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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 대동여지도] 성공한 덕후가 됩시다 여기 덕후가 하나 있다. 지리덕후라나. 이 나라 모든 땅을 전부 알고 싶단다. 집안 사정이 쪼들려도, 일단 뛰쳐나가고 본다. 전국을 방방곡곡 돌아다니면서 전부 그리고 기록한다. 그러기를 몇 년, 결국 지도 .하나를 뚝딱 만들어내고 만다. 이 사람에겐 덕질이자 인생의 전부지만, 덕질이 얼마나 성공했던지 높으신 분들이 컬렉션을 탐내기 시작한다. 와... 어떻게 하면 덕질로 문화재 하나를 만들 지경에 이르렀을까.사실 다 구라란다. 역사적 사실에 따르면, 김정호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지도를 만든 게 아니다. 여러 지도를 보고, 맞춰보고, 그러다 가끔 필요하면 좀 돌아다니긴 했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그 엄청난 대동여지도를 만들어 낸 건 김정호가 맞단다. 이 팩트폭행을 당하고 한동안 정신을 못 차렸던 것 같다. 어.. 2016. 9. 25.
[밀정] 현실을 바꾸는 건 행동하는 사람들 의열단 열풍이다. 「암살」에서 멋드러지게 나온 의열단이 「밀정」을 통해 또다시 조명된다. 그 시대라면, 독립운동이라면 항상 있었을 많은 소재 중, 이번에도 이중간첩이라는 떡밥이 튀어나왔다. 과연 그 새끼는 진짜였는가? 「밀정」은 그래서 액션보다는 스릴러에 더 가까운 영화다. 「애니매트릭스」에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기계들에 의해 정복된 세상에서, 일부 지상에 남아있는 인간들은 기계를 납치해 개조해서 자신들을 위해 싸우게 만든다. 물론 단순한 프로그래밍은 아니고, 고도로 복잡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발적으로 협력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이건 로봇이건 그 무엇이건, 속에 내재된 무언가를 포착하고 끄집어내서 그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것. (인셉션?) 생각보다 영화에 많이 쓰인다. 그만큼 흥미로운 소재라는 얘기인가.. 2016. 9. 25.
[터널] 영화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내부자들」이 나오고, 사람들은 "에이 그래도 설마 현실이 저렇겠어?"라고 의심했다. 일년도 채 되지 않아, 현실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거다. 우리는 개돼지가 되었고, 재벌가 회장은 몰래 성매매를 하며, 언론은 정부에 아첨하기 바쁘다. 영화가 정말 현실적일 때, 오히려 사람들은 더욱 절망하게 된다. 그래서 「터널」은 외줄을 참 잘 탄다. 영화는 정말 현실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영화같다. 「터널」이 보여주는 사고, 그 사고의 피해자, 그 피해자의 가족, 피해자를 구해야 하는 구조대, 그 구조대 머리꼭대기에 있는 정부, 이 모든 것을 세상에 알리는 언론. 이 모든 건 누가 봐도 감독이 노렸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현실적이다. (김혜숙의 목소리마저...) 하지만 이 모든 설정이 너무나.. 2016. 9. 25.
[부산행] 좀비나 인간이나 좀비영화에 빠지게 된 계기는 아마 「28일 후」였던 것 같다. 좀비영화의 기본, 클리셰, 이런 건 잘 모르겠고, 박진감 넘치게 뛰어다니는 좀비, 어떻게든 거기서 살아남으려는 인간들, 그 모습이 공포스럽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너무나 현실적이기 때문에 더 몰입할 수 밖에 없었다. 최근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좀비영화는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졌으며, 간혹 「R.E.C.」같은 수작도 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한국 영화계에서 좀비영화를 기대하기는 힘들었었다.「부산행」이 한국 영화계에 한 획을 긋긴 했다. KTX라는 꽤 괜찮은 소재, 생각보다 정교해서 놀랐던 좀비 CG, 그리고 배우들의 괜찮은 연기라던지. 몇 가지 옥의 티를 빼면(그건 어느 영화에서든 있기 마련이니까) 부산행은 꽤 괜찮은 좀비영화로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2016.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