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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Book, Film, Game, and Media

[터널] 영화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by 브로페 2016. 9. 25.



「내부자들」이 나오고, 사람들은 "에이 그래도 설마 현실이 저렇겠어?"라고 의심했다. 일년도 채 되지 않아,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거다. 우리는 개돼지가 되었고, 재벌가 회장은 몰래 성매매를 하며, 언론은 정부에 아첨하기 바쁘다. 영화가 정말 현실적일 때, 오히려 사람들은 더욱 절망하게 된다. 

그래서 「터널」은 외줄을 참 잘 탄다. 영화는 정말 현실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영화같다. 「터널」이 보여주는 사고, 그 사고의 피해자, 그 피해자의 가족, 피해자를 구해야 하는 구조대, 그 구조대 머리꼭대기에 있는 정부, 이 모든 것을 세상에 알리는 언론. 이 모든 건 누가 봐도 감독이 노렸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현실적이다. (김혜숙의 목소리마저...) 하지만 이 모든 설정이 너무나 현실적이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이야기의 큰 물줄기마저 현실적일 수는 없었다.

원작 소설은 영화보다 더 현실적이어서, 사실 나같은 사람은 "그냥 소설이랑 같은 결말 쓰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랬더라면 사람들은 영화관 안에서마저 너무나 불편했을 것이다. 「카트」가 그런 경우였던 것 같은데, 일반적인 새드엔딩도 아니고 '암울'엔딩 수준으로 영화를 끝내버리니 사람들이 도무지 위안을 얻을 수 없었을 거다. 그 현실적이고 불편한 드라마 「송곳」조차도 암울한 엔딩은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오히려, 「터널」처럼 적당히 타협을 하면 사람들이 둘 다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누가 봐도 당연히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위안을 얻는, 그런 영화. 왜, 원래 그냥 사이다 마시면 금방 질려도, 고구마 잔뜩 먹고 나서 사이다 벌컥벌컥 들이키면 더 상쾌하잖아. 병주고 약주는, 그런 묘한 매력이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