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덕후가 하나 있다. 지리덕후라나. 이 나라 모든 땅을 전부 알고 싶단다. 집안 사정이 쪼들려도, 일단 뛰쳐나가고 본다. 전국을 방방곡곡 돌아다니면서 전부 그리고 기록한다. 그러기를 몇 년, 결국 지도 .하나를 뚝딱 만들어내고 만다. 이 사람에겐 덕질이자 인생의 전부지만, 덕질이 얼마나 성공했던지 높으신 분들이 컬렉션을 탐내기 시작한다. 와... 어떻게 하면 덕질로 문화재 하나를 만들 지경에 이르렀을까.
사실 다 구라란다. 역사적 사실에 따르면, 김정호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지도를 만든 게 아니다. 여러 지도를 보고, 맞춰보고, 그러다 가끔 필요하면 좀 돌아다니긴 했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그 엄청난 대동여지도를 만들어 낸 건 김정호가 맞단다. 이 팩트폭행을 당하고 한동안 정신을 못 차렸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김정호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탄만 내뱉고 있었는데, 그 모든 여행길이 구라였다니.
그럼 뭐 어때. 영화는 어차피 현실과 상상의 타협이다. 평생 고증만 해대면 사극은 전부 다큐멘터리가 되어야 하니까. 그냥 한 성덕의 이야기라고 걸러서 들으면, 영화는 꽤 괜찮은 수준이다. 개고생하는 덕후가, 마침내 걸작을 만들어내고, 누군가는 그걸 쫓고, 가족이 고생하고, 결국 성덕께서는 영원히 덕질을 한다는. 슬프지만 낭만적인 이야기가 지도 한 장에 숨겨져 있다.
중간중간 깨는 대사는,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진짜 몰입을 방해하는 건 바로 그런 요소인 것 같다. 배우개그도 배우개그 나름이어야지, 너무 티나게 어떻게든 웃기려고 하는 건 좀 지양했으면 좋겠다. 그것만 좀 케어했어도 괜찮았을텐데. 아, 그래도 영상미 하나는 정말 뛰어나다. 한국은 온통 초록빛이어서 멋 없고, 그래서 해외여행을 더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들한테는 신선한 충격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여러분, 한국도 아름다운 곳이 많읍니다.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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