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비뇽을 거점으로 삼아 프로방스 당일치기 여행을 떠난다. 반 고흐가 사랑한 도시 아를과, 그 옆의 돌산에 위치한 레보드프로방스는 모두 반고흐의 유산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사실상 반 고흐 투어라고도 할 수 있는 루트를 기차와 버스 등 대중교통만으로 이용해 보자.
▼ 교황의 도시 아비뇽이 궁금하다면? ▼
- 아비뇽에서 아를로 이동하기
- 반 고흐의 영감이 서린 도시, 아를
- 돌마을 레보드프로방스
- 황홀한 미디어 아트의 원조, 빛의 채석장
- 다시 베이스캠프 아비뇽으로
2019년 8월 18일(일) 일정 요약
아비뇽 중앙역 🚆 아를 도착 후 시내구경 🚌 레보드프로방스 🚌 아비뇽 도착 후 휴식
아비뇽에서 아를로 이동하기
전날에 마르세유에서 엑상프로방스, 또 아비뇽으로 멀리 이동한 탓인지 늦게 일어났다. 분명히 조식을 주는 호텔이라고 해서 투숙을 결정한 건데, 첫날부터 본의 아니게 호텔 조식을 거르게 되었다. 프랑스 호텔의 첫 조식 경험을 맞이하지 못한 아쉬운 마음은 숙소에 묻어두고, 느지막이 조금 더 쉰 후에 아를로 향하는 길에 오른다. 주린 배는 아비뇽 중앙역으로 가는 길에 있던 어느 빵집의 샌드위치로 대신한다.
아비뇽에서 고흐의 도시 아를로 가는 제일 좋은 방법은 바로 기차로 이동하는 것이다. 굳이 TGV역까지 가지 않아도 중앙역에서 TER에 올라타 30분 정도 가면 아를 역에 닿을 수 있다. 서울로 치면 2호선을 타고 홍대입구에서 건대입구까지 가는,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에 아를이 위치해 있다. 직통 열차의 경우에는 2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그래도 운행 편수는 제법 많은 편이니 시간에 맞게 타고 이동하도록 하자. 8유로의 가격에 기차표를 구매할 수 있다.
반 고흐의 영감이 서린 도시, 아를
아를(Arles)은 프로방스 지방에 위치한, 고대부터 중세까지의 건축물이 많이 보존된 중세 도시이다. 반 고흐의 창작 활동으로 유명한 도시이지만, 의외로 중세의 분위기 역시 아비뇽만큼 남아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반 고흐 작품의 직접적 모티브가 되었던 여러 풍경들을 마주하기 위해 찾을 테다.
반 고흐는 1888년 2월 파리 생활을 마무리 짓고 아를로 거처를 옮기면서 <노란 집>,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와 같은 유명한 작품들을 연작으로 창작했다. 이곳에서 창조성을 발휘하면서, 반 고흐는 잠시나마 정신적으로 안정을 되찾고, 새로운 예술적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아를에서의 시간은 그가 일생 동안 작품 활동이 활발했던 가장 중요한 시기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도시 곳곳에는 반 고흐가 직접 그림을 그린 장소에 안내판이 비치되어 있다. 그의 그림과 실제 모티브가 된 풍경을 직접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인데, 마치 엑상프로방스에서 세잔의 생트빅투아르 산을 직접 본 것과 같이 그림 속에 빠진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진을 건지고 싶다면 미리 고흐의 그림엽서를 챙겨가거나, 아를 시내에서 엽서를 몇 장 구한 다음 사진을 찍어보도록 하자.
아를에는 반 고흐의 작품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건축물도 많이 있는 편이다. 고대 로마 제국 시대에는 아를이 프로방스 일대의 중심지를 맡아 꽤나 번성했다고 하며, 그렇기에 아레나(arena)와 같은 로마 시대의 유적을 시내에서 방문해 볼 수도 있다. 현대 미술의 향기와 함께, 고대 로마의 자취도 따라 밟아볼 수 있는 아를은 분명 당일치기로 여행 오기 매력적인 도시라고 할 수 있겠다.
- 노란 집
아를 역에 내린 후 시내를 향해 걷다 보면 가장 먼저 발견할 수 있는 반 고흐의 작품이다. 그림에서 보이는 노란 집들 중 앞의 두 건물은 2차 세계대전 도중 폭격을 맞아 철거가 되고, 뒤에 있는 4층 건물만이 아직도 남아있다. 현재는 우거진 가로수까지 심어져 있어 그림과 완전히 같은 모습을 가지진 않지만, 멀리 보이는 터널까지 똑같은 모습이 사뭇 반 고흐와 우리의 시간을 좁혀주는 느낌이다.
-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
노란 집이 위치한 라마흐틴 광장에서 조금만 가면 아를 구시가지로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시내로 들어가기 전에, 잠깐 론 강을 산책해 보는 것도 좋다. 오전에 도착해서 너무 아쉬웠을 정도로 그림과 흡사한 강둑의 풍경이 우리를 맞아주고,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면서 산책을 즐기는 것도 좋다. 주민들이 산책로로도 많이 애용하는 이 강둑에서, 밤까지 기다린다면 운이 좋게도 별이 빛나는 밤을 볼 수 있을까?
- 밤의 카페 테라스
아마도 아를에서 창조된 반 고흐의 그림 중 별밤과 더불어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밤의 카페 테라스>는, 구시가지 한복판에 위치한 포럼 광장에 위치해 있다. 지금도 노란 캐노피를 유지한 채 이름을 “카페 반 고흐”로 고쳐 영업 중인 이 카페는, 생각보다 맛이나 서비스 면에서 평이 좋지는 않은 모양이다. 사실 이 카페를 가장 비슷한 구도에서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옆에 위치한 라포스트로프(Lapostrophe)라는 카페로, 음료도 맛있고 직원도 친절한 곳이다. 이곳에 앉아서 카페를 감상하며, 음료 한잔과 함께 엽서를 써보는 것도 좋은 생각이다.
- 그 외
그 외 반 고흐가 그린 그림과 그 정확한 위치에는 아를 시내 곳곳에 안내판이 붙어 있다. 프랑스 관광청 홈페이지의 소개 글에 몇 가지 위치가 나와있으니 반 고흐 사생팬이라면 한 번쯤 도장 깨기를 해보는 것도 즐거운 여행 방법이 될 테다. 또한 포럼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반고흐 박물관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아를을 하루 오롯이 보낼 여행자들은 이곳을 방문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돌산마을 레보드프로방스
아를에서 반 고흐와 중세의 정취를 모두 느꼈다면, 이제 레보드프로방스(Les Baux-de-Provence)로 이동할 차례다. 출발지인 아를 역으로 돌아와서 L057 버스를 타면 레보드프로방스로 이동할 수 있다. 레보드프로방스는 아를과 10km 정도 떨어져 있어 그리 멀지는 않은 곳이지만, 도시와 도시 사이의 목가적인 풍경을 감상하고 있으면 시간이 생각보다 더디게 흐르는 느낌이다.
레보드프로방스(Les Baux-de-Provence)는 프로방스 지역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마치 요새와도 같이 보이는 이 도시는 돌산의 중턱에 자리 잡고 있어, 아름다운 전망과 함께 중세 시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쪽에는 웅장한 돌산이, 반대쪽에는 탁 트인 프로방스의 풍경이 반겨주는 이곳은, 여름에는 그늘이 없어 조금 더운 곳이기도 하다.
버스는 마을 초입까지만 운행하는데, 따로 정류장은 없지만 위치를 잘 기억해 두면 나중에 아비뇽으로 돌아갈 때 유용하다. 마을 자체는 정말 작아 30분이면 전망대까지 모두 돌아볼 수 있으며, 꼬불꼬불하고 좁은 골목을 따라 마을 깊숙이 들어가다 보면 옛 성터의 탁 트인 개방감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황홀한 미디어 아트의 원조, 빛의 채석장
레보드프로방스는 아름다운 마을뿐만 아니라 다른 것으로 더욱 유명한데, 각종 미디어 파사드 쇼로 유명한 빛의 채석장(Carrières de Lumières)이 그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제주도 빛의 벙커, 워커힐호텔 빛의 시어터로 유명한 바로 그 시리즈의 원조격 되시는 곳으로, 이곳은 프랑스 예술가들의 작품을 테마로 한 멋진 전시회를 열고 있다. 아름다운 조명과 함께 예술작품들이 벽면에 투영되어 더욱 생동감 있게 전시되기 때문에, 레보드프로방스를 방문하는 관광객은 거의 80% 이상 이곳을 함께 방문한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레보드프로방스에서 차도를 따라 10분 정도 걷다 보면 빛의 채석장이 나온다. 여름 관광 성수기에는 정말 사람이 많고 줄도 길기 때문에, 가급적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예약을 해두는 것이 좋다. 공식 홈페이지에 미디어아트 타임테이블과 함께 온라인 예약을 지원한다. 입장권은 13유로, 한화로 17,000원 정도 하니 가격은 나쁘지 않다.
한여름에 레보드프로방스를 방문하는 경우에는 빛의 채석장 방문이 거의 필수나 다름없는데, 거대한 실내 채석장을 개조해 만든 빛의 채석장이 거의 자연 에어컨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황홀하기 그지없는 거대한 미디어 아트 쇼를 감상하면서 더위도 식힐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꼭 방문해 보길 권한다. 굳이 시원함이 아니더라도, 매끈한 채석장 벽에 비추는 엄청난 규모의 미디어 아트는 관객을 시각적으로, 그리고 심적으로도 압도한다. 특히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이곳에서 보는 것은 정말 황홀한 경험 그 자체이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동네가 관광지이기는 해도 완전한 산동네이기 때문에 LTE나 5G가 잡히지 않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온라인으로 예약했어도 실제 발권 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빛의 채석장 예약 내용은 반드시 지류로 출력하여 지참하는 것을 권한다.
다시 베이스캠프 아비뇽으로
재미있게 보았다면 다시 베이스캠프로 돌아갈 차례다. 원래 계획은 레보드프로방스에서 아비뇽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생레미드프로방스도 함께 방문하는 것이었다. 이 곳 역시 반 고흐로 유명한 (정확히는 반 고흐가 입원당한 정신병원으로 유명한) 마을인데, 나처럼 아를과 레보드프로방스 구경으로 지친 사람들은 패스해도 무방할 듯하다. 아를에서 레보드프로방스로 올 때 탔던 L057 버스를 타면 아비뇽 중앙역 근처까지 바로 갈 수 있다.
저녁은 간단히 먹을 생각에, 아비뇽 중앙대로 근처에 위치한 까르푸로 향해 샐러드와 부리또를 구입했다. 샐러드는 본인이 직접 토핑을 골라 계산하도록 되어 있는데, 아주 좋은 아이디어 같았다. 다만 생각보다 토핑 욕심이 넘쳐 과하게 먹을 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저녁을 먹고 잠시 교황청 앞으로 산책을 다녀오면, 반 고흐를 따라가는 예술 여행도 끝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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