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Book, Film, Game, and Media

[문라이트 영화 후기] 푸른 달빛 속의 자신을 찾아서 (스포O)

by 브로페 2017. 2. 23.

 우리의 삶을 딱 하나의 단어로 규정하자면, 무엇이 될까? 아니, 그전에 이게 가능은 한 일일까? 수만 가지 수식어를 갖다 붙여도 나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은 힘든 일인데, 딱 한 단어로 나를 표현하라니? 우리는 누군가를 백인, 흑인, 황인으로 정의할 수 있고, 남자, 여자, 소년, 청년, 노인으로도 정의할 수 있으며, 양성애자, 이성애자, 동성애자로도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수식어들은 어떤 개인을 완벽하게 정의할 수는 없다. 우리의 삶은, 그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니까.

 여기 한 흑인 소년이 있다.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받다가 어느 버려진 집에 스스로를 가둔 소년. 알고보니 그곳은 지역 마약왕 '후안'의 비밀 마약창고였다. 감히 신성한 마약왕의 약창고에 숨어들어간 소년을, 후안은 그의 여자친구 테레사와 함께 오히려 더욱 따뜻하게 돌본다. '샤이론'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흑인 소년, 알고보니 엄마는 약쟁이였고 학교에서는 게이라고 놀림받는다. 하나 있는 친구 '케빈'에게는 이상한 감정을 느끼고, 다른 친구들에게는 여전히 괴롭힘을 받는 청년 샤이론. 모종의 사건으로 교도소에 다녀온 후, 샤이론은 마약왕이 되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영화 「문라이트」는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진다. 소년 시절의 성장을 다룬 1부 '리틀', 청년기의 방황을 다룬 2부 '샤이론', 그리고 마약왕이 된 성인 샤이론을 다룬 3부 '블랙'으로 나뉘는 이 구성은, 시기마다 주인공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자랐는지를 보여준다. 소년기에는 그를 '리틀'이라고 부르던 마약왕 후안과의 만남이, 청년기에는 '샤이론 너는 누구냐'며 묻던 친구 케빈과의 교류가, 그리고 성인기에는 케빈이 붙여준 벌명 '블랙'으로 돌아가느 그 스스로의 고뇌가 모두 하나의 이야기로 엮인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문라이트」는 그럼 어디서 등장한 것일까? 샤이론의 어린 시절 후안이 해주었던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단어다. 원래 쿠바에서 살았다는 후안, 달빛이 환한 밤에 뛰어놀고 있으면 이웃의 할머니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달빛 속에선 흑인 아이들도 파랗게 보이지." 피부색이 검은 흑인을 파랗게 만들어주는 달빛, 그 달빛이 비치는 순간, 샤이론은 그 어떤 흑인도 아닌 샤이론 자체가 된다. 「문라이트」는, 새파랗게 빛나는 샤이론 본인을 찾는 하나의 성장영화이다.

 각 파트마다 '샤이론'을 연기하는 배우가 각기 다르다. 이 배우들의 연기, 특히 성인이 된 샤이론을 연기하는 트레반테 로데스의 연기를 유심히 지켜보자. 금이빨로 무장한 성인 샤이론은 평소엔 마약왕 후안과 같은 무섭고 당당한 포스를 풍기다가도, 자신의 옛 친구인 케빈을 다시 만나자 영락없는 어린 시절의 샤이론으로 돌아온다.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고, 말을 조금씩 더듬는, 어쩌면 원래의 모습이었을 지도 모르는 샤이론. 푸른 달빛에 비친 진짜 샤이론의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어느 한 단어로 정의되지 않는, 우리의 삶과도 같은 모습이다. 그는 '흑인'으로도, '게이'로도 정의되지 않는 '샤이론' 그 자신이다.


언젠가는 무엇이 될 지 스스로 결정해야 해. 그 결정을 남에게 맡기지 마.
At some point, you gotta decide for yourself who you're going to be. Can't let anybody make that decision for you.



평점
★★★★☆



재미있게 보셨다면 공감버튼 눌러주세요 :)
(로그인하지 않아도 누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