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스타워즈 판권을 먹더니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긴, 철지난 예전 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도 다시 실사화해서 돈 벌어가는 디즈니인데, 스타워즈라는 방대한 사가는 영화 6편으로 끝내기 아쉬웠을거다. 그렇게 「스타워즈 에피소드 7: 깨어난 포스」가 재작년에 개봉했고, 작년에는 이 영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가 개봉했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스타워즈 영화라 더욱 관심이 갔다. 「로그 원」은 통상적으로 숫자를 붙여 나오는 스타워즈 에피소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와 「스타워즈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 사이의 일, 그러니까 「새로운 희망」에서 나오는 제국군 무기인 데스스타의 설계도를 반란군이 어떻게 탈취했는지를 다룬다. 「새로운 희망」의 오프닝에 짤막하게 다루는 "전투에서 크게 승리했고, 그 과정에서 데스스타 설계도를 훔쳤다"를 영화화한 것. 영화는 주인공인 진 어소와 그 휘하의 로그원 특전대가 이 설계도를 탈취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러니까, 「로그 원」과 「새로운 희망」은 스토리가 바로 이어지는 셈이다.
다른 스타워즈 시리즈들과는 다르게, 영화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암울하다. 기존의 스타워즈 시리즈는 미국 서부극 스타일이라고 한다. 시대상은 암울할지라도, 영화에 깔린 기본적인 분위기는 매우 유쾌하고 가볍다. 헌데 「로그 원」은 다르다. 배경부터가 스타워즈 역사상 가장 암울한 시대를 다루고 있는데다, 이전 시리즈에서 강한 우군 역할을 했던 '제다이'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독하게 현실적으로 그리려다보니, 진짜 우리가 사는 현실을 빗대 설명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생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제다 시티(Jeddha City)의 모습은 당장 IS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시리아의 제2 도시인 알레포를 연상시킨다는 정도이니까.
아무튼, 제다이가 없다는 건 매우 뼈아프다. 영화 시작부터 주인공을 돕는 사람들이 등장하자마자 픽픽 죽어나가고, 그들이 살던 곳이 무자비하게 파괴된다. 디즈니 영화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라니까. 암울한 현실은 꼭 우리가 사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제국에게 짓밟혀 신음하는 소시민들, 반란군이라고 하지만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그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이라면, 그 엄청난 고난 속에서도 기어이 임무를 완수하는 로그원 특전대의 의지다. 암울한 세상에서 그들이 목숨걸고 탈취한 설계도 하나가 결국 엄청난 나비효과가 되어 에피소드 456을 만들었으니, 경의를 표한다.
암울한 스토리와는 별개로, 디즈니에서 올드팬들을 잡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 것 같다. 「새로운 희망」에 나오는 여러 캐릭터들이 다시 등장하고(일부는 CG로 복원해냈다!), 영원한 악역 다스 베이더가 결국 등장하는 것으로 결정났고, 거기에 「새로운 희망」과 이어지는 여러 복선들을 넣어서 올드 팬들을 사로잡는다. 루크가 왜 레드5가 되었는지는 「로그 원」을 봐야 알 수 있으니까. 거기에다 예고편에서 밝혀지지 않은 마지막 5분이 정말 압권이다. "제다이가 없다는 것이 매우 뼈아프다"는 게 함축적으로 잘 드러나는 마지막 5분이고, 또 예상치 못한 캐릭터가 등장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준다. 개인적으로, 이 마지막 5분을 다시 보기 위해 영화를 두번 봤다. 나 또한 올드팬이라 자처할 수 있기 때문에, 「로그 원」에겐 좀 편파적일 수 밖에 없다.
마침 내가 「로그 원」을 봤던 날, 클래식 3부작에서 레이아 공주를 맡았던 여우 캐리 피셔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더욱 착잡해질 수 밖에 없었다.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빌며, May the force be with you, Carrie Fisher.
총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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