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방스에서의 마지막 날은 소도시 투어로 시작한다. 렌터카가 없으면 쉽게 가지 못하는 프로방스의 아름다운 마을들을 둘러보고, 아비뇽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돌아본다. 그리고 이제, 니스가 있는 코트다쥐르 지방으로 떠난다.
▼ 하루 전 반 고흐 투어 경로가 궁금하다면? ▼
- 아비뇽을 떠나는 날
- 프로방스의 소도시 투어
- 잠시 아비뇽에서 산책을
- 향수의 도시 그라스로
2019년 8월 19일(월) 일정 요약
아비뇽에서 투어 탑승 🚙 퐁텐 드 보클뤼즈 🚙 고르드 🚙 루시용 🚙 아비뇽 복귀 🚄 깐느 역을 거쳐 그라스로 이동
아비뇽을 떠나는 날
아비뇽에서 2박을 하고 나면 어느 새 프로방스를 떠날 날이 다가온다. 아비뇽의 마지막 날에는 프로방스의 작고 아름다운 여러 마을을 돌아보는 소규모 그룹 투어를 하게 되었다. 일반적인 시즌이라면 이런 마을들은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대중교통으로도 방문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여름휴가 시즌이 되면 이런 버스들이 운행하지 않아, 그럴 때는 조금 비싸더라도 소그룹 투어를 신청하는 방법으로 방문해볼 수 있다.
투어는 여러 경로를 통해 미리 예약할 수 있다. 내가 이용한 곳은 비아토르(Viator)라는 사이트인데, 전세계의 소규모 투어를 쉽게 예약할 수 있는 곳이다. 메인 페이지에서 아비뇽과 날짜를 고르면 수많은 소도시 투어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예약할 수 있다. 투어 시간과 들르는 마을, 그리고 가격을 비교해보고 나의 일정에 맞는 투어를 미리 예약하면 된다.
내가 고른 투어는 아침 일찍 모여서 점심에 해산하는 반나절 투어로, 아비뇽 관광안내소에서 모여 4~5시간 동안 소도시 세 곳을 들르는 투어였다. 퐁텐드보클리즈(Fontaine-de-Vaucluse), 고르드(Gordes), 루시용(Roussillon)이라는 세 마을을 다니는 일정이었고, 그 중에 내가 제일 기대하는 곳은 단연코 고르드였다. 탁 트인 벌판 옆 작은 구릉에 위치한 중세 마을은 내가 프로방스에서 가장 기대하는 곳 중 하나였다. 지금은 이 투어 상품이 없겠지만, 유사한 일정을 가진 상품들은 얼마든지 많을테니, 한번 찾아보는 것을 권한다.
프로방스의 소도시 투어
아침에 호텔 조식을 (드디어) 간단히 먹고 바로 체크아웃을 했다. 큰 짐은 호텔 데스크에 맡겼고, 작은 가방 하나만 챙겨서 나왔다. 큰 짐이 투어와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무엇보다도 투어에 다녀온 후에도 아비뇽에 몇 시간 머물 예정이었기 때문에 안전하게 맡기는 것이 좋아보였다.
투어 가이드와의 만남은 아비뇽 관광 안내소 앞에서 이루어진다. 아침부터 여러 여행객들이 안내소 앞을 서성이면, 마치 새벽 인력시장처럼 가이드들이 차량을 가지고 와서 인원을 체크하고, 모두 태워 이동하는 방식이다. 꽤 많은 투어가 나를 지나가고 나서, 오늘의 가이드인 마크가 승합차 한 대와 함께 나타난다. 일행은 총 7명, 호주에서 온 모녀 2명, 이탈리아에서 온 중년 3명, 그리고 나를 포함해 한국인 두명이었다.
- 물의 마을 퐁텐-드-보클뤼즈 (Fontaine-de-Vaucluse)
아비뇽에서 30분쯤 차를 타고 달리면 퐁텐드보클뤼즈에 도착한다. 직역하면 “보클뤼즈의 샘”으로 불리는 이 곳에는 말 그대로 보클리즈 지방에서 가장 큰 샘 중 하나인 “보클뤼즈 샘”이 위치해 있어 둘러보기 좋은 곳이다. 아주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둘러보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마을 초입의 주차장에서 마크가 우리를 내려주면,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중앙 광장을 거쳐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볼 수 있다.
다들 마을보다는 보클뤼즈 샘에 더 관심이 있어, 나도 그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마치 북한산 등산로 초입의 완만한 버전과도 같은 길을 십여 분 정도 걸으면 샘을 볼 수 있다. 이 샘은 출처 모를 물을 엄청나게 뿜어대는 수원지라고 하는데, 그 기원을 찾기 위해 많은 잠수부를 투입했으나 끝내 찾을 수 없었을 정도로 깊다고 한다.
샘 근처는 낙석과 미끄러짐의 위험이 있고, 상술했듯이 그 기원을 찾을 수 없어 많은 사람들이 잠수를 시도하기에, 레인저 분들께서 지키고 계신다. 당연하게도 샘 안에서 수영한다거나 하는 행위도 모두 금지된다. 내가 찾아간 날은 유독 수위가 낮았던 것인지, 접근할 수 있는 곳까지 가서도 잘 보이는 사진을 남기기가 쉽지 않았다. 요정이 보일 정도로 신비한 샘이라고 하는데, 조금 아쉽긴 했다.
퐁텐드보클뤼즈는 전반적으로 아주 조용한, 계곡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사실 신비의 샘 말고는 따로 구경할 것이 없기는 하다. 그래서 투어로 방문하더라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다만 샘까지 가는 길이 계곡과 함께 어우러져 있어, 마치 계곡으로 피서를 온 듯한 기분을 낼 수 있다. 빠르게 샘을 훑고 내려와서 마을을 구경하다보면 어느 새 다시 출발할 시간이다.
- 산의 마을 고르드 (Gordes)
내가 제일 기대하는 마을 고르드는 프로방스 지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꼽힌다. 이곳은 렌터카가 아니면 아비뇽이나 주변 도시에서 접근하기 정말 어려운 곳으로, 특히 여름방학 기간에는 대중교통이 아예 다니지 않는 곳이다. 넓은 프로방스의 평원 옆, 홀로 솟은 산을 끼고 지은 이 중세 도시는, 퐁텐드보클뤼즈와는 다르게 좁은 골목과 그늘 없이 탁 트인 뷰가 일품이다.
고르드는 마을 안 만큼이나 마을 밖에서 보는 도시의 뷰도 굉장히 아름답다. 차량으로 고르드에 진입하는 길에 꽤 좋은 뷰포인트가 있어, 이 곳을 먼저 들러 고르드의 외관을 한 번 경험해보길 바란다. 그 이후에 고르드 시내로 진입해서 주차장에 잠시 주차해둔 후, 골목을 구석구석 둘러보며 마을을 둘러보면 아주 좋다. 단 마을 내 경사가 꽤 심한 편이니 여름에는 조금 힘들 수도 있다. 젤라또를 하나 물고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흙의 마을 루시용 (Roussillon)
오늘 투어의 마지막 방문지인 루시용은 토양이 붉게 물들어있는 황토의 마을로, 프로방스에서 유일하게 붉게 물든 땅을 구경할 수 있다. 황토 마을답게 마을 내 건물들은 대부분 붉은 황토 색상으로 칠해져 있다. 이 곳도 고르드와 같이 작은 구릉을 끼고 있는 마을로, 마을 중심부를 조금 둘러본 후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언덕길을 조금 걸어볼 수 있다. 마을의 아이덴티티를 구성하는 적토가 가득한 길을 걸어보는 경험을 마지막으로, 물과 산과 흙의 마을을 둘러보는 투어가 마무리된다.
잠시 아비뇽에서 산책을
몇 시간의 투어가 끝나면 마크의 승합차는 다시 아비뇽으로 향한다. 아무리 작은 마을들이라고 해도 여기저기 걸어다니다 보면, 아비뇽으로 돌아오는 승합차에서는 꿀잠을 잘 수밖에 없다. 마크는 루시용에서 아비뇽까지 약 1시간 정도를 달려, 다시 아비뇽 관광 안내소에 우리를 내려준다. 너무 늦은 여름이라 라벤더밭을 돌 수 없었음을 감안해도, 마크는 꽤 좋은 가이드였음이 분명하다.
아비뇽에서 그라스로 향하는 기차는 오후에 예약을 해둬, 3시간쯤 시간이 뜬 상태였다. 오전에 함께 동행한 C와 투어 간에 금세 친해져서, 마침 따로 일정이 없는 C와 함께 아비뇽 곳곳을 구경했다. 아비뇽 구시가지도 사실 그렇게 큰 편은 아니어서, 교황청 정도를 제외하면 크게 볼 것이 없기는 하다. 산책 겸 해서 교황청 뒤쪽의 언덕인 로쉐데돔(Rocher des Doms)을 가봤다.
- 로쉐 데 돔 (Rocher des Doms)
로쉐 데 돔은 교황청 뒤쪽에 위치한 작은 언덕으로, 아비뇽 도심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몇 안되는 공간이다. 높이가 높이인지라 론 강을 끼고 있는 주위 풍경도 감상할 수 있고, 아비뇽 교황청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게 되어 있다. 교황청 앞 광장에서 쉽게 갈 수 있고, 가로수도 많이 심겨져 있어 한여름의 더위를 피하기도 좋다.
시내도 산책해보고, 기념품도 몇 가지 둘러보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어느 새 그라스로 향할 시간이다. 오전에 체크아웃한 호텔에서 짐을 다시 찾고, 오늘의 동행인 C와 함께 아비뇽 중앙역 쪽으로 향한다. C는 프로방스를 조금 더 둘러보고 며칠 후에 니스로 간다고 한다. 나도 내일이면 니스로 향할 계획이라, 니스에서 다시 만나서 식사 한끼 하자는 가약속을 남기고 아비뇽 중앙역으로 향했다.
향수의 도시 그라스로
아비뇽은 프로방스의 큰 도시 중 하나지만, 향수의 도시 그라스는 그렇지 않다. 산 중턱에 위치한 작은 곳이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조금 까다로운 곳이며, 몇 번의 환승이 필요한 편이다. 그 날 저녁은 거의 이동에만 몇 시간을 소비한 것 같다.
프로방스에서 니스 쪽 코트다쥐르 지방으로 이동하는 만큼, 다른 교통수단보다 TGV가 이동에 효율적이다. 아비뇽 중앙역에서 TER을 타고 아비뇽 TGV역으로 향한 후, 여기서 영화제의 도시인 깐느 중앙역까지 2시간 정도를 TGV로 달린다. 깐느 중앙역에서 TER로 환승하여 북쪽으로 달리면, 그라스 역에 내릴 수 있다. 모두 기차로 이동하는 노선이기 때문에, OUIGO와 같은 앱에서 한번에 예약이 가능하다. 아무튼 경로를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아비뇽 중앙역에서 TER 탑승
아비뇽 TGV역으로 이동 후 TGV 탑승
깐느 중앙역에서 TER로 환승
그라스 역 도착
그라스 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밤 8시가 넘은 시간이라, 서둘러 호텔로 향해야 했다. 그런데 그라스 역과 그라스 시내까지는 거리도 어느 정도 있을 뿐더러, 산 중턱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모든 길이 꼬불꼬불하게 나 있다. 여유도 체력도 많다면 걸어서 이동할 만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버스나 택시를 꼭 잡아서 이동하는 것을 권한다. 좁고 비탈진 골목길을 걸어 올라가다가 정말 체력이 다해버렸다.
지금은 망해버려서 영업을 하지 않지만, 어쨌든 그라스 광장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3성급 호텔인 호텔 두 파티에 체크인했다. 방이 3성급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조금 촌스러운 인테리어를 보였지만, 시설은 아주 깔끔하게 되어 있었다. 특히 향수의 고장 그라스답게, 호텔 어메니티도 그라스 3대 향수 브랜드 중 하나인 갈리마르의 어메니티를 사용했다.
보통 대도시의 경우 저녁 늦게도 레스토랑들이 영업하는데, 그라스는 그렇지는 않았다. 짐을 풀고 광장으로 나갔을 때는 이미 9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라, 하는 수 없이 테이크아웃 전문 피자 가게에 가서 피자 한 판을 포장해왔다. 꽤 장거리를 이동했지만, 그래도 이곳저곳을 두루 둘러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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