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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Daily Life

[월곶/시흥/맛집] 월곶에 숨겨진 보석을 찾아서, "바오스앤밥스"

by 브로페 2017. 2. 16.

 브로페는 아직 '뭘 해먹고 살아야 하냐'는 고민이 한가득인 비루한 4학년인데, 같은 대학생인 친구 하나는 다년간의 고생을 통해 벌써 자기 가게를 가진 자영업자가 되었다. 지난해 12월 13일에 문을 열었다는, 생전 듣도보도 못한 '월곶'이라는 동네에 있다는 그 전설속의 가게. 한번 가겠다, 꼭 가겠다고 차일피일 미루던 게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갔다. 이대로 미루면 영영 못 갈 것 같아 장장 한시간 반을 달려간 그곳, 경기도 시흥시 월곶동에 위치한 브런치카페 「바오스앤밥스」다.


 인천 소래포구를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월곶'이라는 지명을 들어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왜 하필 이런 외진(?) 곳에 가게를 차렸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이 친구의 배경과 월곶이라는 곳이 가진 특수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난개발로 엉망이 된 '월곶동'을 살리기 위해 '빌드'라는 지역재생 스타트업이 나서서 오픈한, 브런치카페이자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 바로 「바오스밥스다. 더 자세한 내용은 내가 직접 썰을 풀 수가 없으니, 짧은 영상으로 대체한다. 


 그렇기에 가게는 뭔가 으리으리한 곳에 있지는 않다. 월곶동의 한 해변가 상가건물 4층에 위치한 「바오스앤밥스」, 간판은 잘 보이지 않고 아랫층은 브런치카페와는 영 맞지 않는 식당과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당장 아래 사진만 보더라도 민물장어집 간판이 더 눈에 확 띄는 정도이니까. 눈대중으로 찾아올 때는 저 민물장어 간판을 보고 찾는 게 더 빠를 지경(...)이다. 

 그래도 일단 레스토랑이 위치한 4층에 도착하면, 꽤나 따뜻한 느낌의 원목 간판이 손님들을 맞이한다. 정갈한 글씨체와 황색의 따뜻한 느낌이, 네온사인 간판에 지친 눈을 정화시키는 듯 하다. 브런치카페라고 브런치만 파는 것은 아니고, 정확히는 브런치카페 겸 카페 겸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고 보면 된다. 원래 브런치카페라는 게 다 그런 곳인가?

 내부가 생각보다 넓다. 청년들이 모여서 시작한 점포라기엔 상당히 규모가 있는 레스토랑이다. 식당 내부 역시 원목을 사용한 식탁과 밝은 조명으로 아늑함을 선사한다. 바깥에 보이는 건물들과 바닷가는 차갑고 어두운데, 그래서인지 레스토랑의 따뜻한 기운이 더욱 부각되는 느낌이다. 조금만 더 꾸민다면 마치 갤러리로도 사용할 수 있을 듯한 내부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공간 한 켠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키즈존이 자리잡고 있다. 아이를 데려오는 부모님들을 위한 큰 배려인 셈.

 친구가 운영하는 곳에 왔다면, 메뉴는 당연히 지인추천 찬스(...)를 써야 한다. 어차피 네가 운영하는 가게인 거, 제일 자신있는 메뉴를 내오도록 해라! 는 무언의 압박. 커플을 노리고 만든 의도가 다분한 2인 세트를 추천하기에 주저없이 주문했다. 가격이 조금 비싸긴 한데, 일몰 후에 보게 될 야경을 생각한다면 그닥 비싸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생맥주와 와인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2인 세트에는 샐러드, 고르곤졸라 피자, 시그니처 메뉴인 밥스 스테이크, 그리고 택1로 고른 새우허브버터 먹물파스타가 나온다. 음식 사진의 반은 조명이 담당한다고, 사진이 기가 막히게 찍힌다. 음식 또한 굉장히 훌륭했다. 조금 더 보태자면, 음식마다 뭔가 2%씩 다른 저만의 특색이 있다고 할까? 고르곤졸라 피자야 어딜가든 꿀맛으로 먹는 것이니 그렇다치고, 샐러드와 스테이크, 그리고 파스타가 굉장히 독특했다. 

 샐러드는 채소보다는 드레싱이 맛을 좌우하는데, 여타의 레스토랑과는 달리 이 샐러드는 유자드레싱을 사용해서 드레싱 특유의 새콤함과 유자의 달콤함을 버무려냈다. 피클도 직접 담가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한식당으로 치면 중국산 김치를 안 쓰고 직접 담근 김치를 내오는 셈이다. 채소 위주의 음식을 이렇게 색다르게 즐겨본 것은 꽤 오랜만이었다(참고로 브로페는 육식성애자다).

 시그니처 메뉴인 밥스스테이크 역시 다른 스테이크들과 뭔가 다른 점이 있다. 안은 분명히 레어인데, 스테이크의 겉은 매우 바삭바삭하다. 추측으로는 아마도 겉을 직화로 익힌 것 같은데, 르꼬르동블루 출신 셰프의 숨겨진 레시피가 있을테니, 우리는 그냥 즐기기만 하자. 겉과 속이 다른 이 낮져밤이같은 밥스스테이크, 나쁜남자의 치명적인 매력이 숨겨져 있다.

 먹물 파스타 역시 한번 포크로 집어든다면 어라? 하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가 흔하게 떠올리는 파스타 면발은, 탱탱하긴 한데 뭔가 축 쳐지는 그냥 일반적인 면발이다. 그런데 「바오스앤밥스」의 파스타 면발은 마치 라면 면발같이 울긋불긋하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그냥 면발은 긴생머리고 「바오스앤밥스」 파스타의 면발은 스핀스왈로펌을 먹인 파마머리 정도? 식감이 굉장히 독특하다. 셰프님 말씀으로는 볶고나서 삶았다나, 삶고 나서 볶았다나... 어쨌든 이색적인 파스타임에는 틀림이 없다.

 「바오스앤밥스」에 왔다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야경이다. 레스토랑이 위치한 월곶동 반대편의 인천논현동에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유려한 스카이라인이 탄생했는데, 날씨가 맑을 때는 일몰 풍경도 상당히 괜찮다고 한다. 멀리서 보는 인천논현동의 풍경을 보고 있자면 마치 부산 마린시티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 쉽다. 시흥, 그것도 엄청나게 외진 월곶이라는 동네에 이런 야경이 숨어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겠지. 브런치카페라고는 하지만, 왠지 브런치를 먹으러 오면 안될 것 같다.

 야간에는 가끔 사장님(정확히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권한으로 암전 이벤트도 열린다. 별건 아니고, 9시 즈음해서 레스토랑의 불을 전부 소등하는데, 이 때 바깥 경치가 장난이 아니다. 식탁 위에는 캔들 하나만 빛나고 있고, 바깥에는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이 바다에 비쳐서 한층 더 황홀하다. 그래서 「바오스앤밥스」는 더더욱, 애인과 함께 와야 한다. 마침 월곶동에는 모텔도 많다는데...

사실 서울에서 찾아가기에는 거리가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다. 그래도 오늘 알게 된 교통편 이용 팁을 적자면, 절대로(절대로) 지하철을 타고 서울에서 오려 하지 말자. 4호선을 타고 오이도역까지 가서 다시 수인선으로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니까. 대신 서초, 교대, 강남역을 통과하는 M6410 광역급행버스를 타면 강남역에서 무정차로 40분 정도 걸린다. '풍림아파트상가' 정류장에서 내려 3분 정도 걸으면 바로 찾을 수 있다. 

 단순히 좋은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지역주민들과 함께한다는 취지에서 만든 브런치카페 「바오스앤밥스」. 좋은 뜻으로 시작한 레스토랑이 음식도 맛있고 경치도 멋지다. 지역재생을 꿈꾸는 '빌드'의 뜻을 굳이 이해하지 못해도, 「바오스앤밥스」는 레스토랑 본연의 기능 그 이상을 보여주는 곳이다. 곧 학교로 돌아가야 해서 자주 찾기는 어렵겠지만, 그만큼 자주 생각은 날 것 같다. 다음에는 소래포구와 패키지로 하루종일 돌아다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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