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Book, Film, Game, and Media28

[아가씨] 아름다운 막장 사기극 사실 박찬욱의 영화를 잘 알지는 못한다. 기껏 챙겨본 게 『올드보이』나 『박쥐』, 『설국열차』 정도였을 뿐이다. 이 영화도 사실 처음 들었을 떄는,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동성애 영화"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도 울림을 주는 영화는 솔직히 아니다. 어른들의 유희를 담은 오락영화의 느낌이었달까.스토리는 사기로 뒤덮여있다. 하정우가, 김민희가, 김태리가, 서로 속고 속인다. 긴박하지는 않지만, 해학적이면서도 아름답다. 사기에 로맨스가 겹쳐지니, 그렇게 보이는 걸까. 사랑을 이용한 사기극. 테마를 참 잘 잡았다. 그럼에도 일반적인 치정극으로 끝나지 않는 건, 동성애 코드가 있어서 그런 걸까.이 영화에서 울림을 주는 한 가지는 음악이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아는 들판의 도주씬에서 .. 2016. 6. 26.
[곡성]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이야기 원래 공포영화를 잘 보지 못하는 편이다. 어느 정도냐면, 마지막으로 영화관에서 본 공포영화가... 2003년에 개봉한 여고괴담 3: 여우계단이었을 정도니까. 간간이 공포영화를 보기는 봤다. 그래도, 그 어두컴컴한 영화관에서 공포영화를 보는 상상을 하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깜짝깜짝 놀래키는 소리와 영상, 정말 별로였다.몇 주 전, 곡성이 개봉했다. 20세기 폭스가 배급했다길래, "오 뭐 엄청나게 무섭나보지? 그럼 보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눈도 닫고 귀도 닫았다. 그런데 이 영화, 심상치 않았다. 연일 늘어나는 관중수와 인터넷에서 떠도는 무시무시한 스포일러들 때문에 온통 곡성으로 난리였다. 곡성 군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될 정도였다고 하니까,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떤 .. 2016. 6. 7.
[엑스맨: 아포칼립스] 킬링타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내가 봐 왔던 영화에 대해 후기를 남기는 글이지만, 이번 엑스맨만큼 느낀점을 찾기 힘든 영화도 드물 것 같다. 영화는 그냥 킬링타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고, 스토리도 왠지 엉성하게 진행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2000년대에 나왔던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들은 그나마 어떤 주제의식이라도 조금이나마 담겨있었다면, 이번 편은 그냥 떄리고 박고 부수는 영화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 같다.기존의 엑스맨 영화는 인간과 뮤턴트간의 갈등을 중점적으로 그리면서, '프로페서 X'라 불리는 찰스 자비에의 신념인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이념을 보여주려 했었다. 기존 시리즈에서는 크게 3개 집단이 서로 갈등하는데, 찰스 자비에(프로페서 X)로 대표되는, 세상과 공존하려는 돌연변이 집단과, 에릭 랜셔(매.. 2016. 6. 5.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편은 신중하게 들어라 (스포 O)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DC코믹스 이야기지만, 슈퍼맨은 절대선을 상징했고, 사실상 미국을 대표하는 히어로였기 때문에 1960년대, 특히 냉전 기간에 잘나가던 캐릭터였다. 냉전 시대의 미국은 항상 옳아야 했던 존재였으니까. 그런데 그 냉전이 끝나고 나서, 특히 80년대와 90년대를 지나면서, 히어로물에 선과 악의 절대적인 구분이 없어진다고 했다. 어떤 히어로도 절대선이 될 수 없고, 어떤 빌런들도 절대악이 될 수 없다는 그런 논조는 배트맨의 성찰에서 뚜렷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그 이후 나온 최근의 히어로물들(DC와 마블을 총망라한)에서의 악역들은 대부분 사연을 곁들이고 있다. 악역들은 히어로의 행동으로 인해 뭔가를 잃은 사람들이던지, 아니면 자기만의 주관이 뚜렷하다던지(대부.. 2016. 5.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