맞지만, 배고프고 귀찮은 나같은 사람은 머리랑 꼬리, 곁다리 정도만 해체해서 바로 입 안에 집어넣는다. 껍질 좀 먹는다고 설마 탈이야 나겠어? 오히려 바삭바삭한 식감이 새우를 더 맛나게 만든다.

 새우찜과 회가 슬슬 동이 날 즈음해서 대게찜이 나온다. 사람수만큼 가위가 함께 딸려나오는데, 우선 인당 다리 하나씩 주고 남는 것은 야생의 선택에 맡긴다. 먼저 먹는 사람이 남은 다리를 먹을 수 있다. 게 몸통은 서빙하시는 이모님께 해체해달라고 하면 순식간에 해체해주신다. 머리 윗껍데기는 밥 볶아달라고 하면 가져가서 만들어주시고, 남은 아랫껍데기는 잘 잘라서 군데군데 숨어있는 게살을 파고들면 된다. 처음 대게찜을 먹을 때는 게맛살이나 이거나 별 차이 없네... 하고 실망하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신선한 게살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게 바로 대게찜이다.

 마지막 하이라이트가 바로 매운탕이다. 매운탕은 상당히 케바케가 갈리는 편이다. 아랫층에서 싸준 매운탕거리에 살이 많이 붙어있으면 풍성한 매운탕이 되는 것이고, 그게 아니면 정말 뼈밖에 없는 매운탕이 나온다. 다행히 이번에는 살이 꽤 많이 붙어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반대로 국물이 너무 연해서 문제였던가? 저번에 갔던 곳은 국물이 꽤 진했는데, 여기는 심하게 맑은 국물이 나온다. 그럴 떄는 상차림으로 나온 고추를 썰어넣고 남은 쌈장을 풀어넣으면 상당히 괜찮은 맛이 난다. 정 불안하면 집에서 미리 라면스프라도 챙겨가자. 

 회식당에서 간과하면 안되는 점 한가지: 여기서는 모든 서비스에 가격이 다 붙는다. 상차림비만 받아서는 당연히 장사가 안 되기 때문에, 모든 음식에 다 추가 가격이 붙는 것이 어떻게 보면 합리적이다. 가져온 회에 대해서는 상차림비를 받고, 새우와 대게에는 찜비가 따로 붙는다. 매운탕 역시 값을 따로 받고, 심지어는 대게 뚜껑 볶음밥에도 추가 가격이 붙는다. 계산하려는 순간 예상치 못하게 높은 비용이 책정될 수 있으니, 어느 정도의 지출은 예상하고 가야 한다. 「유달식당」에서는 상차림비, 대게찜, 새우찜, 매운탕, 음료, 공기밥 등 모든 가격을 포함해서 총 63,000원을 지불했다.


 해산물 먹으려고 시장까지 오는 것은 상당히 귀찮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냥 동네 횟집이나 회전초밥집 가면 먹을 수 있는 거잖아?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시장에서 직접 먹거리를 고르고 덤으로 살아있는 해산물들 구경까지 하는 것은 나름의 묘미가 있다. 좀 더 신선하고, 좀 더 저렴하고, 좀 더 다양한 해산물을 한자리에서 즐기고 싶다면,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 노량진수산시장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 물론, 호갱이 되지 않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잘 알아보고, 잘 준비해서, 맛있게 즐기다가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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