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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EY/2016 오사카 2박3일

[일본/오사카 2박3일 여행] 04 구로몬 시장, 또 하나의 먹자골목 (와규/부타동)

by 브로페 2017. 2. 3.


일본의 시장 음식은 어떨까?

 아침식사를 끝낸 시간이 오후 2시. 아니, 점심먹을 시간이 지났잖아(...)! 하고 급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아침배는 아침배고, 점심은 점심만의 위장이 따로 있다. 그게 바로 먹방 여행자의 숙명이다. 늦은 아침을 먹었다고 절대 점심을 걸러서는 안 된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겨우 24시간밖에 남아있지 않다.

 도톤보리에도 먹을 것이 많지만, 한번 눈을 돌려 시장으로 가볼까 한다. 짧은 거리지만 소화도 할 겸, 일본의 시장음식은 어떨지 구경도 할 겸, 발길을 오사카 최고의 식자재 시장인 구로몬 시장으로 옮긴다. 19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는데, 우리나라 광장시장이랑 비슷한 느낌일까? 음식은 또 어떨까? 구로몬 시장은 도톤보리에 인접해 있으며, 도톤보리 중심으로부터 도보로 5~10분 정도만 걸으면 되는 곳에 위치해 있다.


눈이 즐거운 구로몬 시장

 시장은 역시 일본답게 깔끔한 것을 뺴고는 우리나라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구로몬 시장 역시 호객하는 상인들과 흥정하는 고객들이 붐비는 곳이다. 좀 더 정돈된 것이 눈에 띄는데, 과일가게가 대형마트같이 되어 있다던지, 화장실 안내판이 여기저기 친절하게 붙어있다던지 하는 풍경에서 일본 느낌을 읽을 수 있었다. 시장 주제에 인포메이션 센터(!)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시장은 음식 파는 재미로 가는거라, 저런 것들보다도 음식이 금방 눈에 띈다. 식자재들을 파는 곳도 있고, 바로 조리해서 주는 곳도 있다. 튀김, 회, 생선, 해산물, 고기, 채소, 과일 등등 정말 없는 게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마음같아서는 전부 다 하나씩 먹어보고 싶었지만, 돈도 돈이고 배도 배니까. 시간만 충분하면 한 이틀 죽치고 앉아서 먹고 싶다.

와규는코베야: 즉석 와규구이

 간단하게 먹을 게 없을까 하며 블로그를 찾아보는데(시장 주제에 와이파이마저 빵빵하다), 와규(일본 소고기)를 즉석에서 구워주는 정육점이 있다고 한다. 세상에나, 매번 고기를 먹으려면 2~3만원씩 지출해야 헀는데, 낮은 가격으로 소고기를, 그것도 일본 와규를 먹을 수 있다니! 다른 건 이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즉석에서 와규를 구워준다는 정육점 「와규는 코베야」로 향한다.

이미 여러 중국인 손님들이 고기를 먹고 있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저 수많은 고기들 중에서 먹고 싶은 고기를 고르면, 점원이 그 자리에서 (마치 시식코너마냥) 고기를 구워준다. 뭘 고를지 고민이 된다면, 가장 싼 걸(...) 고르자. 어차피 저가여행자의 입맛은 그렇게 고급질 수가 없다. 와규 먹는 것에 감지덕지 해야 할 판이니까. 제일 낮은 곳에 있는 와규 한 접시를 골라 계산한다. 점원이 계산을 해주고 바로 뜯어 구워주기 시작한다.

 내 고기 굽는 스타일을 딱히 말하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미디엄으로 잘 구워주신다. 매대 옆에는 허브솔트(?)같은 향신료도 있으니까 알아서 간 맞춰서 먹으면 된다. 와규 한 조각을 골라 입에 싹 넣고, ......, 이게 바로 소고기구나. 감격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아니 사실 오바 좀 보탠거고, 그냥 좀 더 맛있는 소고기다. 한우와 비슷하게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는 그런 고급 소고기의 맛이다. 이걸로 배 채울 생각은 안 했지만, 점심 식욕 돋우기에는 더할나위 없는 고급진 에피타이저다.

와규는 코베야 와규 한 접시 ¥866
평점 ★★★★★
GOOD 만원의 행복
BAD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없어진다


천지인: 역시 한국인은 밥에 삼겹살이지

 소고기가 맛있기는 한데, 가격도 나쁘지 않은데, 양이 너무 적다. 역시 고기를 양으로 승부하려면 소고기가 아니라 돼지고기로 승부를 봐야 하나보다. 그래서 말이 나온 김에, 구로몬시장에서 유명한 부타동(돼지고기 덮밥) 맛집, 「천지인」으로 향한다. 하늘과, 땅과, 사람의 맛을 담아 부타동을 만든다는 뜻인가... 

 모토무라 규카츠에서도 느꼈지만, 일본의 유명한 식당들은 대개 작은 가게들이다. 모토무라 규카츠도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고, 천지인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 1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참고로 그 때 시간이 2시 30분. 나같은 여행자들이나 밥 먹으러 돌아다닐 시간인데도 식당 앞에 몇 명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오래 기다리지는 않으니까, 기다렸다가 들어가서 자판기로 부타동 하나를 주문한다.

저렇게 돼지고기가 밥 위에 한가득 올려져 있다. 딱히 곱배기를 시킨 것도 아니었는데, 돼지고기가 생각보다 양이 푸짐하다. 하나하나 데리야끼 소스(?)로 간이 되어있고 엄청나게 두툼하다. 이 크고 아름다운 삼겹살들을 밥이랑 같이 먹느라 좀 혼나긴 했다. 그래도 만약 내가 배가 고픈 상황이었다면 부타동은 정말 든든할 것 같다. 직장인들 점심식사로 돼지고기 삼겹살 먹는 게 흔치 않은데, 여기 직장인들은 좋겠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돼지고기랑 밥이 한꺼번에 나오니까. 그래도 와규처럼 미친듯이 맛있는 건 아니다.

천지인 부타동 1그릇 ¥790
평점 ★★★☆☆
GOOD 두툼한 고기와 든든한 양
BAD 아흑.... 너무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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