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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Book, Film, Game, and Media

[핵소 고지 영화 후기] 한 명만 더 구하게 해주소서

by 브로페 2017. 2. 23.


 총 한 자루 없이 전쟁터 한복판에 내던져진 우리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총탄이 난무하고 수류탄이 빗발치는 곳에서의 공포감은, 물론 우리 세대가 겪어본 적은 없지만 굉장히 강하다. 살기 위해서 총을 쏴야 하고, 살기 위해 대검으로 적을 찔러야 하는 전쟁터. 그곳에 총 한 자루 없는 의무병이 있었다면 이해가 되는가? 그리고 그 의무병이 하룻밤에 무려 70명이 넘는 부상자를 구해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영화 「핵소 고지」는 바로 이 기적을 이루어낸 데스몬드 도스 상병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데스몬드 도스(1919-2006)는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신자이자,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였다. 보통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면 집총(총에 손을 대는 것)을 거부하는 의미에서 병역의 의무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데, 데스몬드 도스는 집총을 거부하였으나 군대에 자원 입대한, 조금은 특이한 사람이었다. 서로가 죽고 죽이는, '죽음'만이 난무한 전쟁터에서 '생명'을 실천하겠다는 그의 의지는, 온갖 난관을 헤친 후에야 결국 그를 소총 없이 전장에 나간 최초의 군인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전투. 오키나와 섬의 핵소 고지(Hacksaw Ridge)를 점령하라는 임무를 띤 그의 부대는 한때 고지의 일부를 점령하기도 했으나 하룻밤 사이에 바로 밀려, 수많은 부상병들을 고지 위에 방치한 채 퇴각하게 된다. 하지만 의무병으로서의 의무와 자신의 신념을 저버릴 수 없었던 데스몬드 도스는, 하룻밤 사이에 수십 명의 부상자들(개중에는 일본군 부상병도 있었다고 한다)을 고지 아래로 내려보내는 기적을 보여주게 된다. 이러한 그의 고결한 신념은 미국 정부로 하여금 그에게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수여하도록 만들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으로부터 명예훈장을 수여받고 있는 데스몬드 도스 (출처: YouTube)

 데스몬드 도스의 엄청난 용기와 신념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영화는 연출에 아낌없는 투자를 한 것처럼 보인다. 총에 맞아 터진 내장과 뚫린 살의 고어함은 이 영화가 어떻게 국내에서 15세 이상 관람가를 받게 되었는지 의문을 남기고, 엄청나게 시끄러운 전장의 소음은 관객들마저 PTSD를 겪게 만들 정도로 험악하다. 과연 우리가 그 전장에 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머리를 조금만 들어도 총탄이 꿰뚫고, 부상이라도 입는다면 꼼짝도 할 수 없는 아비규환의 전쟁터에서, 우리는 데스몬드 도스만큼의 행동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영화를 보면서 생각해보면 좋을 부분이다. 

 마지막의 일본군 항복 장면이 조금 깨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아주 훌륭한 영화라고 평하겠다. 너무 다큐스럽지도 않고, 너무 재미만을 추구하지도 않았고, 연출은 더할나위 없었으며, 앤드류 가필드의 연기는 단연 최고였다. 전쟁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여주었다고 생각해도 되겠다. 마지막으로 데스몬드 도스가 외쳤다는 그 한마디로 글을 갈무리한다.


Please, Lord. Help me get one more.
신이시여, 제발 한 명만 더 구하게 해주소서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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