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2박3일을 뒤로 하고 벌써 출국날 아침이 밝았다. 전날 늦잠자느라 시간 날린 걸 생각해서 오늘은 조금 일찍 일어났다. 그런데 보통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배가 고프거나 그냥 아무렇지 않거나, 이 둘 중에 하나 아닌가? 왜 나는 아침에 일어났는데 배가 부르지? 아, 어제 그렇게 돼지같이 먹어댔구나... 어제 심각하게 불태우긴 했다.
스시잔마이: 골라먹는 스시
호스텔에 나와 다시 도톤보리로 향한다. "아직 출국까지 5시간이나 있어. 어제같이 하면 세 끼 정도 먹을 수 있을거야"라는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면서 어젯밤 찾아둔 스시집 「스시잔마이」로 향한다. 선택에 큰 의미는 없었다. 「시장스시」는 와사비 테러 때문에 당연히 제외했고, 기타 맛집이라는 스시집도 아침에 문을 열지 않았거나 했기 때문에, 그냥 내키는대로 향했다. 그래도 일본인데, 스시가 맛없는 집이 있겠어?
「스시잔마이」는 회전초밥집은 아니다. 메뉴판을 보고 먹고 싶은 스시를 "이거 몇개, 이거 몇개" 이런 식으로 주문하면 위 사진에 보이는 넓은 접시에 초밥을 담아다 주는 시스템이다. 일본어를 몰라도 메뉴판에 사진이 같이 있으니까 주문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그래도 몇 가지 자기가 좋아하는 초밥 이름 정도는 알아가면 좋다. 이를테면, 연어는 '사루몬(영단어 salmon을 그대로 읽은 것)'이나 '사케', 참치는 '마구로', 새우는 '에비'다.
「스시잔마이」의 스시는 밥보다 위에 올라간 회가 더 크다. 보통은 위아래로 다 덮이고 양 옆은 밥이 보이는데, 여기는 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횟감을 아주 크게 썰어서 초밥을 만든다. 덕분에 똑같이 배를 채워도 더 맛있게 배를 채운 느낌이 난다. 초밥 자체는 엄청나게 신선한 맛은 없지만, 그냥 평균 이상 정도의 맛을 자랑한다. 도톤보리 대로변에 있어 굳이 골목진 초밥집을 찾아가기 귀찮을 때 아주 괜찮은 곳이다.
스시잔마이 스시 ¥1,254
평점 ★★★★☆
GOOD 배를 밥 말고 회로 채울 수 있는 곳
BAD 사실 아침에 먹을 땐 선택권이 없다
551호라이: 일본에서 중국풍 만두를?
이제 진짜 도톤보리는 안녕. 맛있었던 추억을 뒤로 하고 센니치마에 거리를 건너 난바 역으로 향한다. 그런데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았다. 출국 비행기는 2시에 뜨는데, 스시를 먹고 났을 때는 아침 10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대충 계산을 때려보니까, 여기서 아직 한 시간은 더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뭘 또 먹어야 하나, 하고 두리번거리다가 마침 그저께 봐놓았던 고기만두집이 보였다. 「551 호라이」, 누가 봐도 중국 이름이다. 호라이~
고기만두 두 개를 샀다. 이게 사실 만두라기보단 고기찐빵에 가까운 음식인데, 안이 정말 꽉꽉 차 있고 양이 푸짐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기름져서 놀랐다. 보통 저런 찐빵의 경우에는 겉은 말라있고 속이 촉촉해야 하는데, 저건 어째서인지 겉도 기름지고 속은 더 기름졌다. 고기찐빵 먹으면서 핸드폰 만지다가 액정에 덕지덕지 기름떄 묻고, 난리도 아니었다. 쪄낼 때 스팀을 기름스팀으로 쪄내는 건지 원...
551호라이 고기만두 2점 ¥340
평점 ★★★☆☆
GOOD 엄청난 양에 가격에 놀라다
BAD 일관된 기름짐에 또 놀라다
홉슈크림: 먹지 마세요. 싸가세요.
적어도 출국 2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는 신념 하에 난바역에서 11시 기차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 「홉슈크림」이라는 가게에서 파는 빵이 그렇게 인기가 좋다던데, 하필이면 11시에 딱 맞추어 가게가 문을 연다는 것. 배 터질갓 같았지만 홉슈크림빵은 포장해서 사가면 집에 가서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11시까지 줄 서서 기다리다가, 첫번째로 사서 난바역으로 달려가기로 한다.
역시 일본이다. 10분 일찍, 또는 늦게 오픈하는 법이 없다. 11시 정각이 땡 되자마자 바로 주문을 받기 시작한다. 나는 홉슈크림빵 8개가 들어있는 패밀리팩을 주문했다.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고, 비행기 탈 때까지 차갑게 놔둘 수 있도록 아이스팩까지 빵빵하게 넣어준다. 미지근할 때 먹으면 흘러내린다나? 홉슈크림빵은 차갑게 먹는 게 정석이다.
당일 한국에서 바로 친구들을 만나 이 빵을 같이 먹었는데, 그 때 시간이 밤 9시를 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3시간을 버티게 해준다는 아이스팩은 이미 무용지물이 되었고, 점원의 경고대로 빵 안의 크림이 흘러내린다. 먹기 참 까다롭다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맛은 괜찮았다. 당일 만든 신선한 일본 빵을 지인들에게 선물할 수 있다면, 충분히 고려할 만 하다. 난바역에서 가깝기도 하니까, 출국 전에 바로 사가면 그나마 알맞다.
홉슈크림 패밀리팩(8개입) ¥1,400
평점 ★★★☆☆
GOOD 신선한 기념품으로 제격
BAD 그렇지만 최대한 빨리 해치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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