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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 영화 후기] 푸른 달빛 속의 자신을 찾아서 (스포O) 우리의 삶을 딱 하나의 단어로 규정하자면, 무엇이 될까? 아니, 그전에 이게 가능은 한 일일까? 수만 가지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나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은 힘든 일인데, 딱 한 단어로 나를 표현하라니? 우리는 누군가를 백인, 흑인, 황인으로 정의할 수 있고, 남자, 여자, 소년, 청년, 노인으로도 정의할 수 있으며, 양성애자, 이성애자, 동성애자로도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수식어들은 어떤 개인을 완벽하게 정의할 수는 없다. 우리의 삶은, 그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니까. 여기 한 흑인 소년이 있다.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받다가 어느 버려진 집에 스스로를 가둔 소년. 알고보니 그곳은 지역 마약왕 '후안'의 비밀 마약창고였다. 감히 신성한 마약왕의 약창고에 숨어들어간 소년을, 후안은 그의 여자친구 테레.. 2017. 2. 23.
[핵소 고지 영화 후기] 한 명만 더 구하게 해주소서 총 한 자루 없이 전쟁터 한복판에 내던져진 우리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총탄이 난무하고 수류탄이 빗발치는 곳에서의 공포감은, 물론 우리 세대가 겪어본 적은 없지만 굉장히 강하다. 살기 위해서 총을 쏴야 하고, 살기 위해 대검으로 적을 찔러야 하는 전쟁터. 그곳에 총 한 자루 없는 의무병이 있었다면 이해가 되는가? 그리고 그 의무병이 하룻밤에 무려 70명이 넘는 부상자를 구해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영화 「핵소 고지」는 바로 이 기적을 이루어낸 데스몬드 도스 상병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데스몬드 도스(1919-2006)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신자이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였다. 보통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면 집총(총에 손을 대는 것)을 거부하는 의미에서 병역의 의무 자체.. 2017. 2. 23.
[전시회 후기] 예술로써의 그래피티를 만나다, "위대한 낙서" 쓱싹쓱싹, 치이이익! 예술과 범죄의 아슬아슬한 선을 과감하게 넘나드는 이 행위를 우리는 그래피티(graffiti)라고 부른다. 이탈리아어로 '낙서'라는 뜻을 가진 단어 그래피티는,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예술이 될 수도 있고, 캔버스를 강제로 제공하게 된 건물주에게는 범죄가 될 수도 있는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그런데 무려 '예술의 전당'에서 그래피티를 선보인다고 한다! 이름만 들으면 왠지 고상하기 그지없을 것 같은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위대한 낙서」 전시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전시회는 예술로서의 그래피티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티몬에서 구매할 수 있는 해피아워 입장권을 통해 더욱 저렴하게 가볼 수 있었던 이번 전시회. 예술의 전당 서울서예박물관으로 향하면 양쪽 벽.. 2017. 2. 23.
[전시회 후기] 실용적 천재의 이야기, "포르나세티 특별전" "피에로 포르나세티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익숙하지 않은 이름을 내건 전시회는 종종 우리에게 막연한 어려움과 거부감을 준다. 이탈리아에서는 국보급 디자이너로 평가받는 피에로 포르나세티(1913-1988)는, 우리나라에서는 (심지어 위키피디아에도 등재되지 않았을만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사전지식을 알 수 있는 곳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포르나세티'라는 이름에 더 큰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일까, DDP 지하에 위치한 「포르나세티 특별전」 입구는 세계적으로 이름있는 전시회인 바로 옆 「스미스소니언 사진전」 입구만큼 붐볐다. 입구로 들어가니까 왼편에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은 불독(?) 두 마리의 조각상이 정교하게 디자인된 테이블 위에 놓여져 있었다. 제일 먼저 시선을.. 2017. 2. 21.
[전시회 후기] 거침없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선사하다, "닉 나이트 사진전" 한남동에 있는 디뮤지엄과 통의동에 위치한 대림미술관이 쌍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디뮤지엄 「YOUTH전」 기념품샵에서 대림미술관 굿즈를 발견하고 나서였다. 그러고보니 이상하게 대림미술관하고는 사진전으로 많이 엮이는 기분이 든다. 첫 방문이었던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부터 지난주에 다녀온 디뮤지엄의 「YOUTH전」, 그리고 이번에 찾아가는 「닉 나이트 사진전」까지. 예술하는 친구가 대림미술관을 돈되는 예술만 하는 놈들이라고 호되게 비판하던데, 그래도 나는 대림미술관이 좋다. 나같이 예술 잘 모르는 예알못들에게는 오히려 쉽고 흥미로운 주제들이 더 잘 먹히니까. 대림미술관은 조금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땅값 비싸다고 소문난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미술관이어서 그런가. 티켓부스가 있는 디라운지(D LO.. 2017. 2. 20.
[전시회 후기] 순간을 포착하라! "스미스소니언 사진전" 굳이 어떤 메시지를 담지 않아도, 아름다움 자체로 승부하는 작품들이 있다. '모나리자'가 르네상스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작품이 가지는 강점은 그녀의 온화한 미소 그 자체다. 어쩌면 예술의 본질일지도 모르는 '아름다움'. 굳이 미술이어야만 하는가? 잘 찍힌 사진 한 장도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줄 수 있다.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이 엄선한 사진작품들만 모은 「스미스소니언 사진전」에서라면, 그런 아름다움을, 아름다움만을 여과없이 느낄 수 있을테다. 급하게 점심을 먹고 전시관이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출발했다. 당연히 주말이라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한산하다. 요 며칠 날이 추워서 다들 이불 속으로 숨어버린건지. 「스미스소니언 사진전」과 바로 옆에서 진행되는 「포르나세티 특.. 2017. 2. 19.
[서촌/통인동/맛집] 50년 전통의 중식당 "영화루" 서촌이나 북촌같은 경복궁 주변 마을의 이름을 떠올리면 왠지 전통 한옥이 떠오르고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정말 촌(村)스러운 여행객들이 생각난다. 북촌이야 한옥마을이 있어 대부분 맞는 말이지만, 서촌은 의외로 전통을 대표하는 곳은 아니다. 행정구역상으로 통의, 통인, 사직, 누하, 창성동 등을 엮어 부르는, 고즈넉한 카페와 골목, 자그마한 갤러리들이 모여있는 서촌마을은 전통보다는 근현대가 간직되어 있는 곳으로 꼽힌다. 오히려 북촌 옆 삼청동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라고나 할까. 이 곳에 50여 년동안 전통을 지켜오는 중식당이 있다고 한다. 그 오랜 골목 한구석에 있던 광화문집도 37년밖에 되지를 않았는데, 도대체 50년이나 된 곳의 짜장면 맛은 어떨까? 마침 대림미술관의 「닉 나이트 사진전」을 보러갈 예정이.. 2017. 2. 17.
[월곶/시흥/맛집] 월곶에 숨겨진 보석을 찾아서, "바오스앤밥스" 브로페는 아직 '뭘 해먹고 살아야 하냐'는 고민이 한가득인 비루한 4학년인데, 같은 대학생인 친구 하나는 다년간의 고생을 통해 벌써 자기 가게를 가진 자영업자가 되었다. 지난해 12월 13일에 문을 열었다는, 생전 듣도보도 못한 '월곶'이라는 동네에 있다는 그 전설속의 가게. 한번 가겠다, 꼭 가겠다고 차일피일 미루던 게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갔다. 이대로 미루면 영영 못 갈 것 같아 장장 한시간 반을 달려간 그곳, 경기도 시흥시 월곶동에 위치한 브런치카페 「바오스앤밥스」다. 인천 소래포구를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월곶'이라는 지명을 들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왜 하필 이런 외진(?) 곳에 가게를 차렸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이 친구의 배경과 월곶이라는 곳이 가진 특수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간단.. 2017. 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