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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Book, Film, Game, and Media

[밀정] 현실을 바꾸는 건 행동하는 사람들

by 브로페 2016. 9. 25.


의열단 열풍이다. 「암살」에서 멋드러지게 나온 의열단이 「밀정」을 통해 또다시 조명된다. 그 시대라면, 독립운동이라면 항상 있었을 많은 소재 중, 이번에도 이중간첩이라는 떡밥이 튀어나왔다. 과연 그 새끼는 진짜였는가? 「밀정」은 그래서 액션보다는 스릴러에 더 가까운 영화다. 

「애니매트릭스」에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기계들에 의해 정복된 세상에서, 일부 지상에 남아있는 인간들은 기계를 납치해 개조해서 자신들을 위해 싸우게 만든다. 물론 단순한 프로그래밍은 아니고, 고도로 복잡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발적으로 협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이건 로봇이건 그 무엇이건, 속에 내재된 무언가를 포착하고 끄집어내서 그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것. (인셉션?) 생각보다 영화에 많이 쓰인다. 그만큼 흥미로운 소재라는 얘기인가.

아무튼, 현실로 돌아와서, 의열단은 개별적인 활동만 놓고 보면 사실 그렇게 효과적이진 않았다고 한다. 폭탄은 불발이 나기 일쑤였고, 어떤 경우에는 무고한 민간인을 죽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사실 그 시절 독립운동 자체가 굉장히 열악했고, (그 의미를 떠나서) 효과 자체는 굉장히 미미했다. 아이러니한 건, 이런 작은 행위들이 결국 어떻게든 독립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따져볼까. 의열단이 없었으면 한인 애국단도 없었을 것이고, 윤봉길 의사 또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중국 국민당과 장제스는 포츠담 선언에 조선의 독립을 넣지 않았을 것이고, 어찌어찌 독립은 됐더라도 과연 더 나았다고 할 수 있었을까?

작은 행동들의 합은 결코 수학적이지 않다. 그깟 폭탄이 뭔가 해도, 독립을 만들어 낸 건 순국선열들의 작은 몸부림들의 합, 그리고 그 합이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다. 인간의 행동은, 결코 1+1이 2라는 결과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 결과는, 3이 될 수도, 4가 될 수도, 어쩌면 10000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