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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53

[아가씨] 아름다운 막장 사기극 사실 박찬욱의 영화를 잘 알지는 못한다. 기껏 챙겨본 게 『올드보이』나 『박쥐』, 『설국열차』 정도였을 뿐이다. 이 영화도 사실 처음 들었을 떄는,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동성애 영화"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도 울림을 주는 영화는 솔직히 아니다. 어른들의 유희를 담은 오락영화의 느낌이었달까.스토리는 사기로 뒤덮여있다. 하정우가, 김민희가, 김태리가, 서로 속고 속인다. 긴박하지는 않지만, 해학적이면서도 아름답다. 사기에 로맨스가 겹쳐지니, 그렇게 보이는 걸까. 사랑을 이용한 사기극. 테마를 참 잘 잡았다. 그럼에도 일반적인 치정극으로 끝나지 않는 건, 동성애 코드가 있어서 그런 걸까.이 영화에서 울림을 주는 한 가지는 음악이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아는 들판의 도주씬에서 .. 2016. 6. 26.
[곡성]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이야기 원래 공포영화를 잘 보지 못하는 편이다. 어느 정도냐면, 마지막으로 영화관에서 본 공포영화가... 2003년에 개봉한 여고괴담 3: 여우계단이었을 정도니까. 간간이 공포영화를 보기는 봤다. 그래도, 그 어두컴컴한 영화관에서 공포영화를 보는 상상을 하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깜짝깜짝 놀래키는 소리와 영상, 정말 별로였다.몇 주 전, 곡성이 개봉했다. 20세기 폭스가 배급했다길래, "오 뭐 엄청나게 무섭나보지? 그럼 보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으로 눈도 닫고 귀도 닫았다. 그런데 이 영화, 심상치 않았다. 연일 늘어나는 관중수와 인터넷에서 떠도는 무시무시한 스포일러들 때문에 온통 곡성으로 난리였다. 곡성 군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될 정도였다고 하니까,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떤 .. 2016. 6. 7.
[엑스맨: 아포칼립스] 킬링타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내가 봐 왔던 영화에 대해 후기를 남기는 글이지만, 이번 엑스맨만큼 느낀점을 찾기 힘든 영화도 드물 것 같다. 영화는 그냥 킬링타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고, 스토리도 왠지 엉성하게 진행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2000년대에 나왔던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들은 그나마 어떤 주제의식이라도 조금이나마 담겨있었다면, 이번 편은 그냥 떄리고 박고 부수는 영화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 같다.기존의 엑스맨 영화는 인간과 뮤턴트간의 갈등을 중점적으로 그리면서, '프로페서 X'라 불리는 찰스 자비에의 신념인 '다양성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이념을 보여주려 했었다. 기존 시리즈에서는 크게 3개 집단이 서로 갈등하는데, 찰스 자비에(프로페서 X)로 대표되는, 세상과 공존하려는 돌연변이 집단과, 에릭 랜셔(매.. 2016. 6. 5.
오랜만에 빅이슈: 3권을 통째로 산 어느 호갱의 이야기 비록 '청년 기간제'의 다른 말인 인턴이긴 하지만 어쨌든 나는 강남으로 매일 출근을 한다. 출근 루트도 단순하다. 집에서 나와 마을버스를 타고 왕십리역으로, 왕십리역에서 분당선을 타고 선릉역으로, 선릉역에서 버스를 타고 회사까지. 사실 집에서 회사앞까지 가는 버스가 있긴 한데, 출근시간에 강남가는 버스는 타는 게 아니라고 배워서 그냥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 빅이슈가 이슈였을 때부터 나는 노숙자들의 잡지판매가 꽤 괜찮은 자립모델이라고 생각했고, 그 때문에 빅판(빅이슈 판매원)을 보면 항상 주저없이 잡지를 사는 편이다. 일부러 빅판을 찾아서 사지는 않지만, 일단 눈에 빅판이 보이면 주저없이 한 권 사기는 한다. 생각보다 5,0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컨텐츠는 알찬 편!인턴으로 일하고 나서 첫 한두달은 선릉역.. 2016. 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