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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Daily Life

집을 살까 한다 (1) 집은 어디에 마련해야 하는가

by 브로페 2023. 4. 14.

 

한창 집값이 폭등하던 몇 년 전부터 내 집 한 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떠난 적은 없었다. 비단 나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내 또래 세대는 모두들 생각하고 있던 주제일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 갓 직장인이 된 사회초년생이 그 비싼 집을 매수할 가능성은 없었다. 

그래도 이제 기회가 찾아온 것 같다. 집값도 작년에 비해 많이 떨어진 상태고, 매수를 위한 여러 제도들도 준비되어 있어, 올해 안으로 한 번 도전을 해볼 때가 된 것 같다. 우선 내가 주택 매수에 대해 고민하던 부분들을 시리즈로 연재하며 정리해볼까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주택 매매에 관해서는 거시적으로 위치부터 미시적으로는 방 구조까지 정말 많은 변수들이 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내 생각을 차근차근 정리해보는 것이 매수에 도움이 될 것 같다.

 

1. 무엇을 살 것인가: 주거 형태 정하기

주거 형태는 당연하게도 아파트이다. 여러 형태의 주거방식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30대 초반의 주택 구입은 투자의 목적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환금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환금성이란 내가 거래를 하고 싶을 때 얼마나 편리하게 거래가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정도로, 대한민국 땅에서 아파트만큼 환금성이 강한 것이 없다.

아파트도 아무 아파트라고 환금성이 강한 것은 아니다. 같은 위치더라도 교통편, 세대수 등의 여부에 따라 환금성이 높고 낮아질 수 있다. 그래서 몇 가지 정한 아파트의 조건이 있다. 우선 최소 300세대 이상의 단지여야 한다. 1,000세대 이상의 대단지가 가장 좋겠지만, 500세대 정도의 아파트 단지여도 거래가 충분히 일어날 뿐더러, 300세대 정도면 최소한의 거래량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지하철 역 근처에 위치해야 하겠다. 자세한 것은 아래에서 더 서술하겠지만, 지하철역에 가까운 아파트일수록 선호가 높아지고, 그래서 거래가 더욱 많이 일어난다.

 

2. 얼마에 살 것인가: 나의 적정 예산 산출하기

뭐든지 구입을 위해서는 예산이 제일 중요하다. 한때 보금자리론 한도인 6억원의 주택을 구입하는 꿈(?)을 꾸었으나, 현실적으로 나의 소득과 시드머니, 구입 외 들어가는 일시금, 그리고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까지 고려해야 한다.

현재 시드머니가 약 1.1억원 정도 모여있는 상태로, 올해 연말까지 1.3억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 중 여유 자금을 일부 남겨놓는다는 가정 하에 약 1억원 정도를 사용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주택 구입에 투입할 대출과 그 원리금 상환액을 대략적으로 알아볼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관련 지표는 LH의 '특례 보금자리론'을 기준으로 작성하였다.

여기서 내 월 실질소득과 월 납입금액을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소득 대비 주거비에 15~20% 정도를 사용한다고 한다. 여기서 영끌이라는 단어를 더하더라도, 소득 대비 주거비가 50% 정도에 도달하는 순간 내 일상생활에 지장이 발생한다. 최대한도로 주거비 비율을 높이더라도 30% 정도를 허용할 수 있다면, 적정한 주택 가격은 4억원에서 5억원 사이에서 결정된다. 

이 또한 상당한 부담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여기서 특례 보금자리론의 체증식 분할상환을 활용해볼 수 있겠다. 체증식 분할상환이란, 쉽게 말해 주택 구입 초에는 원금을 거의 갚지 않고 이자만을 갚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원금을 갚는 양을 늘려가는 형태의 상환 방식이다. 한 집에 30년 가량 계속 살 생각이 아니라면, 원금 상환을 뒤로 미룬다는 점에서 꽤 매력적이다. 

체증식 분할상환을 적용한다고 했을 때, 월 납입액의 총액은 상기 도표의 [원리금 합계 (균등상환)]이 아닌, [월 납입이자]가 된다. 이 경우, (물론 미래의 나에게 떠넘기는 꼴이 되겠지만) 당장의 월 주거비 부담을 크게 경감시킬 수 있고, 주거비 투입 비중도 그에 맞게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여하튼 이 모든 것을 적용하더라도 내가 낮은 부담으로 구입할 수 있는 한도는 최소 4억원, 최대 5억원 정도가 되겠다.

 

3. 어디에 살 것인가 : 구입할 주택의 위치 선정하기

주택의 위치는 우선 수도권에서 시작한다. 내 집의 위치는 결국 직장의 위치와도 직결되는데, 테크 기업의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는 나는 결국 서울 어딘가, 혹은 판교에서 일하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판교를 포함한 서울 CBD(중심업무지구)에서 가까운 위치가 최적의 경우가 되겠다.

우선 각종 CBD의 위치부터 확인해보자. 

상기 표시된 곳이 서울의 주요 업무지구가 되겠다. 이 중 강남/잠실/판교쪽에 집중해보고 싶다. 테크 기업과 스타트업이 모여있어 데이터 분석가 또는 데이터 관련 직종이 많이 분포되어 있고, 특히 강남은 데이터 뿐 아니라 일반 대기업도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판교는 IT 기업 위주로 구성된 테크노밸리인만큼, 내가 추후 이직할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잠실은 업무지구라고 하기는 좀 어렵지만, 그래도 현재 다니는 회사가 있는 곳이다.

그 외 업무지구는 각각의 특성이 있으나, 나의 커리어와는 조금 맞지 않거나 범위가 다소 협소한 곳이 많다. 종로의 경우 대기업 오피스가 많이 분포해 있으나 일반적으로 대기업 본사가 위치해 있어 데이터 관련 직종이 발 뻗을 곳이 마땅찮다. 여의도는 금융업, 상암은 미디어 업종 위주로 발달해 있으며, 마곡은 LG그룹 원툴이고, 구로가 그나마 IT 업종이 많은 곳이나, 강남과 판교 축선에서 다소 동떨어져 있는 곳이다. 

결국 강남/잠실/판교의 배후지에 위치한 곳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지만 이 세 곳의 배후지가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비싸기는 하다. 다른 곳도 아니고 강남의 배후지 아닌가? 게다가 예산도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어, 생각보다 많은 선택지를 고르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그렇게 결정된 최종 조건은 아래와 같다:

강남/잠실/판교의 배후지에 위치해 있으며, 4~5억원 정도의 주택이며, 최소 300세대 이상의 역세권 아파트 단지

 

 

최종 후보지: 어느 곳이 최적의 입지인가

상기 조건을 고려하면 다음 세 곳의 후보지가 선택된다: 용인 수지구, 하남시, 서울 노원구

우선 용인 수지구의 경우 강남과 판교 접근성이 뛰어난 준1기 신도시이다. 수지구청역을 기준으로 신분당선을 통해 판교까지는 10분, 강남까지는 24분 내로 도착할 수 있으며, (먼 미래이기는 하지만) 추후 용산까지의 연장을 통해 종로 CBD와의 접근성도 상당히 개선된다. 참고로 종로 CBD까지는 이미 광역버스 노선이 개설되어 있기는 하다. 단, 잠실과의 접근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지하철 기준 약 1시간 소요) 아파트 가격도 4억원 후반대에서 6억원까지 분포하고 있어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다.

두번째 입지인 하남시는 미사신도시를 제외한 구하남 일대를 의미한다. 하남시의 장점은 잠실과의 접근성이 있는데, 하남검단산역 기준으로 잠실까지 (환승 포함) 40분 이내에 도달 가능하다. 하남검단산역 일대 아파트 역시 4억원에서 5억원 중반까지 분포해있어 가격도 괜찮다. 하남의 가장 큰 문제는 강남과 판교로의 접근성이다. 강남까지는 1시간 정도에 도달할 수 있으나, 무려 2번을 갈아타고 접근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더 큰 문제는 판교로의 접근성인데, 지하철로의 접근은 거의 어렵고 버스 혹은 자차로 통근해야 하며, 이 경우에도 1시간 이상을 소비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마지막 입지는 서울 노원구 일대다. 이 곳은 우선 위 두 입지와는 다르게 서울 주소지를 가지게 되는 장점이 있다. 또한 지하철을 활용해 강남과 잠실에 고르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두 곳으로의 접근은 모두 1시간 이상이 걸리며, 판교로는 1시간 30분 이상을 소요해야 한다는 가장 큰 문제가 있다. 또한 이 곳의 아파트 단지는 0기 신도시급으로 지어진 곳들이라 노후화가 매우 심각한 상태이다. 종로나 을지로로 출근하는 경우 노원에 거주하는 것은 확실한 메리트가 되겠으나, 강을 건너야 하는데 굳이 강북에 거주해야 하는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다. 단, 그만큼 아파트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고려해볼만 하다.

 

다음 시간에는 이 세 곳의 입지를 더욱 정밀하게 분석해보고, 최종 입지를 골라볼 예정이다.