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OURNEY/2019 남프랑스 여행

[남프랑스 여행 후기] 3일차 (2): 교황의 도시 아비뇽

by 브로페 2023. 3. 4.

 

💡 엑상프로방스에서 너무 여유를 즐긴 탓인지 아비뇽으로 가는 기차 시간에 늦어버리고 말았다. 열차표를 바꿔서, TER 대신 TGV를 타고 아비뇽으로 향하는 먼 길에 오른다. 초저녁 즈음 도착한 아비뇽은 중세 성곽에 둘러싸인, 고즈넉한 도시였다. 맛있는 저녁과 함께 환상적인 미디어 파사드 쇼를 보며, 프로방스 여행에 시동을 걸어 본다.

 

▼ 엑상프로방스의 반나절 일정이 궁금하다면? ▼

 

[남프랑스 여행] 3일차 (1): 세잔의 도시 엑상프로방스

💡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항구도시 마르세유를 뒤로 한 채 엑상프로방스, 그리고 아비뇽으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세잔의 도시와 중세풍 성곽으로 둘러싸인 도시라니, 겪어보지도 않은 낭

itsbrofetime.tistory.com

 

 

  • 아비뇽으로 갈 땐 TGV를 타보자
  • 교황의 도시 아비뇽
  • 아비뇽을 베이스캠프로 프로방스 여행하기

 

 

2019년 8월 17일(토) 일정 (2) 요약

엑상프로방스 버스 터미널 🚌 엑상프로방스 TGV역 🚄 아비뇽 TGV역 🚆 아비뇽 도착 후 시내구경

 

아비뇽으로 갈 땐 TGV를 타보자

엑상프로방스를 둘러보고 카페에서 조금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예약한 TGV를 타기 위한 시간이 너무나도 촉박해졌다. 넋 놓고 쉬고 있다가 기차를 거의 놓친 셈이다. 우선 급한 대로 TGV 시간을 바꾸고, 이왕 늦은 김에 조금 더 쉬다가 TGV역으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한다.

엑상프로방스에서 아비뇽으로 이동하는 방법이 생각보다 까다롭다. 프랑스 고속열차인 TGV를 타는 방법이 있는데, 문제는 이 엑상프로방스 TGV역이 일반 기차역과 다른 곳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역에는 계속 무궁화호, 새마을호가 운행하고, 저 멀리 수서역을 KTX 전용 역으로 신설한 셈이다. 이 TGV역도 정말 위치가 애매해서, 거의 엑상프로방스와 마르세유 중간에 위치해 있다. 청주와 세종시 사이에 있는 오송역이 이런 느낌일까?

오전에 도착했던 엑상프로방스 버스 터미널에서 6유로(8,000원) 정도를 지불하고 TGV역으로 향하는 L040 버스에 올라타면 TGV역까지 약 20분 가량 소요된다. 아니나다를까, 외곽에 지은 역답게 엑상프로방스의 중후함에 걸맞지 않은 최신식 TGV역이 곧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멀리 지었는데도 이용객 수가 꽤나 많다고 한다. 오송역이 욕먹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30유로(40,000원) 정도의 티켓값을 내면 TGV를 타고 아비뇽으로 향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엑상프로방스 TGV역에서 아비뇽 TGV역까지도 똑같이 20분 정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열차는 정말 엄청난 속도로 아비뇽 TGV역에 도착하는데, 문제는 아비뇽 TGV역에서 아비뇽 시내까지 가려면 또 한 번 열차를 일반 열차인 TER로 갈아타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 TER은 1.6유로 (2,200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다. 오후 느지막이 엑상프로방스에서 출발하면, 넉넉잡아 1시간 30분 정도면 아비뇽 시내에 도착할 수 있다.

 

L'Atelier to Regina Hotel Avignon

 

www.google.com

* 이동 경로 요약: 엑상프로방스 버스 터미널 → 엑상프로방스 TGV역 → 아비뇽 TGV역 → 아비뇽 중앙역 → 아비뇽 시내

 

교황의 도시 아비뇽

아비뇽은 프랑스의 중세시대의 교황청이 있었던 도시로, 중세풍 성벽으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실제로 아비뇽 중앙역에 내려서 아비뇽 시내로 향하면 정문을 둘러싼 중세 성곽을 볼 수 있다. 아비뇽 중심가는 이 성곽 안에 위치한 셈이고, 이로 인해 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아비뇽은 프랑스의 남부 지방인 프로방스의 중심지 중 하나로, 역사적 사건인 아비뇽 유수로 인하여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아비뇽 유수란 쉽게 말해 교황청이 둘로 나뉜 사건으로, 이 도시에서는 바티칸의 교황청과 대립하던 당시 중세 프랑스 왕국의 교황청이 있었다. 그래서 시가지 북쪽에는 아비뇽 교황청이라는, 청사보다는 요새가 더 어울리는 건물이 위치해 있다. 이 땅은 1700년대까지 교황령으로 남아있었다고 하니, 꽤 유럽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도시라고 할 만하다.

중앙역에서 내려 정문을 지나면, 마치 주작대로처럼 교황청까지 일직선으로 뻗은 길이 정갈히 나 있다. 대로를 걷다 보면 오늘부터 이틀을 묵을 레지나 호텔(Regina Hotel)이 눈에 보인다. 역시 시설이 깔끔하고 조식까지 챙겨주는 괜찮은 호텔인데, 이곳에서는 마르세유에서 묵었던 호텔과는 다르게 어메니티도 따로 제공해 준다. 가성비로 따지면 내가 이번 여행에서 묵었던 호텔 중 가장 괜찮았던 곳이다. 적극 추천!

 

Regina Hotel Avignon · 6 Rue de la République, 84000 Avignon, 프랑스

★★★★☆ · 호텔

www.google.com

유럽의 여름은 해가 꽤 늦게 지는 편이다. 하지만 배꼽시계는 어딜 가나 꽤 정확해서, 호텔에 체크인을 마치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온다. 한국인 사이에서 꽤 평이 좋은 Restaurant EAT으로 향한다. 사람 세 명이 동시에 지나갈 정도의 좁은 골목에 위치한 이 레스토랑에서 참치 스테이크와 오늘의 디저트를 주문했는데, 맛이 너무 괜찮았다. 정말 기억에 남는 식사 중 하나였는데, 왜 3코스를 시켜 먹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몇 년이 지난 아직도 막심하다. 단 자리가 많이 있는 레스토랑은 아니므로 식사 시간이 되면 일찍 방문해 보는 것을 권한다.

 

Restaurant EAT · 8 Rue Mazan, 84000 Avignon, 프랑스

★★★★★ · 프랑스 음식점

www.google.com

 

 

  • 생 베네제 다리 (Le Pont Saint Benezet)

가성비 맛집을 뒤로하고 아비뇽의 시그니처 포토 스폿이라고 할 수 있는 생 베네제 다리로 향한다. 교황청 쪽에서 뻗어 론 강을 건너도록 설계된 다리인데, 중간에 반쯤 지었을 때 끊겨 있는 것이 신기한 석조 아치 다리이다. 예전부터 지어놓으면 무너지고, 다시 고치면 도 무너지기를 반복해서 결국 유지 보수를 포기했다는 다리인데, 이 다리를 제대로 보려면 아비뇽 서쪽에 위치한 에두아르드 달라디에 다리(Pont Édouard Daladier)를 건너 북쪽의 강변 공원으로 이동하면 된다. 도보로 20분 정도 걸리는 길이니 저녁 식사 후 마실 나가듯이 가보는 것도 좋다. 강변이라 그런지 제법 많은 사람들이 피크닉 중이기도 하다. 단, 강변이라 한여름에는 많이 습할 수도 있다.

 

Restaurant EAT to Île de la Barthelasse

 

www.google.com

 

  • 아비뇽 교황청 (Palais des Papes), 그리고 미디어 아트 쇼 VIBRATION

아비뇽 교황청은 사실 VIBRATION이라는 미디어 파사드 쇼를 보기 위해 간 곳이다. 현재 교황이 머무는 곳도, 교황령인 곳도 아닌지라 사실 내부는 바티칸의 그것보다는 활기 넘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해가 완전히 지고 나면 이런 공간을 활용하여 미디어 파사드 쇼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인터넷에서 미리 내용을 파악하고 티켓을 구입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프랑스는 미디어 파사드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예전에 스트라스부르에 방문했을 때도 대성당을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 쇼를 인상 깊게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쇼도 내심 기대가 많이 되었다. 심지어 같은 날 아비뇽 시내에서는 HELIOS라는 미디어 파사드 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교황이 한동안 머물렀던 동네인 덕인지 이곳에는 아주 의미 있는 와인이 있다. ‘사토네프 뒤 파프’라는 와인이 그것인데, 교황이 어쨌든 이곳에서 미사를 드려야 했으니 미사용 포도주를 마련해야 했는데, 아무 와인을 사용할 수 없었으니 당연히 이 동네의 양조 산업이 크게 발달했고, 그 이후 ‘교황의 와인’이라 불리며 명성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기념품으로 와인 한 병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면, 이 샤토네프 뒤 파프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아비뇽 교황청 · Pl. du Palais, 84000 Avignon, 프랑스

★★★★★ · 역사적 명소

www.google.com

 

 

아비뇽을 베이스캠프로 프로방스 여행하기

시간을 두고 프로방스 지역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매일 거점을 옮기는 것보다는 아비뇽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이곳을 거점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프로방스에서 여행할 만한 님(Nimes), 아를(Arles), 레보드프로방스(Les-Beaux-de-Provence), 생레미드프로방스(Saint-Remy-de-Provence), 까바용(Cavaillon), 그 외 작은 소도시들까지 모두 아비뇽에서 그리 멀지 않다. 매일 숙소를 옮기는 일이 번거롭다면 아비뇽에 오래 묵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이튿날부터는 위에 적힌 도시들 중 일부를 돌아다닐 예정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앞으로 딱 이틀뿐이라, 동선을 잘 정해야 했다. 고심 끝에 내일은 아를 - 레보드프로방스 - 생레미드프로방스를 거쳐 다시 아비뇽으로 돌아오기로 했고, 그다음 날에는 작은 소도시들을 둘러보는 사설 투어를 하기로 했다.

미디어 파사드 쇼가 끝난 뒤, 호텔로 가는 길은 이미 밤 11시가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주 복작복작했다. 중앙 광장은 늦은 식사를 하는 사람들, 회전목마를 타고 노는 아이들, 맥주나 와인을 간단히 한 잔 걸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고된 일정을 마치고 술 한 잔 하기에도 좋은 아비뇽이야말로 최고의 베이스캠프가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 고흐의 도시 아를 여행이 궁금하다면? ▼

 

[남프랑스 여행 후기] 4일차: 고흐의 도시 아를과 빛의 채석장

💡 아비뇽을 거점으로 삼아 프로방스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다. 반 고흐가 사랑한 도시 아를과, 그 옆의 돌산에 위치한 레보드프로방스는 모두 반고흐의 유산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사실상 반

itsbrofetime.tistory.com

 

 

재미있게 보셨다면 공감 버튼 / 댓글 남겨주세요!
컨텐츠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