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지금 다시, 헌법」
지은이 차병직 윤재왕 윤지영
출판사 로고폴리스
헌재는 탄핵심판중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한 달 하고도 반이 더 지났다. 그 사이 광장에서는 촛불과 태극기가 뒤엉켜 맞서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는 수 차례의 변론기일을 통해 탄핵심판절차를 신속하게 밟고 있다. 특검에서는 재벌 총수와 고위 공무원들이 줄줄이 소환되는 중이고, 일부는 구속까지 되는 상황이다. 모든 국민들의 눈이 매섭게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
그 중 가장 주목받는 곳이 있다면, 바로 헌법재판소일 것이다. 특검에서 아무리 수사를 잘 하고 온갖 비리가 드러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할 것인지 파면당할 것인지 여부는 전적으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여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들이 이전보다 헌법재판소의 변론기일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으며, 언론에서는 어느 변론기일에 어떤 쟁점을 두고 치열하게 공방이 오가는지 전달하고 있다.
우리는 헌법을 얼마나 아는가?
헌법재판소는 모든 법의 최상위에 존재하는 헌법을 다루고 이와 관련된 사항을 재판하는 곳이다. 언론 보도를 지켜보면 헌재에서 헌법을 어떻게 다루는 지 좀 더 잘 알 수 있다. 각종 뉴스를 지켜보면, 오늘의 재판에서 구체적으로 헌법 몇 조 대한 공방이 오고 갔는지, 몇 조의 위반사항에 대해 변론이 이루어지는지가 상세하게 나와있다.
그런데 사실, TV를 보더라도 우리는 그냥 끄덕끄덕하면서 지나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 몇 조 위반했나보다, 그래서 탄핵은 언제 된대?" 우리는 헌법재판에 대해 언론이 알려주는 구체적인 내용을 너무나도 쉽게 듣고 흘려버리고 있다. 중요한 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인용/기각 여부이지,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헌법 몇 조를 위반했는 지는 탄핵 인용 여부보다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한 마디로 말해서 우리는 헌법이 뭔지도 모르면서 헌법재판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헌법을 몰라도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은 없다. 오히려 "이 바쁜 세상에 그것까지 알아야 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많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어떤 원리로 돌아가고 있는지, 어떠한 원칙으로 보장되어 있는 지를 알고 싶다면, 당신은 헌법부터 알아야 한다. 사실 이런 거창한 이유도 필요 없다. 당장 박근혜 대통령이 왜 탄핵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당성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헌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 책이 헌법을 알려주는 법
「지금 다시, 헌법」은 쉬운 헌법 해설서다. 법학과나 로스쿨에서 헌법을 가르칠 때 사용되는 무겁고 딱딱한 교재가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헌법을 쉽고 부드럽게 알려주기 위한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 헌법에 대해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면, 아마 가볍게 무시해도 될 것 같다. 책이 생각보다 쉽게 읽혀서, 헌법마저 쉬워 보이게 만들 정도니까. (물론 그렇다고 헌법이 쉬운 건 절대 아니다)
책은 헌법을 큰 맥락으로 한 번 나누고, 또 그 아래 있는 조항을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까지 세세하게 뜯어가며 설명한다. 국민의 권리와 의무, 국회-정부-법원의 구성, 지방자치 등 책이 나눠놓은 큰 맥락은 헌법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개별 조항을 논할 때는 그에 맞는 적절한 판례를 들어서 이해를 높이려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하고 보완되어야 할 점을 같이 언급한다. 헌법이 마냥 완벽한 것만은 아니라고 항변하는 셈이다.
예를 들자면 이런 셈이다. "여기부터 여기까지는 입법, 행정, 사법 삼권 중 행정부와 관련된 조항인데, 왜 행정부를 행정부라고 안 하고 정부라고 하는지는 이러이러해. 이 조항은 이런이런 내용과 원칙을 담고 있는데, 이 법은 언제 몇 차 개헌을 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것이고, 지금도 이러이러한 부분에 대해 논쟁이 오가고 있어. 이 조항의 이 단어사용은 이해를 어렵게 하니까 바꿔야 할 것 같긴 하고."
헌법은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한다
헌법은 우리 생활의 근간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헌법에 쓰여진 조항들이 모여 만든 대원칙에 의해 존재한다. 민주주의, 개인의 자유, 건전한 경쟁, 균등한 기회... 이 모든 원칙들은 모두 헌법에 쓰여있고 따라서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원칙들이다. 이 헌법의 원리에 의해 법률이 구성되고, 그 법률이 사실상 우리들 삶의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내가 사는 이 세상이 어떤 원리와 규칙을 가지고 돌아가는 지를 알고 나면,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더 넓어지지 않을까?
세상이 아직 최순실 게이트와 대통령의 탄핵 여부로 시끄럽다. 우리는 모두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싶어 분노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지는 잘 모른다. 그냥 막연하게, '좋은 세상'을 꿈꿀 뿐이다. 새로운 세상이 어떤 세상인 지를 알고 싶다면, 그 시작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 시작은 바로 헌법이다. 이미 헌법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지금 다시 헌법을, 헌법을 새롭게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지금 바로, 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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