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 영화 후기] 의도를 숨긴 자의 은밀한 저항

 

💡 넷플릭스를 통해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영화 ‘헌트’를 보았다. 시대극에 적절한 스파이 액션을 섞은, 생각보다 처녀작치고는 굉장히 잘 만든 영화로 보여진다. 조직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스파이를 찾아내야 하는 안기부 해외팀장 이정재와 국내팀장 정우성의 숨막히는 두뇌 싸움과, 결정적으로 밝혀지는 스파이의 정체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
• 스포 뺀 줄거리: 조직 내부에 스파이가 있다
• 두뇌싸움과 액션이 어우러진 수작
• 엄청난 주/조연 배우 라인업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

나의 넷플릭스 찜 목록에는 “봐야지 봐야지”하면서 쌓여만 가고 있는 작품들이 몇 개 있다. 그러다가 어쩌다 삘이 오면 하나씩 꺼내 보는 스타일인데, 얼마 전 이정재가 감독한 처녀작 “헌트”를 보게 되었다. 80년대 안기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라길래, “남산의 부장들”, “그때 그 사람들”과 같은 시대극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총격이 난무하는 액션 영화인 동시에, 스파이를 잡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하는 스릴러 영화였다.

생각보다 만듦새가 너무 좋아 놀랐고, 1회차 시청을 마치자마자 바로 2회차로 이어 볼 정도로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뿐만 아니라 감독 이정재를 포함한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범죄 스릴러물에서 볼만한 배우들이 전부 나오는 느낌으로 주조연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려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스포 뺀 줄거리: 조직 내부에 스파이가 있다

1983년의 워싱턴,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 함께 안기부 국내팀과 해외팀이 함께 VIP 경호를 진행 중인 가운데 대통령을 암살하려는 시도와 총격전이 발생한다. 이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예정된 가운데 해외팀장 박평호(이정재)는 북한의 핵 과학자가 탈북을 원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이를 도우려 한다. 하지만 모종의 이유로 탈북은 실패하고, 북한의 과학자는 죽기 전 “안기부 내 동림이라 불리는 스파이가 있다”는 말을 남기고 탈출 중 북한군에 피살당한다.

안기부는 동림의 정체 뿐만 아니라 해외팀/국내팀의 알력 다툼도 꽤 치열한 상황이었다. 이 와중에 신임 안기부장은 해외팀장 박평호에게는 국내팀의 사찰을, 국내팀장 김정도(이정재)에게는 해외팀의 사찰을 명령하며 동림의 정체를 밝히려 한다. 하지만 내사를 거듭할 수록 박평호와 김정도 모두에게서 수상한 움직임이 보이고, 그렇게 박평호와 김정도는 서로를 의심하여 동림이 상대 팀에 있다고 믿으며 수사를 계속하게 된다. 그리고 밝혀지는 충격적인 동림의 정체는…

 

두뇌싸움과 액션이 어우러진 수작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이 역시 냉전을 배경으로 한 스파이 스릴러로, 영국 정보 조직 MI6에 잠입한 소련 스파이를 잡기 위한 엄청난 두뇌싸움을 정신없이 보여주는 영화다. 다만 스파이 후보가 4명이나 되는 바람에 생각보다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흐름을 놓치기 힘든, 두뇌싸움에 집중한 영화였다. 한 3번 정도를 보고 나서야 전체적인 상황을 그릴 수 있었던 것 같다.

헌트는 두뇌싸움과 총격 액션을 적절이 섞은, 그러면서도 시대의 배경을 스토리에 아주 잘 녹여낸 수작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해외팀과 국내팀의 두뇌싸움이 너무 진지해지는 즈음에는 적절히 액션을 섞어 분위기를 어느 정도 환기해주기도 하고, 영화 중후반에 동림의 정체를 밝히고 난 후에는 스토리가 한번 더 전환되어 동림을 주연으로 띄워주며 안기부가 서로를 막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빠르게 그려냈다. 너무 집중해서 보지 않아도 극의 흐름을 따라가기 편하고, 그러면서도 정신없이 몰입할 수 있는 전개가 인상적이다.

 

엄청난 주/조연 배우 라인업

주연 배우 둘이 모두 정보 요원, 혹은 스파이를 경험해본 것이 영화의 몰입도를 한층 강화한다. 사실 이정재는 이미 영화 “암살”에서 일본군의 밀정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었고, 정우성 또한 영화 “아수라”와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을 통해 현대극에서의 비밀 요원과 부패한 경찰 역할을 잘 소화해낸 바 있다. 이정재는 원래부터 좋아하던 배우였지만 평소 정우성의 연기에는 조금 물음표를 가진 상태였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정말 괜찮은 연기력을 보여주며 관람의 즐거움을 증폭시켰다.

주연 뿐 아니라 조연 배우들의 라인업도 지나칠 정도로 화려하다. 이정재의 보좌관으로 전혜진이, 정우성의 보좌관으로는 오징어게임으로 이름을 알린 허성태가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도쿄 씬에서의 도쿄 지부 요원들에 무려 박성웅, 조우진, 김남길, 주지훈이 출연하고, 핵심 조연으로 이정재가 돌보는 여인, 고윤정과 그 아버지 이성민이 등장한다. 신임 안기부장에는 미생의 영원한 김부장님 송영창 배우가 등장하니 오히려 안기부장이 등장하는 씬은 무슨 직장 스릴러인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그 외에도 황정민, 유재명, 오만석까지, 어떻게 이런 라인업을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배우들 면모가 화려하기 그지없다.

 

오랜만에 아주 만족스러운 스파이물을 한 편 본 것 같아 여운이 진하게 남는다. 헌트를 인상깊게 본 분들 중 스파이 스릴러에 재미를 붙이신 분들이라면 난이도를 한 단계 높여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도 함께 보는 것을 추천한다. 여기도 주연 배우 라인업이 엄청나므로 눈부심 주의를 당부하며, 안기부 내 밀정인 동림의 정체는 영화를 보면서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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