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항구도시 마르세유를 뒤로 한 채 엑상프로방스, 그리고 아비뇽으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세잔의 도시와 중세풍 성곽으로 둘러싸인 도시라니, 겪어보지도 않은 낭만이 넘치던 시절로 돌아가는 듯만 하다. 도시 이름에 프로방스가 붙으니, 정말로 내가 남프랑스에 여행 온 기분이 한껏 든다.
▼ 마르세유에서의 첫 날이 궁금하다면? ▼
- 마르세유와의 작별은 노트르담 성당에서
- 버스를 타고 엑상프로방스로
- 세잔의 도시 엑상프로방스
2019년 8월 17일(토) 일정 (1) 요약
마르세유 오전 구경 🚌 엑상프로방스 이동 후 시내 구경
마르세유와의 작별은 노트르담 성당에서
마르세유에서의 짧은 하루를 마치고 새 아침이 밝았다. 호텔에서는 어제 야경을 보았던 루프탑 바에서 조식을 제공했다. 낮은 길가에서 보았던 마르세유의 모습과, 높은 건물 옥상에서 바라보는 아침의 마르세유가 조식만큼이나 또 한 번 신선하다. 그림과도 같은 풍경을 눈앞에서 바라보면서 정신없이 아침의 주린 배를 채웠다.
원래대로라면 체크아웃한 후 바로 다음 여행지인 엑상프로방스로 향하는 버스를 타야 했다. 하지만 프랑스 제 2의 도시라는 곳을 하루 만에 둘러봤다는 아쉬움에 바로 매정하게 출발하지는 못했다. 대신 멀리서만 바라보아야 했던, 마르세유 전경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향했다. 그 정도 여유는 괜찮을 것 같다.
-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성당 (Basilique Notre-Dame de la Garde)
구 항구에서만 조그맣게 보았던 노트르담 성당 드디어 가게 된다. 오전에 조금 일찍 체크아웃한 후에 구 항구에서 60번 시내버스를 탑승하면 한 번에 닿을 수 있다.(Hôtel de Ville 정류장에서 승차 후 Notre Dame de la Garde 정류장에서 하차) 버스 티켓은 기사에게 돈을 주고 구입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언덕이라고는 해도 여름이라면 등산처럼 느껴질 수 있으니, 운동을 정말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버스 타고 이동하자. 사실 성당 안이 궁금하기보다는, 마르세유라는 대도시를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높은 곳의 뷰가 어떨까 하는 궁금함이 더 컸다. 버스 정류장은 성당 초입에 있으므로, 계단을 타고 조금 더 올라가면 성당에 닿을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성당 곳곳을 누비며 즐긴 마르세유는 구항구를 제외해도 정말 아름다운 도시임이 틀림없었다. 성당을 기준으로 북쪽을 바라보면 구항구와 함께 마르세유 시가지 중심부가 어지러이 놓인 것을 한눈에 즐길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성당 기준으로 남쪽을 바라보았을 때인데, 마치 샌프란시스코의 예술가 마을 소살리토를 보는 것처럼 울창한 숲 속에 부유해 보이는 주황빛 집들이 가득했다. 너무나도 대조적인 분위기가 항구 도시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리는 듯하다.
특히 마르세유 남쪽이 절경인데, 멀리 깔랑끄 국립공원을 병풍 삼아 한적해 보일 정도로 여유로운 마을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사실 첫 계획에는 깔랑끄 국립공원을 방문하는 것도 계획에 있었지만, 생각보다 빠듯한 일정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서 마르세유에 다시 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듯하다. 아쉬움은 뒤로 하고, 다음 만남이 어떨지 기대해 보는 것도 여행가의 좋은 마음가짐이 될 것 같다.
버스를 타고 엑상프로방스로
마르세유 다 봤니? 이제 갈 길을 가자! 60번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내려와서 어제의 출발지인 생샤를 역으로 향한다. 프랑스는 중앙역이 버스 터미널을 겸하는 경유가 많은데, 이곳에서 L050번 버스를 타면 엑상프로방스로 이동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버스 번호가 붙은 광역버스가 있는데, 이것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편도 가격은 6유로로 8,000원 정도의 비용이 들고, 티켓은 역사 내 자판기에서 구매할 수 있다. 마르세유 생샤를역에서 엑상프로방스까지는 약 1시간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엑상프로방스는 거의 마르세유의 위성도시라고 해도 될 정도로 가까이 위치해 있고, 실제로 엑상프로방스에서 마르세유로 출퇴근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마치 왕래가 잦은 창원과 부산의 느낌이 이런 것일까?
세잔의 도시 엑상프로방스
줄여서 엑스(Aix)라고도 하는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는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의 중심지로, 마르세유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도시이다. 그다지 번잡하지 않은 도심과 주위 녹지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과 유서 깊은 건축물, 그리고 예술적인 분위기를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도심 지역인 상트르빌 지구는 오래된 골목길과 중세시대의 건축물로 유명하며, 이곳에서는 프로방스 지역의 전통적인 시장이 열려 지역 특산품과 수공예품을 구매할 수 있다.
프로방스는 땅 자체가 아름다워서 그런지 많은 예술가들이 거쳐간 것으로도 유명하고, 웬만한 도시에는 그 지역을 상징하는 화가가 있을 정도다. 아를의 빈센트 반 고흐, 생폴드방스의 마르크 샤갈, 니스의 앙리 마티스 등이 대표적인데, 엑상프로방스는 현대 미술의 아버지 폴 세잔의 고장으로도 유명하다. 세잔뿐만 아니라 다양한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세잔 박물관이 있으며, 세잔의 아틀리에도 방문할 수 있다.
마르세유에서 버스를 타고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엑상프로방스 버스 터미널 (Gare Routière d'Aix-en-Provence)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에서 상트르빌까지는 도보로 넉넉히 1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한나절 정도 있을 생각이라면 멀리 떨어진 곳을 먼저 둘러본 후 여유 있게 상트르빌을 둘러보며 늦은 점심을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화가의 고개 (Terrain des Peintres)
폴 세잔의 연작 중 하나인 생트빅투아르산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실제로 세잔이 이 고개에서 생트빅투아르 산을 그렸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고개라기보단 조용한 주거지에 둘러싸인 작은 공원으로 변했으며, 울창한 사이프러스 나무와 함께 멀리 비치는 생트빅투아르 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사실 그것 말고는 따로 볼 것은 없는 근린공원으로, 동네 주민이라면 산책이나 피크닉 오기 좋은 곳이기는 하다.
단, 혹시 가볼 생각이 있다면 생수 한 병 정도 챙겨가는 것이 좋다. 동네가 온통 언덕길이라 오르고 내리는 동안 고된 몸을 도와줄 음료수 하나 정도는 필요해 보인다. 엑상프로방스 버스 터미널 근처의 Gare Routière Belges 정류장에서 05번 버스를 타면 화가의 고개 앞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다. (Les Peintres 정류장에서 하차)
실제로 그림과 똑같은 풍경으로 생트빅투아르 산을 볼 수 있어 신기한 곳이다. 뭔가 재미있는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면, 미리 생트빅투아르 산이 담긴 엽서를 한 장 가져가보자. 풍경과 그림이 어우러지는 신기한 사진을 간직할 수 있다. 엽서가 없어도, 폰으로 그림을 띄운 후에 찍어보는 것도 나름 그럴듯하게 나온다. 아닌가?
여기서 도심으로 걸어 내려가는 길에 세잔의 아틀리에가 있는데, 폴 세잔의 이름값이 무색할 정도로 크게 볼 것이 없다고들 한다. 내가 정말 세잔의 엄청난 팬이라면 꼭 한번 방문해 볼 가치가 있겠지만, 크게 시간도 없고 세잔에 대해 흥미가 있지 않다면 스킵하는 것도 방법이다. 화가의 고개에서 세잔의 아틀리에를 거쳐 20분 정도 도보로 내려가면 어느새 상트르빌에 도착하게 된다.
- 상트르빌 (중심가, Centre Ville)
엑상프로방스의 중심가 상트르빌은 정말 젊음과 중후함이 혼재되어 있는 곳이다. 엑상프로방스는 파리의 21번째 구라고 할 정도로 뜬금없는 위치에 있는 부유한 도시라고 한다. 도시의 규모는 당연히 마르세유가 압도하지만, 중소 규모의 도시답지 않게 애플 스토어, 에르메스(?!) 등의 부티크 매장들이 즐비하다고 한다. 부유한 노인들이 모여 사는 도시는 아니고, 학생인지 관광객인지 모를 젊은이들이 상트르빌을 가득 메우고 있다.
중세 도시와도 같은 느낌의 골목골목을 누비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젤라또를 한 개 물고 구석구석 골목을 누비다 보면 생각보다 상트르빌의 규모가 아기자기함을 알 수 있다. 두 바퀴쯤 돌다가, 내가 엑상프로방스에 온 진짜 이유를 찾아서 르 로이 르네로 향한다.
- 르 로이 르네 (Le Roy René)
프랑스의 대표적인 디저트 하면 다들 마카롱을 제일 먼저 생각해 낸다. 오죽하면 파리에서 출국할 때 공항에 있는 라뒤레에서 마카롱을 한가득 사가는 게 기념품의 정석이라고들 한다. 물론 프랑스 전국적으로 제일 보편적인 디저트가 마카롱임은 틀림없지만, 남프랑스에는 칼리송(Calisson)이라는 고유의 디저트가 있다. 사실 디저트라기보단 캔디에 가까운 사이즈인데, 아몬드를 베이스로 한 결과류와 당류를 혼합한, 쫀득한 캔디 같은 군것질거리이다.
이 칼리송의 원조 중의 원조가 바로 르 로이 르네라는 가게인데, 칼리송의 원조인 엑상프로방스 (엑상프로방스는 아몬드의 원산지로도 유명하다)에서도 칼리송을 가장 원조와 같이 만들어 파는 곳이다. 여행 계획을 짤 때 미리 칼리송의 명성을 익히 들어왔고, 사실 엑상프로방스에 무리하게 들른 이유가 바로 이 칼리송이었다. 간단한 기념품으로는 마카롱보다 부담도 덜하고 뿌리기도 좋기 때문이다.
르 로이 르네는 항상 붐빈다. 프로방스 전역에도 몇 개 없는 가게이기 때문에 혼잡함은 조금 조심해야겠다. 가게 안은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다이애건 앨리의 상점이 연상될 정도로 온갖 패키지로 디자인된 칼리송과 다른 디저트들이 진열되어 있다. 또한 친절하게도 많은 종류의 칼리송을 무료로 시식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아무런 부담 없이 일단 시식을 해보고 칼리송이 내 입맛에 맞는지 알아볼 수도 있다. 르 로이 르네의 칼리송은 공항 면세점에서도 판매 중이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살 필요는 없다. 하지만 좀 더 예쁘게 포장된 칼리송은 공항에는 없고, 여기에서 혹은 프로방스 각지에 있는 다른 르 로이 르네 지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 미라보 광장 (Cours Mirabeau)
상트르빌과 르 로이 르네에서 볼 일을 다 보았다면,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미라보 광장으로 이동해 보자. 말년의 세잔도 가끔 내려와서 한잔씩 하고 갔다는 미라보 광장은 엑상프로방스의 샹젤리제 (너무 샹젤리제만 갖다 붙인다)처럼 꾸며져 있는 길쭉한 대로 느낌의 광장이다. 유명한 레스토랑도 이곳에 많이 몰려있고, 당연하게도 어느 정도 가격이 있는 비스트로나 레스토랑들이 많다.
그중 "레 뒤 가르송 (Les Deux Garçons)"이라는 레스토랑이 특히 유명한데, 폴 세잔과 그의 친구 에밀 졸라가 자주 들렀다는 카페 겸 식당이다. 유명세와는 별개로 줄이 길거나 하지는 않고, 굳이 세잔의 모든 것을 따라 해볼 요량이 아니라면 굳이 여기서 식사를 하지는 않아도 주위에 비슷한 식당이 많다. 하지만 뭔가에 꽂혔던 나는 당당하게 레 뒤 가르송에 들어가서 간단하게 식사를 마쳤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정식으로 점심을 먹지는 못하고, 간단한 연어 요리를 하나 시켰다.
식사를 마친 후 잠시 걸을 겸 미라보 광장을 서쪽으로 쭉 걷다 보면 로통드 분수 (Fontaine de la Rotonde)까지 볼 수 있다. 대놓고 “내가 엑상프로방스의 중심이요” 외치듯이, 분수를 기준으로 거대한 로터리가 자리 잡아 내가 중심에 왔다는 느낌을 가득 안겨준다. 근처에는 현대적인 쇼핑몰도 하나 있으므로 시간이 남는다면 한번 둘러볼 수도 있고, 다음 일정까지 조금 쉬고자 한다면 분수 근처에도 괜찮은 카페들이 많다. 라틀리에 (L’atelier)라는 카페에 들러 커피를 한 잔 하면서 상트르빌에서 산 엽서를 쓰면 한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거기서 조금 더 멍을 때리고 있으면, 앗, 아비뇽 가는 기차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 아비뇽으로 가는 길이 궁금하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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