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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맛집] 37년 전통의 김치찌개 식당 "광화문집"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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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맛집] 37년 전통의 김치찌개 식당 "광화문집"

브로+페는 브로페 2017. 2. 8. 09:00

예전에 친한 형님 따라서 친구들과 함께 갔던 기억 하나만 가지고 있는데, 그 때 아마 점심을 먹고 가서 음식에 손을 대지 않았던 것 같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 집은 꽤나 전통있고 유명한 집이었는데,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 때 음식에 손을 대지 않았는지 매번 후회하고 있었다. 마침 광화문에 전시회를 보러 간 김에 다시 찾아볼까 해서 세종문화회관 뒷골목을 헤집고 다녀서 찾은 「광화문집」.

 세종문화회관 뒷편 광화문역 사거리에서 후미진 골목을 찾아들어가면 이렇게 「광화문집」이 나온다... 라고 하면 아무도 못 찾을 것 같다. 다음 지도나 네이버 지도에 '광화문집' 치면 그냥 나오니까 찾아보고 들어가자. 그렇게 골목이 복잡하고 어렵지는 않다. 아, 점심이나 저녁시간에 맞춰서 찾아가면 아마 높은 확률로 웨이팅을 해야 할테니, 시간 여유가 없다면 아예 일찍 가던지, 저녁시간 지나고 한 7~8시 사이에 가던지 하면 그나마 조금 한가하다. 80년대 스타일의 촌스러운 간판이 정겹게 우리를 맞아준다.

 기다려야 하는 이유는 별거 없다. 주위 직장인들에게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인데다 공간이 매우 비좁기 때문이다. 사실상 저렇게 테이블 5개 있는 게 끝. 주방은 더 좁다. 2층이 있다고는 하는데, 도대체 어디로 향해야 2층인지도 모르겠고, 2층에 자리가 있었다면 나보고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지는 않았을텐데. 아무튼 한 5분 정도 기다렸다가 운 좋게 빨리 앉게 되었다. 삼삼오오 오는 곳에 혼자 4인 테이블을 독차지하려니 조금 미안하기는 하다. 다음에는 친구 한 명이라도 데려와야지.

 자리에 앉아서 김치찌개를 시키자마자 1분만에 냉큼 내오신다. 미리 여러 개 만들어두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불 위에 놓아서 덥혀먹는 식이다. 김치찌개야 어차피 신김치 넣어서 만드는 거, 신선함을 돋보이게 하려는 쇼는 그닥 의미가 없다. 게다가 여기는 어차피 허름한 곳인 것을 알고 오는 사람들이잖아? 그래도 어느 정도 덥혀놓긴 했는지 불에 올리자마자 바로 보글보글 끓기 시작한다. 불도 일반적인 이동식 가스레인지를 쓰지 않고 어디선가 가스를 끌어다 쓰신다. 

 그냥 딱 정석인 김치찌개다. 불필요한 것들 다 빼고 김치, 파, 두부, 돼지고기가 끝이다. 화려하고 다채로운, 김치찌개는 그런 수식어가 붙는 음식은 아니다. 그래서 어느 고급 요리, 맛집이라는 느낌보다는 친구 자취방에서 이것저것 넣어서 끓여먹는 김치찌개의 느낌이 강하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 그래도 스팸은 넣어야 하지 않을까? 아, 참치도 있으면 좋고. 손님 주제에 이것저것 따지는 게 많다.

 밑반찬도 별거 없다. 여느 고급 식당이라면 분명히 나왔을 콘샐러드나 장조림같은 밑반찬을 「광화문집」에서 찾으려 하면 안 된다. 어차피 나는 밑반찬 자주 건드리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이런 거야,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 공기밥은 김치찌개를 시키면 기본으로 한 공기가 나오고, 그 다음부터 추가할 때는 1,000원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나는 시키지는 않았지만, 옆에 있던 다른 테이블들에서는 보통 반주 정도는 많이들 걸치는 것 같다. 

 솔직히 대단한 맛을 기대하고 「광화문집」에 온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당신이 먹고 있는 이 음식이 김치찌개라는 것을 명심하자. 이건 그냥 서민들이 자주 먹는 그 음식이다. 여기서 김치찌개 먹나, 백주부네 「새마을식당」에서 7분 김치찌개 먹는 거나 별 차이는 없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맛있는 편이다. 너무 맵지도, 짜지도 않으면서 적당한, 그러니까 중상과 상 사이 어딘가의 맵고 짠 김치찌개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김치가 너무 커서 한 입에 먹기 힘들다는 점? 김치나 고기나 두부나, 썰어내온 것이 퍽 마초 스타일이다.

 김치찌개 외에도 계란말이, 제육볶음과 생두부를 팔고 있다. 혹시나 밑반찬이 적어서 허전하다면 계란말이 하나 정도는 더 시켜도 좋다. 그런데 식사하면서 얼핏 엿듣기로는 한 테이블에서 주문할 때 제육볶음과 돼지김치찌개는 같이 주문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아마 주방에 불이 부족해서 하나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인가보다. 여러 음식을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요소가 되겠지만, 그것도 골목길 맛집의 묘미 중 하나라고 생각하자.

 올해로 37년째를 광화문이라는 서울의 중심부에서 살아오고 있는 「광화문집」. 광화문 광장과 세종대로에 나가면 온통 거대하고 위압감을 뽐내는 건물들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덩치 큰 건축물 사이에도 의외로 지붕낮은 곳들이 있고, 그 속에는 비좁고 허름하지만 어떻게든 살아가는 식당들이 있다. 그래서 「광화문집」은 10년 후, 20년 후에도 저 간판을 걸고 있었으면 좋겠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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