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에게도 밀려오는 권고사직: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권고사직, 정리해고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4~50대의 정년이 임박한 인원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이 진행되었다면, 이제는 젊은 세대도 그 물결을 피해 가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철밥통 직장이 점점 사라지는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한국의 권고사직: 점점 상시로 일어나고 있다
• MZ세대가 겪는 권고사직
• 인사담당자들이 바라보는 권고사직 브이로그
• 한 인상깊었던 브이로그: 의연하게 대처하는 권고사직
• 그래서 권고사직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 권고사직은 아니었지만, 회사가 나를 원하지 않았을 때의 대처 경험

 

한국의 권고사직: 점점 상시로 일어나고 있다

내 부모님 세대만 하더라도 한번 직장은 영원한 직장이요, 또 하나의 가족 같은 존재였다.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입사하면 정년까지 보장되는 고도성장의 사회에서 성장했을 그들에게 해고는 너무 먼 나라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IMF가 모든 것을 바꾸어버렸다. 중소기업, 대기업 할 것 없이 인력 감축의 바람이 불었고, 수많은 직장인들이 일자리를 잃는 경험을 해야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권고사직, 정리해고는 국가 경제에 크나큰 위기가 왔을 때나 한 번씩 일어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사회가 또 한번 바뀌었다. 언제든 큰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기업들은, 가장 유연하지 못한 자원인 인적자원을 통제하는 것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 미국과 달리 해고가 굉장히 어려운 우리나라에서, 전략적인 채용과 퇴직만이 인건비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어느새 우리는 권고사직이 반쯤 일상화된 사회에 살게 되었다. 기업이 도산할 위기에 굳이 처해 있지 않더라도 상시로 인력을 내보내는 것은 어쩌면 어려운 해고라는 법령을 회피하기 위한 일종의 편법이 아닐까 싶다.

나는 첫 커리어를 대기업 계열 5성급 호텔의 채용 담당자로 시작했다. 대기업의 울타리가 호텔 인력을 따뜻하게 감싸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실제로 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채용 담당자였던 동시에, 그들 중 대다수를 내보내는 선봉에 있던 퇴직 담당자이기도 했다.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나는 400여 명의 채용을 담당하였고, 그중 약 340명 정도에게 퇴직을 통보해 본 경험이 있다. 중간중간 일어난 권고사직도 지켜보았음은 물론이다. 회사가 어려워서 그랬냐고?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었다.

 

MZ세대가 겪는 권고사직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이런 영상을 보았다. 권고사직, 정리해고의 바람이 MZ세대에도 강하게 불고 있다는 뉴스 영상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첫 젊은 세대의 권고사직은 10여 년 전쯤 일어난 두산인프라코어의 정리해고 사태였다. 선망하는 선배들이 들어가던 꿈의 직장이 어느 날 신입사원에게도 권고사직을 권유했다는 기사가 떴을 때, “이제 정말 평생직장은 없겠구나”란 생각이 머릿속에 강하게 박혔다. 그래도, 대학생이었던 나에게 아직은 먼 이야기로만 느껴졌었다.

요즘은 MZ세대가 많이 다니는 스타트업에서도 이러한 권고사직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주변 친구들의 직장에서도 경기 침체가 일어나며 흉흉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팀이 통째로 날아갔다느니, 직원의 80%를 감축해서 사무실이 텅 비었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항상 어디든 옮겨갈 수 있어야 한다는 노마드의 자세가 다시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위 영상에서도 나오듯이 많은 또래들이 권고사직을 당하고 있고, 이를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표현하고 있다. 권고사직을 당하기 전 폭풍전야와도 같은 사무실의 분위기, 인사팀과의 미팅 이후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에 이르는 감정의 변화 등, 사실상의 정리해고를 겪은 느낌을 있는 그대로 솔직히 풀어내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영상에 나오는 모두가 이전 직장보다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인사담당자들이 바라보는 권고사직 브이로그

그런데 이 권고사직 영상을 몇개 찾아보면 은근한 공통점이 보인다. 바로 인사팀에 대한 적대감이다.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퇴직 혹은 계약종료 통보를 할 때 거의 대부분의 직원에게서 좋은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으니까. 권고사직, 혹은 퇴직을 당하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을 때, 대부분 인사팀 전체에 적대감을 대놓고 표출하고는 한다. 어쩌겠나, 해고의 첨병에 서 있는 사람인데, 힘들겠지만 인사팀에서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기는 하다.

다만 이 영상들을 보는 인사 담당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아 보인다. 주위의 인사담당자들에게 이 영상을 공유했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냉담했다. “이젠 임직원 브이로그도 관리해야 하는 세상이 왔다”, “회사 비방, 상사 비방을 대놓고 하다니”, “업무 시간에 일은 안 하고 산책이나 다닌다” 등 그다지 좋은 말이 들리지는 않았다. 같은 현상을 두고도 입장에 따라 보는 시선이 다른 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어느 집단이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권고사직을 당하는 입장에서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하고, 그것이 일견 인사 담당자에게는 좋지 않은 모습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본인들도 수도 없는 짜증과 분노를 받아야 했을 텐데 오죽했을까) 나를 솔직하게 풀어내는 MZ세대의 모습과 옥석을 가려서 사람을 다루어야 하는 인사 담당자들의 간극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슬기로운 자세로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권고사직에 대처해야 할까?

 

한 인상깊었던 브이로그: 의연하게 대처하는 권고사직

문득 오래 전 보았던 한 영상이 떠올랐다. 미국에서 회사 생활을 하는 어느 분의 유튜브인데, 우리나라의 권고사직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미국식 정리해고를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알다시피 미국에는 권고사직이란 없다. 인력 감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든다면 그 즉시 해고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해고는 정말 순식간에 일어나기 때문에, 나의 주변을 정리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고 바로 회사에서 내쫓긴다. 어떻게 사람과 사람이 그럴 수 있냐고 묻지만, 태평양 건너의 회사 생활과 우리네의 회사 생활이 같기가 더 힘든 것이 사실이다. 다만 대량 해고가 존재하는 덕분에 대규모 채용도 이루어지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파격적인 유연함이 깃든 미국의 직장 생활이다.

영상을 보고 놀랐던 것은 해고 통보를 받은 분의 자세였다. 물론 통보를 받을 당시에는 얼마나 화가 나고 슬펐겠는가. 하지만 영상 속의 주인공은 놀라움, 슬픔, 떨림 가운데서도 상당히 의연하게, 그리고 침착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대처를 해갔다. 이미 여러 번 Lay-off를 겪어보신 분이라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영상과 대본의 톤이 차분했다는 것이 인상깊은 점이었다. 결국 지금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다시 일하고 계시니, 인생사 새옹지마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권고사직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두 영상을 비교하며 보다가 문득 권고사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물론 이 권고사직은 수 개월 전부터 예고하며 찾아올 수도 있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다. 아래와 같이 준비해 본다면, 권고사직이 내 인생에 주는 충격에서 조금은,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적어본다.

회사도 나도 영원하지 않다는 마인드셋

사실상 대한민국에서 정년을 보장해주는 사기업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날고 기는 대기업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철밥통 대기업들도 (기름집, 통신사 등) 정년이 다가오는 직원은 성과와 상관없이 눈엣가시가 된다. 그러니 회사가 나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에 버리는 것이 좋다. 정리해고는 회사의 위기에서 비롯될 수도 있고, 당신이 성과가 좋지 않아서 찾아올 수도 있으며, 반대로 당신의 연봉이 너무 높아서 찾아올 수도 있다. 회사는 언제든 떠날 수 있어야 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항상 주지하고 있는 것이 좋다. 다만 그것이 곧 일을 대충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바로 다음에 설명해 놓았다.

주기적인 커리어 업데이트

회사가 나를 책임지지 않는다고 해서 일을 대충 해도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 일이 곧 나의 커리어로 연결되고,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커리어를 발판으로 이직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은 최소한 주기적으로 내 커리어를 업데이트해야 한다. 분기별, 반기별도 좋다. 내가 어떤 일을 했고, 그 일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어떤 성과를 내었는지 등을 착실히 준비해 두자. 포트폴리오가 중요한 직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주기적 업데이트가 중요하다. 이직할 타이밍이 되었을 때 부랴부랴 준비하는 것보다 더 나은 이유는, 언제 불어닥칠지 모르는 정리해고의 바람 때문이다.

권고를 받았다면, 시간을 벌어보자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나의 총보상과 연관이 있다. 내가 속한 곳이 있는 상태에서 직장을 옮길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연봉 협상은 많은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A와 B 두 사람이 똑같이 권고사직을 당한 상태에서, A는 빠른 퇴직을 선택하고 실업급여를 받으며 이직 준비를 한다. 반면 B는 인사팀과의 협상을 통해 약 1~2개월 정도시간을 벌고 그 사이 이직을 준비한다. 포인트는, 이직하려는 회사가 내 상황을 얼마나 파악하느냐, 누가 연봉 협상에서 갑이 되느냐이다. 내가 돌아갈 곳이 없는 A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연봉 인상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겉보기에) 돌아갈 곳이 있는 B라면 연봉 인상은 조금 더 수월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러한 경우를 옆에서 본 적이 있다. 권고사직의 타깃이 된 한 디자이너 분이 너무나도 엉뚱하게 우리 팀 (즉 인사팀)으로 발령이 났다. 대놓고 나가라는 소리였지만 여차저차 팀장님과의 면담을 통해 이직처를 알아보기 전까지는 취업 상태를 유지해 준다는 딜을 받았고, 그렇게 결과적으로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하실 수 있었다. 물론 회사 상황에 따라 이러한 타협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을 것이고, 그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얘기는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혹시나 권고사직 제의를 회사로부터 받은 경우, 정말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결과는 어쩔 수 없는 퇴직이다. 하지만 인사 담당자와의 협상을 통해 퇴직까지의 시간을 벌어보는 것을 한번 고려해 봄직하다. 법령 상 해고가 아닌 이상 권고사직의 경우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회사에서 버티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게 정년까지 버티라는 말이 아니라, 이직까지의 시간, 즉 한두 달 정도를 벌어보라는 말이다.

불필요한 갈등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수없이 많은 퇴직을 통보해 본 경험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직원이 있다. 약 60여 명의 인턴을 집에 보내야만 했던 날, 대부분의 인턴들은 당연히 얼굴에 불편한 기색이 가득하고, 일부는 너무나도 쏘아붙이는 말투로 나에게 이것저것을 따졌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작성한 퇴직 통보 메일을 보내고 퇴근하던 길에는 심지어 길에서 펑펑 울고 있는 인턴도 마주쳐야만 했다. 개중 일부는 오히려 무신경해 보일 정도로 의연했는데, 애초에 이 호텔에 큰 기대가 없었을 수도 있겠다.

반면 어떤 분들은 (조리팀에서 일하던 분들이었다) 사무실을 직접 찾아와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하다며, 혹시 어느 부분에서 평가가 미흡했는지를 정중히 물어보았다. 그분들에게는 수십 분 이상 면담을 하며 면접 평과 결과, 직책자의 피드백, 인적성검사의 결과 등을 상세히 알려주었던 기억이 난다. 단언컨대, 이 분들에 대한 레퍼런스 체크가 들어왔다면 나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채용을 적극 추천했을 것이다. 맺음이 좋은 인간관계는, 비록 지속되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 나에게 새로운 기회를 줄지 모른다.

물론 권고사직이나 정리해고가 불편한 상황이고, 당하는 입장에서 매우 화가 날 만한 상황인 것은 맞다. 그렇다고 불필요한 갈등을 구태여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생각보다 내가 속한 업계는 좁고, 언제 누구에게 나에 대한 레퍼런스 체크 요청이 올지 모른다. 마음속에서 끓고 있는 분노를 조금 가라앉히고, 권고사직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에서 조금 더 차분히 응해보는 것을 권한다. 혹시 아는가? 그 대화가 어느 날 나에게 좋은 레퍼런스가 되어 돌아올지?

 

권고사직은 아니었지만, 회사가 나를 원하지 않았을 때의 대처 경험

권고사직까지는 아니었지만, 얼추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이 두 번 있었다. 신입사원 때부터 수많은 채용과 퇴직을 담당했던 경험 덕인지, 회사의 기류가 나의 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는 것은 회사 생활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회사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과 함께 데이터 분석가를 육성한다고 했을 때, 그것이 회사의 미래라고 생각해서 사내공모에 지원했고 운 좋게 합격해서 지금의 커리어를 이어올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기조가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고, 데이터 활용 역량을 중요시하던 회사는 갑작스럽게 투자 전문 회사로의 선회를 꾀했다. 그리고 데이터 조직은 순식간에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물론 겉으로는 DT가 중요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꾼다고 계속 말했지만, 회사의 분위기가 바뀐 것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시작은 모시던 데이터 담당 임원의 전출이었다. 자회사의 더 높은 직급으로 영전하셨지만 우리 팀은 그것을 데이터 조직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였다. 순식간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회사의 기류를 파악한 모두는 다들 살 길을 찾아 선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제일 먼저 회사를 탈출했고, 누군가는 원래 있던 조직으로 돌아갔으며, 누군가는 회사의 기류에 맞는 투자 조직으로 이동했다.

데이터 분석가의 길을 놓고 싶지 않았던 나는, 자회사로 영전하신 임원의 요청을 받아 그쪽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는 적어도 내가 필요해 보였고, 데이터를 사용하려는 어느 정도의 의지가 보였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어느 정도 연봉의 조정과 함께 커리어를 연속해서 가져갈 수 있었던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 다시 돌아보았을 때, 그 데이터 조직은 송두리째 사라졌고, 몸담았던 이들 중 80% 이상은 커리어를 좇아 다른 회사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권고사직이나 정리해고는 아니었지만, 회사의 흐름이 내 직무를 어떻게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경험이었다.

 

한 때 인사 담당자였던 입장에서, 그리고 권고사직과 비슷한 경험을 해보았던 입장에서 글을 써보았다. 물론 권고사직과 정리해고는 한 개인에게는 아주 충격적인 일생일대의 사건일 수 있다. 그렇기에 이 글을 쓰는 것이 마냥 쉽지는 않았고, 혹여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운 점도 있다. 하지만 권고사직 그 이후를 준비하는 데 있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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