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박찬욱의 영화를 잘 알지는 못한다. 기껏 챙겨본 게 『올드보이』나 『박쥐』, 『설국열차』 정도였을 뿐이다. 이 영화도 사실 처음 들었을 떄는,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동성애 영화"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도 울림을 주는 영화는 솔직히 아니다. 어른들의 유희를 담은 오락영화의 느낌이었달까.
스토리는 사기로 뒤덮여있다. 하정우가, 김민희가, 김태리가, 서로 속고 속인다. 긴박하지는 않지만, 해학적이면서도 아름답다. 사기에 로맨스가 겹쳐지니, 그렇게 보이는 걸까. 사랑을 이용한 사기극. 테마를 참 잘 잡았다. 그럼에도 일반적인 치정극으로 끝나지 않는 건, 동성애 코드가 있어서 그런 걸까.
이 영화에서 울림을 주는 한 가지는 음악이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아는 들판의 도주씬에서 나오는 음악은, 아직 발매되지는 않았지만 영화를 잘 나타낸다고 본다. 아름답지만 무거운, 왠지 위기가 있을 것만 같은, 그럼에도 다시 결국에는 아름다운.
누군가가 고맙게도 피아노로 대신해주셨다. (출처: Youtube Jae Jae의 채널)
배우개그가 소소하게 나온다. 조진웅, 하정우, 김해숙은 영화 『암살』에서 호흡을 맞춘 사이인데다, 묘하게도 『아가씨』 역시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하와이피스톨은 거기서나 여기서나 속사포를 엿먹인다. 『암살』에 대입해서 보는 건 또 하나의 소소한 재미가 아닐까.
그리고 준코... 준코는 아무도 잊지 못할 것이다. 준코가 누구인지는, 영화를 본 사람만 알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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