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스 공항에 내려서 방향을 튼 곳은 의외로 니스가 아니라 차로 2시간이나 걸리는 마르세유였다. 남프랑스는 니스 주변의 코트다쥐르와 마르세유 근처의 프로방스로 나뉘기 때문에, 휴식을 나중으로 미룬 나는 피곤한 몸을 끌어안고 마르세유로 향했다.
▼ 1일차 베이징 경유한 썰이 궁금하다면? ▼
- 니스 공항에서 마르세유까지
- 생샤를 역에서 구 항구로 이동
- 항구가 보이는 숙소, 호텔 에르메스
- 하루 만에 돌아보는 마르세유 시내
- 식도락 투어: 부이야베스 주문하기
- 호텔 루프탑에서 야경 구경하기
2019년 8월 16일(금) 일정 요약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 🛫 니스 코트다쥐르 국제공항 🚌 마르세유 시내로 이동 후 시내 구경 후 1박
니스 공항에서 마르세유까지
비행기 안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아침 식사를 마치면 어느새 니스 공항이 보인다. 도시 이름을 농담처럼 활용한 "NICE TO MEET YOU" 문구가 여행을 설레게 만든다. 인천에서 출국할 때의 우중충하고 습한 날씨와는 달리 모든 것이 맑고 탁 트인 지중해 날씨도 여행객을 기분 좋게 만든다. 그저 멀리 바다가 펼쳐져 있고, 햇살이 빛나는 풍경이 가득한 곳이다. 이런 기분 좋은 상쾌함을 느끼며, 마르세유로 향하는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니스 공항에 도착한다.
니스 공항에서 마르세유로 이동하는 방법은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것인데, 나는 OUIBUS (현 OMIO, 바로가기)라는 곳에서 셔틀을 예약할 수 있었다. 정확히는 OMIO는 교통편을 모아 검색해주는 플랫폼이고, 이곳에서 SNCF가 운영하고 BlaBlaBus에게 위탁한 노선이 이 셔틀이다. (비즈니스 한번 복잡하다) SNCF는 프랑스 철도청 같은 곳인데 왜 버스를 운영하는지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니 내가 탈 교통편이 버스인지, 기차인지 잘 확인해 보도록 하고, 항공편 도착 시간에 맞는 일정을 찾아 예약하도록 하자.
비용은 편도 기준으로 23유로, 약 3만원 정도 하는 노선이다. 니스 코트다쥐르 국제공항에서 9시 20분에 출발하여, 마르세유의 중앙역인 생샤를역 버스정류장에 12시 조금 넘어서 도착하는 여정이다. 같은 남프랑스라고 가까울 줄 알았는데, 니스와 마르세유 간 거리만 해도 200km에 이른다. 마침 비행기에서 못 잔 잠을 조금 보충할 수도 있겠다, 냅다 마르세유행 셔틀에 몸을 담는다.
생샤를 역에서 구 항구로 이동
2시간 30분 정도 버스 안에서 잠을 보충하고 나면 어느새 마르세유 생샤를 역에 도착한다. 역사 안은 여느 대도시 중앙역이 그렇듯이 아주 깔끔하고 분주하다. 다만 깔끔한 역사 안과는 달리 마르세유라는 도시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으레 마르세유 여행을 간다고 하면 주위에서 “거기 치안 안 좋고 엄청 위험한 곳이라던데…”라는 반응이 먼저 나온다.
사실이긴 하다. 마르세유는 프랑스의 구 아프리카 식민지와 프랑스를 연결하는 교통 요지인데다 지중해에 접해 있어 각종 이민자들과 난민이 아주 많이 보이는 곳 중 하나다. 또한 프랑스의 입구 역할을 하는 곳이다 보니 마약 밀수와 같은 일도 빈번하고, 프랑스의 마피아인 밀리유 (Le Milieu)가 판을 치는 곳이다. 다만 구 항구 (Le Vieux Port) 주변은 마르세유의 부촌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치안도 안전하고, 관광객도 많은 곳이다. 마르세유를 여행하고 싶다면, 가급적 구 항구 주변으로만 돌아다니도록 하자.
돈이 없어서 그랬는지 자신 넘쳐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생샤를 역에서 숙소가 위치한 구 항구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것을 선택했다. 약 1.3km 정도 거리인데, 뭔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는 조금 애매한 거리였다. 도보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항상 주의하면서 이동하도록 하자. 다만 구 항구로 가는 길에 까느비에르(La Canebiere)라는 거리가 있는데, 마르세유의 샹젤리제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로 번화하고 눈이 즐거운 거리이다. 이 길부터는 어느 정도 안전하다고 생각해도 될 듯하다.
구 항구의 뷰는 상상 이상으로 아름답다. 낮고 오래된 건물들이 구 항구를 감싸고 있고, 저 멀리 노트르담 성당이 위치한 산 쪽으로 점점 신축 건물들이 늘어나며 구축 건물들과 조화를 이룬다. 날씨는 따뜻하고, 항구 주변에는 장이 설 때가 많다. 이 뷰만 본다면 누가 마르세유를 위험한 곳이라 생각할까 싶을 정도로 평화롭고, 따뜻한 느낌이 충만하다. 잠시 시장을 둘러보다가 어느새 숙소에 도착한다.
항구가 보이는 숙소, 호텔 에르메스
마르세유에서 1박 했던 숙소는 2성급인 호텔 에르메스(Hôtel Hermès Vieux Port)라는 곳으로, 구 항구와 바로 붙어있는 옛 건물에 지은 호텔이다. 객실은 있을 것만 딱 있는 보급형 호텔이지만, 이 숙소를 예약한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뷰가 아니었을까 싶다. 구 항구 뷰가 제공되는 객실이 있고, 혹여 비싸서 잡지 못하더라도 호텔 루프탑 바에 올라가면 높은 곳에서 볼 수 있는 구 항구의 아름다운 뷰가 마련되어 있다.
혹시나 구 항구 근처에서 숙소를 잡을 예정이라면, 그리고 숙소 뷰가 중요하다면, 항구 남쪽보다는 항구 북쪽에 위치한 곳에 숙소를 잡는 것을 추천한다. 구 항구 남쪽의 작은 언덕에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성당 (Basilique Notre-Dame de la Garde) 이 위치해 있는데, 이쪽 뷰가 환상적이다. 남쪽에서 북쪽을 바라보는 뷰는 상대적으로 밋밋하므로, 혹시 야경을 구경할 계획이라면 숙소도 구 항구 북쪽에 잡는 것을 권한다.
단, 이 호텔은 딱 있을 것만 갖춘 호텔이기 때문에 어메니티 같은 내부 시설에 대해선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프랑스니까 명품 어메니티를 쓰겠지?라는 생각이 무색하게 액체비누 디스펜서 하나만 비치되어 있다. 어차피 내 것을 쓸 것이라면 크게 상관은 없어 보인다.
하루 만에 돌아보는 마르세유 시내
마르세유 자체는 볼거리가 참 많지만, 치안 등을 고려하면 사실 시내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조금 꺼려진다. 그렇기에 마르세유는 하루 정도 일정을 잡고 구 항구 근처를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구 항구 근처에도 보하루종일 돌아다닐 볼거리는 충분하고, 아기자기한 뒷골목 역시 관광객으로 가득 차 있어 치안 걱정을 한결 덜어도 될 것 같다. 아래는 내가 3시간 정도 구 항구 주변을 돌아다닌 스팟이다.
- 마르세유 비누 박물관 (Le Musée du Savon de Marseille)
많이들 모르는 사실이지만 마르세유는 인류 최초의 비누가 발명된 곳으로 유명하다. 프랑스어로 사봉 드 막세이 (Savon de Marseille)라고 불리는 마르세유 비누는 가장 기본적인 개념으로 만들어진 비누라 인공 첨가제, 화학 약품 등이 들어가지 않은 인류 친화적인 비누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프로방스의 라벤더와 결합한 라벤더 향이 나는 보랏빛 비누를 여기저기에서 많이 구경할 수 있다.
마르세유 비누 박물관에서는 간단한 전시와 함께 마르세유 비누를 만드는 체험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거의 50분 전시에 10분 체험이라 12유로 정도 하는 비용이 아까울 정도로 크게 흥미로운 곳은 아니었다. 아이들과 함께 간다면 한 번 가봄직하지만, 놀러 왔다면 글쎄… 굳이 찾아가진 않아도 될 것 같다. 그냥 기념품 샵에서 비누 하나 정도만 사도 충분하다.
- 구 항구 시장 구경 (Le Vieux Port)
옛 냄새가 나는 시장 구경을 좋아한다면 멀리 갈 것도 없이 구 항구에 열리는 시장을 구경하면 된다. 프로방스 지역의 거점답게 라벤더 관련 제품들과 과일, 농산물, 비누, 공예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먹거리보다는 볼거리가 더 많고, 산책 겸 구경하는 정도로 돌아다녀도 충분할 것 같다.
- 유럽 지중해 문명 박물관 - MUCEM
구 항구에서 서쪽으로 향하면 생로랑 성당과 생장 요새를 지나면 유럽 지중해 문명 박물관, 즉 뮈셈 (MUCEM)이라는 곳이 나온다. 오래된 건물이 가득한 구 항구에서 홀로 거대한 신축 건물임을 드러내는 곳인데, 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가보는 것도 좋지만 건물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마치 인사동 둘레길처럼 큰 건물을 둘러 완만한 계단이 있고, 건물 꼭대기에는 루프탑 카페도 있어 잠시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하기에도 좋다.
- 마르세유 대성당 (Cathédrale La Major)
마르세유 남쪽에 노트르담 성당이 있다면, 북쪽에는 마르세유 대성당이 있다. 왜 구 항구에서 보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데, 의외로 1800년대에 완공된, 꽤 최근에 지어진 성당이다. 유럽 대도시에 가면 성당 한번 들르는 것은 관례와도 같은 일이니, 관심 있다면 한 번 가보도록 하자.
- 르 빠니에 거리 (Le Panier)
구 항구와 마르세유 대성당 사이에 위치한 골목길로,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그래피티가 인상적인 곳이다. 대도시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좁은 골목이니 주의해서 가보도록 하자. 인상 깊은 벽화들도 많고, 예쁜 기념품을 파는 상점도 많다. 북유럽의 원색과도 같은 골목길 색과는 다르게 이곳은 파스텔톤 색이 가득하다. 그리 위험한 곳은 아니니 잠시 산책 겸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성당 (Basilique Notre-Dame de la Garde)
…는 이 날 가본 곳은 아니고 다음 날 마르세유를 떠나기 직전에 잠시 들른 곳이다. 곧 있을 3일 차 포스팅에서 한 번 더 설명하겠다.
식도락 투어: 부이야베스 주문하기
생각해 보니 점심도 먹지 않고 하루 종일 팔랑팔랑 돌아다녔다. 저녁 시간이 되니 슬슬 배가 고파와서, 마르세유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부이야베스를 먹으러 간다. 부이야베스(Bouillabaisse)는 마르세유 전통의 생선 스튜로, 생각보다 우리나라 매운탕과 결이 비슷한 음식이다. 어부들이 새벽같이 일어나 생선을 잡고 도매상에게 생선을 넘기면, 잘 팔리지 않는 맛없는 생선들만 남게 되는데, 이것들을 넣고 끓여 먹은, 일종의 서민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부대찌개가 어엿한 음식이 되었듯, 언젠가 가난의 상징이었던 이 음식을 이제는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맛볼 수 있다.
단, 부이야베스는 혼자 먹기에는 양이 조금 많은 편이다. 이럴 때는 사전에 부이야베스 먹기 동행을 네이버 유랑 카페 등에서 구하면 먹기 편하다. 나는 2명의 다른 동행들을 미리 섭외해 뒀고, 저녁시간에 맞춰 구 항구에서 만나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다. 인터넷에 부이야베스 맛집이라는 곳은 많지만,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예약이 어려운 곳들이 많다.
우리 셋은 브라세리 로엠 카페(Brasserie l'OM Café)라는 곳으로 향했다. 구 항구 바로 앞이라 위험해 보이지도 않고, 합리적인 가격에 식사를 할 수 있는 브라세리이다. 셋이서 부이야베스만 먹을 순 없으니 3가지 다른 메뉴를 시킨다. 부이야베스, 연어 스테이크, 소고기 스테이크를 하나씩 시켜 먹으면 양이 알맞다. 어느 인터넷 글에선가 “50유로를 넘지 않으면 부이야베스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는데, 내가 맛있게 먹으면 그게 부이야베스지 가격으로 급을 나눌 건 또 뭐람…
매운탕처럼 매콤하지는 않지만, 뭔가 토마토 국물로도 얼큰함을 잘 구현한 그런 맛이다. 한식이 고픈 여행자에게도 어울리고, 프랑스 현지 음식을 맛보고 싶은 여행자에게도 어울리는 부이야베스. 남프랑스 전역에서 맛볼 수 있지만 특히 마르세유에 왔을 때는 한 번쯤 먹어보길 권한다. 식사를 마친 후에는 바로 옆 젤라또 가게 아모리노(Amorino)에서 젤라또를 하나씩 집어 들고 해 질 녘 구 항구를 잠시 산책하다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진다. 뒤끝 없는 부이야베스 먹기 동행 성공!
호텔 루프탑에서 야경 구경하기
해가 중천일 때의 구 항구 전경도 아름답지만, 해가 완전히 진 후 조명으로 밝히는 마르세유의 야경도 아주 볼 만하다. 동행들과 헤어진 후, 재빨리 숙소로 이동해서 루프탑 바로 올라간다. 이미 자리가 만석이라 우선 버드와이저 한 병을 주문하고 자리가 생길 때까지 서성인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항구 쪽 자리가 한 자리 나서 급히 자리를 맡고, 야경을 즐긴다.
구 항구는 밤에도 거리에 사람들이 북적이지만, 낮의 활기참과는 다른 밤의 고요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마르세유의 야경도 한 번쯤 구경해 볼 만하다. 프랑스 땅을 밟은 첫날의 여정을 맥주 한 잔과 야경으로 마치며, 내일은 떠나야만 하는 마르세유의 야경을 정신없이 카메라에 담는다.
▼ 엑상프로방스로 가는 길이 궁금하다면? ▼
재미있게 보셨다면 공감 버튼 / 댓글 남겨주세요!
컨텐츠 작성에 큰 힘이 됩니다 :)
'JOURNEY > 2019 남프랑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프랑스 여행 후기] 4일차: 고흐의 도시 아를과 빛의 채석장 (0) | 2023.03.10 |
---|---|
[남프랑스 여행 후기] 3일차 (2): 교황의 도시 아비뇽 (2) | 2023.03.04 |
[남프랑스 여행 후기] 3일차 (1): 세잔의 도시 엑상프로방스 (0) | 2023.03.02 |
[남프랑스 여행 후기] 1일차: 베이징에서 13시간 때우기 (2) | 2023.02.26 |
[남프랑스 여행 후기] 직장인의 첫 여름휴가 (4) | 2023.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