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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53

[터널] 영화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내부자들」이 나오고, 사람들은 "에이 그래도 설마 현실이 저렇겠어?"라고 의심했다. 일년도 채 되지 않아,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거다. 우리는 개돼지가 되었고, 재벌가 회장은 몰래 성매매를 하며, 언론은 정부에 아첨하기 바쁘다. 영화가 정말 현실적일 때, 오히려 사람들은 더욱 절망하게 된다. 그래서 「터널」은 외줄을 참 잘 탄다. 영화는 정말 현실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영화같다. 「터널」이 보여주는 사고, 그 사고의 피해자, 그 피해자의 가족, 피해자를 구해야 하는 구조대, 그 구조대 머리꼭대기에 있는 정부, 이 모든 것을 세상에 알리는 언론. 이 모든 건 누가 봐도 감독이 노렸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현실적이다. (김혜숙의 목소리마저...) 하지만 이 모든 설정이 너무나.. 2016. 9. 25.
[부산행] 좀비나 인간이나 좀비영화에 빠지게 된 계기는 아마 「28일 후」였던 것 같다. 좀비영화의 기본, 클리셰, 이런 건 잘 모르겠고, 박진감 넘치게 뛰어다니는 좀비, 어떻게든 거기서 살아남으려는 인간들, 그 모습이 공포스럽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너무나 현실적이기 때문에 더 몰입할 수 밖에 없었다. 최근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좀비영화는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졌으며, 간혹 「R.E.C.」같은 수작도 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 영화계에서 좀비영화를 기대하기는 힘들었었다.「부산행」이 한국 영화계에 한 획을 긋긴 했다. KTX라는 꽤 괜찮은 소재, 생각보다 정교해서 놀랐던 좀비 CG, 그리고 배우들의 괜찮은 연기라던지. 몇 가지 옥의 티를 빼면(그건 어느 영화에서든 있기 마련이니까) 부산행은 꽤 괜찮은 좀비영화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2016. 9. 25.
[정글북] 아름답고 색달랐던 클래식의 귀환 언젠가부터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클래식 애니메이션들을 실사로 리부트시키기 시작했다. 『말레피센트』, 『신데렐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리고 드디어 『정글북』이 개봉했다. "무조건 해피엔딩"이라는 디즈니의 신념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애니메이션들이 실사영화로 바뀌면서 내용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주인공은 무조건 착하고, 악당은 무조건 나쁘다'는 공식이 깨져버린 것이다. 『말레피센트』의 주인공은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아니라, 악한 마법사로 그려졌던 말레피센트였다. 그리고 영화는 꽤 균형감있게 공주와 말레피센트 사이를 넘나들었다.『정글북』은 사실 『말레피센트』만큼 내용이 많이 바뀌지는 않는다. 다만 내용이 전작 애니메이션에 비해 디테일해졌고, 마냥 유쾌한 정글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2016. 6. 27.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 국뽕 가득한 킹아메리칸 영화 일단 말해두자면,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내가 좋아하는 류의 영화감독은 아니다. 생각할 거리를 거의 주지 않고 액션과 CG에만 치중하는 영화를 너무 양산해낸다. 『스타게이트』가 그랬고, 『투모로우』가 그랬으며, 『10,000 B.C.』가 그랬다. SF는 좋아하는 편이고 자주 찾는 편이긴 한데, 똑같은 SF영화여도 여운이 강하게 남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와는 달리, 롤랜드 에머리히의 영화는 영화관 밖으로 나가는 순간 모든 결론이 내려져 있다. 그럼에도, CG를 활용해 지구를 박살내는 특기는 높이 사줄 만 하다. 뭔가 모를 카타르시스라고 해야 하나. 그의 영화는 하나같이 일단 지구를 박살내는 것부터 시작하니, 일반적인 킬링타임 영화로는 이만한 영화가 없다. 스토리야 오글거리고 앞뒤가 안맞아도 일단 다 부숴.. 2016. 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