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동안 휴 잭맨의 '울버린'은 엑스맨 실사영화 시리즈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존재였다. 우락부락한 근육질 몸매에, 복슬복슬한 털, 삐쭉 선 머리, 그리고 3개의 아다만티움 클로. 휴 잭맨의 울버린이 없는 엑스맨 시리즈는 상상할 수 없었고 울버린이 없는 휴 잭맨의 영화 커리어도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영원할 것 같았던 울버린도, 휴 잭맨도, 이번 영화를 끝으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휴 잭맨 울버린의 유작이 되어버린 엑스맨 시리즈의 결말, 영화 「로건」이다.
영화 「로건」은 울버린의 등장으로 시작되었던 엑스맨 실사영화 시리즈의 완결이자, 그의 탄생부터 결말까지를 다루는 울버린 시리즈의 완결이기도 하다. 2029년의 근미래를 그리는 이번 영화에서, 기존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뮤턴트들의 화려한 활약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모종의 이유로 뮤턴트는 더 이상 탄생하지 않으며, 살아남은 뮤턴트들도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울버린(로건)은 멕시코 국경에서 리무진택시 기사를 하고 있으며, 프로페서X(찰스 자비에르)는 치매에 걸려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마치 「공룡 둘리」를 보는 듯한 무력감이 영화 전반에 깔려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언가에 쫓기듯 자신을 도와달라고 하는 한 여인 '가브리엘라'가 어린 꼬마아이 '로라'를 데리고 나타난다. 이 아이를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노스 다코타주로 데려달라는 여인. 얼떨결에 여자아이를 떠맡게 된 로건은 모시고 있던 자비에르 교수와 함께 노스 다코타로 떠나게 된다. 로라를 끈질기게 추적해오는 한 무리의 위협을 등지고, 로건은 성하지도 않은 몸을 이끌고 로라를 지켜내야만 한다.
여러가지로 씁쓸함이 배어나는 영화라고 평해야겠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로건의 재생력은 예전같지 않고, 폭력배들에게 뚜드려맞기 일쑤이다. 뇌 자체가 강력한 무기였던 자비에르 교수는 치매에 걸려 주위 사람들에게 커다란 민폐가 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수많은 엑스맨들은 이제 등장하지 않는다. 화려한 엑스맨들의 액션을 기대하고 온 관객들이라면, 너무나도 달라진 영화의 분위기가 오히려 몰입을 방해할 지도 모르겠다. 굳이 이렇게 비참하게 끝맺음을 했었어야만 했냐! 라고 되묻고 싶은 심정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식의 결말은 어떻게든 예상이 되기는 했다. 우리는 이미 이러한 끔찍한 결말을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보지 않았던가? 인간이 개발한 센티널이 뮤턴트를 모조리 학살해버리는 근미래. 내용만 좀 더 순화되었을 뿐이지 이번 영화 「로건」에서도 내용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돌연변이에게 멸종이라는 수식어가 꼭 따라가야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전체 시리즈 속에서, 인간과 뮤턴트는 공생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었나보다.
스포주의! 그럼에도 「로건」의 결말이 마냥 슬프고 비극적이지만은 않은 이유는, 씁쓸한 결말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로건의 죽음과 함께 등장하는 새로운 세대의 엑스맨들, 구시대 엑스맨의 능력을 온전히 이어받은 이 꼬마 엑스맨들의 등장으로 우리는 새로운 사가를 기대해볼 수 있다. 새 시대를 열기 위한 로건의 죽음은, 그래서 더욱 숭고하게 보인다. 울버린은 더 이상 볼 수 없겠지만, 그를 박수로 보내줄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슬프지만 정갈하게, 영화 「로건」은 시리즈를 끝맺는다.
이틀동안 길 위에서 한끼밖에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잤어. 쟤는 열한 살이고 나는 젠장맞을 90살이라고...
Two days on the road, one meal, and hardly any sleep. She's 11, I'm fucking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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