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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Daily Life

[전시회 후기] 순간을 포착하라! "스미스소니언 사진전"

by 브로페 2017. 2. 19.

 굳이 어떤 메시지를 담지 않아도, 아름다움 자체로 승부하는 작품들이 있다. '모나리자'가 르네상스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작품이 가지는 강점은 그녀의 온화한 미소 그 자체다. 어쩌면 예술의 본질일지도 모르는 '아름다움'. 굳이 미술이어야만 하는가? 잘 찍힌 사진 한 장도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줄 수 있다.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이 엄선한 사진작품들만 모은 「스미스소니언 사진전」에서라면, 그런 아름다움을, 아름다움만을 여과없이 느낄 수 있을테다.

 급하게 점심을 먹고 전시관이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출발했다. 당연히 주말이라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한산하다. 요 며칠 날이 추워서 다들 이불 속으로 숨어버린건지. 「스미스소니언 사진전」과 바로 옆에서 진행되는 「포르나세티 특별전」 티켓을 같이 구매하면 할인 혜택이 있으니, 굳이 미리 예매해가지 않아도 할인된 가격에 두 전시회를 즐길 수 있다.

 입구를 통해 들어서자마자 강렬한 사진이 눈에 띈다. 분명히 이전에는 초승달 사진이겠거니 하면서 지나쳤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저게 달의 크기는 아닌 것 같다. 금환일식을 지켜보는 사람을 찍은 이 사진은 일년에 한번 있기도 힘든, 게다가 한번 일어날 때 아주 짧게 일어나는 그 현상의 순간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런 것을 두고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은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고 정의한다.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고, 머리로도 이해할 수 없다. 정말로 '단지 가슴으로만 느낄 수 있다.'

 INDESCRIBABLE 섹션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 찰나의 순간을 담은 사진들이 모여있다. 사진 하나하나를 분석하려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사진을 좋아하고 전문적으로 찍는 사람들은 색감, 조도같은 것들을 생각하면서 작품을 보겠지만, 작품이 주는 경외감이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그냥 가슴으로 받아들이듯이 감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다. 

 CLOSE UP: 말 그대로 가까이 당겨서 본다는 것이다. 클로즈업 섹션에서는 인간의 시선으로는 보기 힘든, 그보다 더 작은 세상을 촬영한 사진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작은 동물과 곤충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오묘한 순간을 포착한 사진들이 주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치는 것들에 마치 인간같이 감정이 실려있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이를테면, 천진난만하게 장난을 치고 있는 무당벌레라던가, 라섹 수술을 앞두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고양이(...)라던가.

 마지막 섹션이기도 한 BRIGHT AS THE SUN은 단순히 '밝은' 사진들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우리를 '밝게' 빛내는 그 모든 순간들, 그러니까 곧 인간의 모든 희노애락을 담고 있는 이 섹션은 당연하게도 주로 우리의 삶 그 자체를 보여준다. 스포츠에 대한 열정, 따사로운 어느 날의 낮잠, 천진난만하거나 유쾌한 사람들, 조금은 힘겨워보이는 순간들까지. 사실은 그 모든 것이 우리의 삶을 더욱 빛나게 하는 순간들임을 깨닫게 해주는 마지막 섹션은 경이로우면서도, 한편 인간적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들이 많은 만큼 기념품샵에서는 도록과 엽서가 인기 상품으로 꼽힌다. 마침 모든 작품들을 담은 도록이 할인 행사를 하고 있으니, 여운이 길게 남는 사람들은 한 권 구매해보면 어떨까? 전시관 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유쾌한 기념품들도 함께 걸려있으니,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찾아보자. 

 찰나의 순간을 담은 사진들을 보고 있자면 많은 생각이 든다. '저 사진은 도대체 어떤 상황이었을까', '저 사진을 영상으로 바꾼다면 어땠을까'같은 생각부터,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영화의 후반부에 나오는 사진작가의 이야기까지. 사진은 순간이라서 아름다운 것일까, 연속된 장면이어서 아름다운 것일까? 그래도 오늘만큼은, 찰나의 순간을 담았기에 아름다웠던 것이라고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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