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정겨움, 아파트 알뜰장터

 

💡 퇴근길이나 이른 저녁에 집에 들어가는 길이면, 간단하게 저녁을 사서 들어갈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침 집 근처에 토요일마다 서는 아파트 알뜰장터가 있어, 오랜만에 구경도 하고 맛있는 저녁거리도 구해서 집에 들어갔다.

 

 

• 도시의 정겨움, 아파트 알뜰장터
• 우리 동네 장터, 상계주공6단지 알뜰장터
• 가끔은 마트 말고 장터를 찾아볼까

 

 

도시의 정겨움, 아파트 알뜰장터

나는 어린 시절을 일산신도시에서 보냈다.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한국의 정겨움이란 “길거리에 가판대를 깔고 농수산물을 팔던 전통시장”을 의미했고, 각종 신도시를 빽빽이 메운 아파트 대단지는 도시 거주민의 삭막함을 나타내는 상징이었다. 신도시에는 정겨움을 느낄 전통 시장은 없었다. 기껏해야 구일산으로 올라가면 겨우 나오는 일산시장이 전부였달까?

그로부터 20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니, 아이러니하게도 이젠 아파트도 신축과 구축이 나뉘어, 신축 아파트는 구축 아파트보다 더 삭막해졌다고들 한다. 어째서인고 하니, 요즘 신축 아파트는 주위를 온통 담으로 둘러싸고 차량의 진입도 쉽지 않게 만들며, 아파트 주민들끼리만의 폐쇄적인 커뮤니티를 운영하기 때문이란다. 구축 아파트는 단지 내에 차량의 통행이 많지만, 그로 인해 한 가지 정겨운 삶의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아파트 알뜰장터가 바로 그것이다. 일부 구축 아파트의 경우, 일주일에 1회 정도 노점들이 특정 공간에 들어와서 하루종일 시장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음식도 팔고, 생필품도 팔고, 농수산물도 가져와서 파는 모양이 영락없는 시장의 모습이긴 하다. 신축 아파트는 아예 단지 내 지상층에 차도가 존재하지 않는 곳이 많다. 아예 그런 장사를 할 공간 자체가 없다는 뜻이다.

 

우리 동네 장터, 상계주공6단지 알뜰장터

상계동 주민인 내가 가장 많이 접하는 알뜰장터는 바로 상계주공 6단지 아파트에 서는 장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단지를 관통하는 도로에 아파트 알뜰장터가 서며, 이 주위 아파트 중에서는 유일하게 알뜰장터가 서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토요일만 되면 6단지 주변이 북적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알뜰장터가 4호선 노원역 출구와 아주 근접해 있어, 퇴근길이나 지하철을 이용하여 외출하고 오는 길에 이용하기가 꽤 편하다. 어제는 그곳에서 반찬거리와 저녁 식사를 구입했다. 요즘은 노점과 함께 푸드트럭도 오는데, 꽤 흥미로운 디저트나 간식을 파는 경우가 많아 지나갈 때마다 구미를 당기게 만든다.

반찬가게에서는 세 종류의 반찬을 샀다. 내가 좋아하는 반찬들인 메추리알장조림, 검정콩, 새우볶음을 샀는데, 깔끔하게 미리 소분해 두고 파는 것이 퍽 믿음이 간다. 작은 통 기준으로 통당 5,000원으로, 일주일 정도 먹는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큰 통으로도 소분해놓고 있여 4인 가족이 먹기 충분한 양으로도 판매하고 있다.

 

재택근무 중 식사용으로 반찬을 사고 이제 오늘의 저녁을 살 차례다. 옛날통닭을 파는 집에서 닭강정을 같이 팔고 있어 잽싸게 구입했다. 닭강정과 옛날통닭 모두 튀겨놓은 상태에서 주문을 받고, 다시 한번 튀겨서 내주는 형식으로 팔고 계셨다. 옛날통닭의 경우 닭의 크기에 따라 가격을 이원화하여 판매하고 있다. 닭강정은 양념과 후라이드 두 맛을 팔고 있었고, 나는 제일 작은 닭강정을 하나 구입했다.

 

두 번째 저녁거리는 타코야끼다. 타코야끼와 와플을 함께 파는 이곳은 부녀지간으로 보이는 두 분이 함께 장사하고 계셨다. 9개와 15개 중 선택할 수 있고, 오리지널/매운/치즈맛 3가지를 판매하고 있다. 아무래도 요즘 배달 앱에서 유행하는 타코야끼 배달 전문점보다는 맛의 종류가 매우 덜하지만, 맛있으면 그만이다. 와플의 경우 바닐라/초코/딸기맛 3가지를 2,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와플은 저녁으로 별로 땡기지 않기 때문에, 오리지널맛 15개를 구입해서 집으로 들고 간다.

 

가끔은 마트 말고 장터를 찾아볼까

시장에서 산 음식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집으로 향하면 뭔가 기분이 좋다. 양이 엄청 많거나 아주 고급진 음식은 아니지만, 시장에서의 복작복작함, 따뜻한 온기를 집으로 함께 들고 가는 느낌이랄까? 다행히 닭강정과 타코야끼 모두 아주 맛있었다. 특히 타코야끼는 너무 겉을 바삭하게 구워주셔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주위에 이런 간이 시장이 있다면 한 번 들러보자. 요즘 시장들은 나름대로 트렌드를 반영하려 하는 노력이 보여서, 생각보다 새롭고 맛있는 음식을 저렴히 구할 수 있다. 닭강정이나 타코야끼가 그렇진 않았지만, 지나가는 길에 뭔가 신기한 토핑을 넣은 호두과자 푸드트럭을 보았다. 옛 음식과 새로운 시도가 함께 힘을 내는 곳, 아파트 알뜰장터는 그만의 매력이 있는 곳이다.

 

상계주공6단지아파트 알뜰장터는 노원역 2, 5번 출구에서 가장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매주 토요일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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