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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Daily Life

[전시회 후기] 그 시대의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 "클림트 인사이드"

by 브로페 2017. 2. 13.

 「~ 인사이드」 시리즈로 개최되는 전시회는 내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전시회 스타일이다. 실제 예술품들을 걸어놓는 정적인 전시회와 달리,  「~ 인사이드」 시리즈는 배경음악과 영상, 그리고 빛을 적절히 활용해서 관객들이 더 몰입하게 만드는 재주를 부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미디어아트 전시회'라고 부른다. 사실 시리즈라고 해봐야 이번이 두번째일 뿐이지만, 첫번째 전시회였던 「반 고흐 인사이드」에 너무나 빠져들었기 때문에 두번째 전시회인 「클림트 인사이드」도 망설임없이 예매하게 되었다. 

 「클림트 인사이드」는 성수동 S-FACTORY라는,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곳에 있었다. 아마 성수동에 있는 수많은 문화예술인을 위한 공간 중 하나겠거니, 하고 찾아가는데, 누가 팩토리 아니랄까봐 공업사 밀집지역 한가운데 위치해있다. 이런 곳에 예술공간이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주위는 번잡하고 골목은 좁았다. 공사장 펜스에 붙어있는 포스터와 화살표를 보고서야, 대략의 위치를 가늠할 정도.

매표소로 향해서 입장권을 발권받으면, 생각치도 못한 커피 20% 할인권을 함께 준다. 사전에 이런 프로모션을 미리 알렸다면 사람들이 더 많이 왔을텐데. 평일, 그것도 월요일 오후라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는 않다. 「반 고흐 인사이드」는 시도때도없이 사람이 많아서 문화서울역284 밖에 줄이 엄청 길었던 것 같은데.

 전시회 입구에 들어서면 구스타프 클림트의 시그니처 색인 황금빛 LED등이 우리를 맞이한다. LED등은 반고흐 인사이드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 소재였는데, 「클림트 인사이드」에서는 꽤나 빈번히 나오는 소재로 등장한다. 빛이라는 소재를 더욱 강렬하게 보여주기 위한 소재일뿐일까? 아니면 반 고흐보다 좀 더 현재와 가까운 시점에 살았던 클림트를 설명하기 위한 소재일까? 

 클림트의 작품들을 설명하는 미디어아트들이 상당히 현대적인 느낌을 풍긴다. 흰 빛을 풍기는 LED등과 함께하는 첫 전시는 마치 영화 「트론」을 보는 느낌이다. 배경에 깔리는 음악도 반 고흐전 풍의 몽환적 느낌이 아닌, 강렬하고 비판적인 현대적 음색을 뽐낸다. 당시에도 구스타프 클림트는 굉장한 아웃사이더로 유명했다. 오죽하면 그의 분리파 화풍이 아르누보와 모더니즘 사이에 갇혀버린 고립된 화풍이라고 평할까.

 이 전시에 등장한 작품에는 상당히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빈 대학교 천장 패널화를 의뢰받은 구스타프 클림트는 각각 '철학', '의학', 그리고 '법학'에 해당하는 그림을 그려야 했다. 그런데 그는 대학교 측이 기대한 철학, 의학, 법학의 가치들을 벽화에 녹여내지 않고, 오히려 그 원래 가치에 반하는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그림을 그려버렸다. 대학 내에서는 엄청난 반대를 불러일으켰으나, 역으로 대학 밖에서는 큰 호평을 받았다는, 역시 아웃사이더라는 평을 들을만 한 에피소드다. 당시 미술계의 입장에서 구스타프 클림트는, 마치 데스메탈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모든 예술은 에로틱하다(All art is erotic)." 구스타프 클림트는 또한 에로티시즘으로 유명했다. 보수적인 시대에 파격을 달린 예술가라면, 또한 외설적일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추측이다. 사실 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 '외설적'은 성적으로만 개방되어 있다는 뜻은 아니다. 위의 에피소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는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전통적인 가치를 비틀어 표현한다. 그것 또한, 당시의 예술계로서는 또 다른 외설로 받아들였을테다. 물론 성적으로도 개방적인 화풍이었음은 당연하다.

 어쩌면 모든 예술이 에로틱하다는 저 말은, 사실 앞에 그의 이름을 붙여야 더 어울리겠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모든 예술은 에로틱하다."

모든 예술이 에로틱하다는 네온등 글귀를 넘어서 아랫층으로 내려가면, 웬 휘황찬란한 유리궁전이 우리를 기다린다. 클림트의 무슨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다는데, 글쎼. 미디어아트라고 치부하기에는 상당히 난해한 작품이다. 도무지 뭘 말하려는건지. 그냥 팀랩월드처럼 사진 찍을만한 좋은 스팟으로 만들어 둔건지. 후자라면 아마 지나치게 상업적이라는 이미지를 피할 수 없을테다.

 실제로 안에 들어가보면, 유리와 거울을 적절히 섞은듯한 벽으로 몽환적인 광경이 펼쳐진다. 마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나오는 스타게이트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예쁜 사진을 찍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장소지만, 도대체 이 LED빛과 유리거울에 반사 투영된 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에로틱하다는 수식어답게 구스타프 클림트는 여성의 초상화를 많이 그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제일 유명한 아델-블로흐-바우어 부인의 초상화 외에도 수많은 여성의 초상화가 있다. 어떤 작품들은 매우 사실적이지만, 어떤 작품들은 오히려 추상적이다. 아마도 계속적으로 본인의 화풍을 정립해나가는 와중에 여러 초상화들을 그린 것이 아닐까? 생각보다 이 초상화들은 그닥 에로틱하지는 않다. 정갈해야 했을 안주인들의 모습을 에로틱하게 그렸다면, 엄청난 후폭풍을 견뎌야 했을 테니까.

 다만 클림트의 초상화, 더 넓게 나가서 그의 많은 작품들에는 그만의 특징이 있다. 반쯤 풀어진 눈의 여성들이라던지, 선명하지 않고 오히려 뿌옇게 나타낸, 마치 벽화를 보는 듯한 작품들, 얼굴은 사실적이지만 그에 비해 매우 추상적인 드레스. 그러니까 위의 작품만 보더라도, 아르누보풍 배경과 드레스에 사실주의적인 얼굴을 가진 그의 그림은 어느 한 화풍에 치우치지 않는 그만의 스타일이 있는 셈이다. 물론 그것을 따로 뗴어 '분리파'라고는 하지만 그닥 주목받는 화풍은 아니라고 한다. 

 그의 외설적인 스케치 전시를 지나면 구스타프 클림트의 역작, 「키스(KISS)」가 마지막에 등장한다. 저것은 음... 키스가 맞긴 한데, 이상하게 입이 아닌 목에다가 키스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다보니까, 자꾸 키스 그 자체보다는 오히려 애무의 일종으로 보이기도 한다. 야동을 너무 많이 본 탓인가... 젖가슴과 음부를 드러낸 다른 그림들보다 오히려 이 작품이 더 외설적으로 보이는 것은 나뿐인가.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전시회답게 기념품샵에 VR로 구스타프 클림트를 체험할 수 있는 컨텐츠와 장비가 준비되어 있다. 한가한 시간에 가면 빠르게 즐길 수 있다. 다른 고전적인 전시회에 비하면 상당히 흥미로운 점이다. 엄청나게 방대한 컨텐츠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한 3분 정도면 빠르게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기념품은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굿즈들을 파는데, 미디어아트 전시회의 특성상 배경음악으로 쓰인 곡들을 모아 앨범으로 내어 판매한다. 「인사이드」 시리즈의 전작인 「반 고흐 인사이드」의 스페셜 앨범은 재고는 많이 없다는데, 어쨌든 판매는 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보다 전작의 음악이 훨씬 좋았다고 생각하던 터라, 망설임없이 두 앨범을 전부 살 수 있었다. 아마 전시회를 몰입해서 본 사람들이라면 그 음악들도 뇌리에 깊이 남아있을테다.

 마지막으로, 입장할 때 받았던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카페가 있다. 이게 생각해보니 참 웃긴 게, 20% 쿠폰을 받은 이상 이 카페에서 음료 한 잔 사마시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 같다. 20% 할인 쿠폰을 적용해도 가격이 그렇게 착한 편은 아니지만, 시간 여유가 된다면 잠시 앉아 커피 한잔 즐기면서 전시회의 여운을 즐기는 건 어떨까? 어쨌든, 그 쿠폰을 쓰지 않는다면 돌아서서 후회할 수도 있으니까.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 전시회는, 예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즐기기에는 다른 고리타분한 전시회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작품 그 자체로 예술가의 뜻을 설명하려는 기존의 전시회와는 달리, 미디어아트를 활용하는 전시회는 온갖 설정을 동원해서 작품의 뜻과 작가의 생각을 전달하려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클림트 인사이드」는 저번 전시회보다는 조금 난해하거나 조금 평이했던 것 같다. 어떤 섹션은 너무 기존의 전시회같았고, 어떤 섹션은 너무 현대미술같이 어려웠다. 조금 더 신경을 썼다면 재미있었을텐데. 아무튼 전작만큼의 쇼크는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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