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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Book, Film, Game, and Media

[어쌔신 크리드 영화 후기] 게임의 영화화는 성공할 수 없는가 (스포X)

by 브로페 2017. 1. 11.

이번 영화인 어쌔신 크리드는 유비소프트에서 내놓은 게임을 원작으로 한다. 동명의 게임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Assassin's Creed Series)는 선악과(The Apple of Eden)라는 아이템을 두고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이어져내려오는 템플 기사단과 암살자들의 대립이 주요 스토리이며, 플레이어는 암살자의 기억을 타고 내려가 과거와 현실을 넘나들며 선악과를 추적하게 된다. 2007년 1편 「어쌔신 크리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0개 이상의 게임이 발매되었으며, 그만큼 스토리가 방대하고 다양하다. 중세 시대 중동으로부터 산업혁명까지, 암살자들의 연대기는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스토리라인이 방대할 수록, 신규 팬을 끌어들이는 건 더욱 힘들어진다. 게임으로서의 어쌔신 크리드는 한 편 한 편이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게임 속 주인공 한 명의 연대기를 영화화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아마 영화제작사 입장에서도 기존의 스토리라인을 따 오는 건 힘들거다. 특히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최고 인기 캐릭터인 에치오 아우디토레의 경우, 게임이 세 편이나 나왔을 정도로 방대하니까(그의 청년기, 전성기, 장년기). 그래서 영화는 기존의 스토리를 차용하는 대신, 새로운 캐릭터를 내놓기로 했다. 그리고 새로운 캐릭터는 곧 새로운 스토리를 의미한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영화로서의 어쌔신 크리드는 크게 성공할 것 같지는 않다. 먼저 스토리를 살펴보자. 스토리 특성 상 설명해야 할 게 굉장히 많은데, 마치 배경설명을 귀찮아하는 듯한 짤막한 오프닝은 기존의 팬인 나조차도 "저건 너무 불친절한 거 아냐?"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게다가 주인공의 성장 배경부터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과는 달리, 영화에선 메인 암살자인 아귈라르가 너무 다급한 상황에서 등장한다. 게임 스토리도 그렇게 풀면 플레이어들 다 떨어져나갈 듯 한, 너무나도 스피디한 전개다. 그리고 전개가 지나치게 빠르면, 많은 설정이 뜬금포로 보이게 된다. 갑자기 얘가 왜 나오는지, 쟤는 왜 저렇게 행동하는 지가 너무 뜬금없다보니 몰입도가 심하게 떨어진다. 배우들의 이름세는 매우 강하다. 마이클 패스벤더, 마리옹 꼬띠야르, 제레미 아이언스까지. 그런 배우들을 불러다가 근본없는 스토리를 입힌 대본을 주면 이같은 참사가 발생한다. 

 어차피 난이도가 높은 영화였다. 기존 팬들도 만족해야 하고, 신규 팬도 잡아야 하는데다, 한 편으로 만들기도 부족한 방대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다. 그래도 나는 팬의 입장에서 보러 가긴 했다. 그런데 만약 내가 어크 시리즈 팬이 아니었다면, 아마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 보듯이 대했을 지도 모른다. 참고로 두 영화는 몇 가지 특징을 공유한다. 스토리가 방대한 게임을 영화화시켰다거나, 그 게임은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던 명작이라거나, 그런데 영화는 세계적으로 망해버렸다거나. 게임의 영화화는, 정녕 성공할 수 없는 장르인가?


총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